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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련 봉오리로 쓰다

목련 봉오리로 쓰다

시작시인선-0354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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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10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116쪽 | 186g | 128*188*20mm
ISBN13 9788960215221
ISBN10 8960215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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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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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지도 새 이름 하늘공원에
만발한 억새풀 사이 걷다 듣는다.
귀에 익은 종소리, 물 건너 제주에서 듣던 그 종소리,
바람 불 때마다 딱 한 번만 들려주는 소리,
무자년 분홍 종소리 여기서 듣는다.
부끄럼에 상기한 볼, 아니란다.
억새 뿌리에 몸을 감춘 채
살아야, 살아남아야 했던 이유 있었단다.
잎사귀 같은 남편 산으로 가 소식 끊기고
돌배기 딸년의 울음소리 데리고 찾아 나선 길,
어디서 시커먼 그림자 서넛이
휘릭 바람을 타고 지나칠 때
아이의 울음 그러 막으며 억새밭에 납작 엎드린 목숨,
이제나저제나 수군거리는 소리 잦아들까.
틀어막은 입에서 새던 가느란 숨소리마저 잦아들고
붉게 상기한 볼, 딸아이 가슴을 텅텅 치며
목 놓아 부르던 딸아이 이름,
야고야 야고 야고.
핏빛 물든 억새 밑동에 몰래 묻어야 했던 분홍 종소리,
오늘 여기서 듣는다.
서울 복판 하늘공원 발그레 울려온다.
---「하늘공원 야고」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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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읽고 또 읽었다. 해학과 기지가 산재해 있는데도 왜 이리 무거운 구슬이 꿰이는 것일까. 그렇다. 변종태 시인은 “태생이 유배자”(「섬사람의 편지」)인 제주의 시인이다. “무자년 봄바람에 소리 없이 떨어지고/ 역사의 구석쟁이로 끌려가던 푸른 낙엽들”(「푸른 낙엽의 역사를 읽다」)을 가슴에 품고 살아온 시인. 언제 어디를 가더라도 “살아야, 살아남아야 했던 이유”(「하늘공원 야고」), 시인이 되어야만 했던 이유 또한 그 시대가 다 울지 못한 천둥의 한 자락이 아니었을까. “한라산정에서 탑동 바다까지/ 써도 써도 다 쓰지 못할 그대들의 이름”(「목련 봉오리로 쓰다」) 앞에, 안개도 “제주 안개는 상처를 감싸 주는 붕대”(앞의 시)로밖에 읽을 수 없는 시인. 그는 분명 제주의 바람이며, 백록담의 달빛으로 시를 긷는 실존이다.
- 정숙자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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