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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자가 달린다

철학자가 달린다

: 중년의 철학자가 달리면서 깨달은 인생의 지혜와 성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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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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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13년 08월 26일
쪽수, 무게, 크기 276쪽 | 482g | 153*224*20mm
ISBN13 9791155400036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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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히 어디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여기쯤이면 내 첫 마라톤의 첫 단계로 간주해도 되겠다 싶은 지점이 있다. 왼발을 내딛어 달리기 시작하면서 나는 ‘바로 이거다’라고 생각한다. 그래, 이제 시작된 거다. 이것이 바로 첫발을 내딛는 순간의 마술이다. (…) 첫발을 내딛는 바로 그 순간, 모든 의혹은 조용하고 단호한 확신에 밀려 사라진다.--- p.59

많은 사람들이 잘못 알고 있으면서도 집착하는 오해는 엉덩이가 앉아 있으라고 진화된 것이라는 생각이다. 오히려 엉덩이는 달리라고 있는 것 같다. 우리는 정해진 역사대로 살 때 가장 행복하고 건강하며 진정한 우리가 된다.--- p.106

이것은 인내의 놀이이자 내가 견딜 수 있는 한계가 어느 정도인가를 알아내는 놀이였다. 나는 항상 어제 했던 것처럼 오늘도 할 수 있을까를 알아보려고 언덕을 달렸다. 어떤 방식으로든 언덕과 한번 맞장을 떠 보는 것이 놀이 속 놀이의 핵심이었다. 그것은 앎의 놀이였다. 가끔은 최소한 이런 종류의 앎도 달리기의 일부이다.--- p.141

일단 달리기의 리듬에 최면이 걸릴 때, 즉 달리기의 심장박동이 그 행동의 특성과 자연적인 형태로부터 자발적으로 드러날 때 나는 오직 달리기 위해 달린다. 그 전까지는 사실 제대로 달리는 게 아니다. 그저 움직이는 것이다. 움직임이 달리기로 바뀌는 것은 일이 놀이가 되는 시점이기도 하다. 내 육체는 움직이지만 내 사유는 정신이 있던 그곳에서 놀이를 한다.--- pp.141-142

노화는 이처럼 운 나쁜 달리기와 같다. 한 번만 제대로 뛸 기회 따위는 다시 오지 않는다.--- p.205

젊음은 행동이 놀이가 되는 곳마다 존재한다. 젊음은 다른 어떤 것을 위해서가 아닌 그 자체로 의미 있는 행동을 하는 곳마다 존재한다. 젊음은 목표가 아닌 행위 자체에 혼신을 다하는 곳마다 존재한다. 환희는 본질적 삶의 가치를 인식하는 것이기에 이런 열정과 함께 환희가 온다.--- p.207

나는 가능한 모든 이유를 다 끌어 모아서 멈추어야 할 합당한 근거를 세워 보고자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멈추어야 할 이유들이 여전히 계속 뛰어야 할 이유와 팽팽히 맞선다. 내 다리는 이 와중에도 계속해서 기계적으로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어떤 이유도 나의 달리기를 멈출 수 없다. 그런 측면에서 나는 자유롭다. 사실, 이것은 내 나이에서 가능한 가장 순수한 자유의 경험이 아닐까 한다.--- p.224

어떤 이유도 나를 막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내가 경험한 것은 환희였다. 본질적으로 가치 있는 것을 삶에서 느낄 때 나타나는 가장 확실한 증상인 환희 말이다.--- p.231

그것은 내가 달리기의 심장박동으로 가장 깊이 가 본 순간이었다. 사르트르에게는 고뇌였지만 나에게는 환희인 이유와 행동의 간극에서 나는 본질적 가치를 가진 경험이 취할 수 있는 더 놀라운 형태를 만났다. 더 깊은 곳이 있다면 아마 언젠가는 거기까지도 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p.242

본질적 가치를 지니지 않는 대상을 그런 것처럼 대하는 것은 모든 악의 뿌리가 된다. 악한 삶, 악한 정치·사회 체제, 그리고 도처의 악한 사람들. 본질적으로 가치 있는 것은 사랑할 가치가 있다. 삶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자신의 주변을 사랑할 가치가 있는 것들로 채우고 이들을 그렇지 않은 것들과 구분하는 것이다.--- p.256

나와 내 무리가 지나갈 때 태양 아래 일광욕을 즐기는 도마뱀에게 옆 바위로 좀 비켜 달라고 요구할 수 없는 것처럼 나는 과거나 미래가 다르기를 더 이상 바라지 않을 것이다. 내 운명은 이런 순간들을 지배할 수 없다. 나는 내 운명을 사랑할 수 없지만 최소한 도마뱀이 쉬고 있는 바위만큼 무감할 수는 있다. 최소한 이런 순간에 나는 내 운명과 동등하다. 모든 의미나 목적이 멈추는 이런 순간은 더 이상 뒤쫓는 것이 아닌 진정한 달리기가 시작되는 곳이다.
--- p.2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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