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제가 책을 쓸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더군다나 제가 전한 설교를 모아 책으로 만드는 일은 상상조차 해본 적이 없습니다. 이제 목사로 임직한 지 3년이 조금 넘었고, 매 주일 설교원고를 완성해내는 것조차 버거운 목사이기 때문입니다. 주일마다, 지푸라기 같은 설교지만, 그 가운데 은혜를 베푸시는 하나님만 의지하며 힘겹게 설교단에 오르는 부족한 목사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이유로 한재술 성도님의 전화를 받고 많이 당황했습니다. 이성호 교수님의 책들이 성도님의 간곡한 부탁으로 출판되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전화를 받는 순간부터 아무런 변명이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정말 당황스러웠습니다.
일단 당회원분들에게 허락받아야 한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러고 나서 허락을 기다리는 동안 저도 찬찬히 느헤미야서 강해 설교문을 다시 꺼내어 읽어 내려가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섬기는 광교장로교회는 2019년의 표어를 ‘하나님 나라를 소망하는 교회’로 삼았습니다. 이에 맞춰 여러 성경 본문을 성도님들께 전했습니다. 느헤미야 강해 설교도 그때 함께 전해졌습니다. 신약의 마지막 때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가 구약의 마지막 시기를 다룬 느헤미야서를 통해 하나님 나라를 배우고 소망할 수 있기를 바랐습니다. 느헤미야서는 하나님의 나라라 불리던 이스라엘이 망하고, 이방인에 의해 성전과 예루살렘 성벽이 모두 파괴된 이후, 무너진 성전과 성벽을 재건하며 하나님의 나라를 회복했던 이야기를 담고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에스라와 느헤미야의 사명이 오늘날 교회가 소망해야 할 내용이라고 생각해 전했던 설교들입니다.
하나의 책으로 여겨지는 에스라서와 느헤미야서 가운데 특별히 느헤미야서에 집중한 것은 우리 교회가 더욱 집중해야 할 과제가 느헤미야서에 있다고 보았기 때문입니다. 광교장로교회는 바른 예배가 사라져 가는 황폐한 이 땅 가운데 우리가 드리고 싶은 예배, 우리에게 편한 예배가 아니라 삼위 하나님이 원하시는 예배가 무엇인지를 고민하고 기도하며 오늘에 이르렀습니다. 그 고민의 결과로 종교개혁자들의 성경해석에 따라 정립하여 모범으로 제시된 예배 순서를 따르고 있습니다. 예배의 주인이시며 예배의 유일한 대상이신 성부, 성자, 성령 삼위 하나님의 이름을 예배 내내 부릅니다. 공교회의 신앙고백(사도신경, 니케아신경)으로 우리가 특별한 교회가 아니라 보편적인 교회임을 고백하고 있습니다. 순수한 복음을 전파하려고 몸부림치고 있습니다. 우리가 즐기는 노래가 아닌 성령님께서 영감하신 시편을 노래하며 하나님을 찬송합니다. 또한 예수 그리스도의 명령을 받들어 매주 성찬을 시행합니다. 이 만찬을 거룩하게 보호하기 위하여 당회는 신중하게 회원을 받고 있습니다. 오늘날 참된 예배를 찾아보기 힘든 현실 가운데, 에스라를 통해 성전을 회복하셨던 삼위 하나님께서 우리 교회에 예배의 회복을 선물로 주셨고, 저희는 그 은혜로 기쁨과 평안을 누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성전의 회복은, 예배의 회복은 끝이 아닙니다. 느헤미야서가 전해주는 바와 같이 쌓아야 할 성벽이 남아 있습니다. 그래서 안으로는 회복된 예배를 보호하며, 밖으로는 하나님 나라의 영광스러운 완성을 위하여 움직이고 일하며 나아가야 한다는 소망을 품게 되었습니다. 예배에서 누리는 평안에 안주하지 말고, 교회에 주신 사명에 신실하게 반응하고자 느헤미야서를 펼쳐 강해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이것이 당시에 강해 설교를 시작한 이유였습니다.
1년이 지난 지금 설교문을 다시 읽으니 감회가 새로웠습니다. 한 해 만에 상황이 많이 변해버린 탓이 큽니다. 인-코로나(in-Covid19) 시대를 지나며 일어난 여러 사건 가운데, 하나님의 이름이 온 세상 사람들에게 짓밟히는 일을 목도하고 있습니다. 정말로 폐허처럼 되어버린 교회의 현실을 보고 있습니다. ‘하나님의 영광이 떠나버리신 것 같은 이가봇의 시대 가운데 교회는 무엇을 소망하고 기도해야 할까?’ 앞이 캄캄한 우리와 달리, 말씀은 이미 밝히 길을 제시하고 있었습니다. 지푸라기 같았던 설교문에서 삼위 하나님의 은혜의 흔적을 발견하며 감사하고 또 죄송하여 기도하게 되었습니다.
곧 당회원들께서 흔쾌히 허락해 주셨습니다. 새벽까지 읽으며 탄식하고 놀랐으며, 기도했다는 한재술 성도님의 메시지를 읽었습니다. 더는 물러설 곳이 없었습니다. 출판을 위해 설교문을 고치고 입글을 말글로 다듬으면서, 그 누구보다 광교장로교회 성도님들이 떠올랐습니다. 성찬을 그칠 수밖에 없고, 공예배조차 제대로 드리지 못하고, 교제의 한계에 직면한 가운데 우리의 연약함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성도님들께 다시 한번 마음 다해 권고합니다. 이 책을 읽으시는 모든 성도님께도 같은 마음으로 권고드립니다. 선 줄로 알았던 우리의 교만을 깨닫고 다시 말씀의 은혜를 붙들며 저와 같이 회개하시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말씀이 주는 위로와 격려를 받으며 세상의 따가운 시선을 이겨내시기를 바랍니다. 계속 함께 하나님 나라를 소망하며 교회를 세워가시기를 소망합니다.
이 책의 설교들은 광교장로교회 성도를 위하여 선포된 말씀이기에, 삼위 하나님께 감사하며 우리 교회 모든 성도분께 이 책을 바칩니다.
부족한 설교자와 함께 힘써 말씀의 사역에 동역하고 있는 광교장로교회 당회원들께 감사드립니다. 설교로 늘 고민이 많은 저에게 스승이신 이성호 교수님의 격려는 늘 힘이 됩니다. 진심 어린 감사를 표합니다. 또 이 강해 설교를 하던 시기에 저와 함께 이른 아침부터 화상통화로 개혁신학을 공부하고 말씀을 연구했던 동기들 박경록, 김원배, 서학량, 이주형, 박영수에게, 그리고 기도의 동역자 조현목, 김은규, 이상우, 이슬기에게도 감사를 드립니다. 목사의 자녀로 자라 목사가 될 수 있도록 키워주신 아버지와 어머니, 예쁜 아내를 선물처럼 허락하신 장인, 장모님, 그리고 아빠가 서재에서 나오기만을 기다리는, 한집 사는 성도들, 성빈, 윤성, 유안이와 사랑하는 아내 이지민의 희생과 사랑에 감사를 드립니다.
정중현 올림
--- 서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