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테크 시장도 예외 없이 큰 변화를 겪고 있다. 새 시대를 연 스타트업으로 칭송받던 일부 유니콘 IT 기업들에게서 구조 조정 소식이 들려왔다. 반면 코로나19 사태의 수혜로 폭발적인 성장을 한 기업들도 있다. 불확실성의 시대에 필자들이 찾아낸 ‘변하지 않는 것’은 바로 무언가를 갈망하는 ‘인간의 욕구’다. … 사람은 누구나 특정 상황에 놓였을 때 그에 따른 욕구를 충족하려는 경향이 있다. 이를 비즈니스에 반영할 수 있다면, 그 비즈니스는 분명 욕구와 맞물려 ‘작동하게’되어 있다. 이 책은 기본적으로 매슬로의 욕구 7단계를 바탕으로 전체를 구성했고 각 욕구에 해당하는 글로벌 테크 비즈니스 사례를 찾아 분석하고, 어떤 욕구가 작동하도록 설계되어 있는지 파악하려고 했다. 이 책은 인간의 심리적 욕구가 어떤 특징을 갖는지 살펴본 후 해당 욕구가 잘 반영된 비즈니스 사례를 필자들만의 시각으로 분석한 결과이다. ‘심리학과 경영학을 융합한 글로벌 비즈니스 분석서’라고 할 수 있다.
--- 프롤로그「인간의 욕구, 불확실성 시대에도 변하지 않는 한 가지」 중에서
‘그래비키 랩스’는 대기오염의 원인 중 하나인 디젤 엔진의 매연 분진을 실제 사용 가능한 잉크인 ‘에어-잉크’라는 제품으로 만든다. 그래비키 랩스는 인도 거리에서 뿜어져 나오는 검은 매연을 보고 검은색이 일상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색이라는 점에서 착안해 탄소를 재활용하는 방법을 개발했다. 특수한 수집통 칼링크로 매연 분진을 모아 유해물질을 제거한 후 탄소를 수집한다. 이렇게 모은 탄소를 물과 결합해 잉크로 재탄생시킨다. 그래비키 랩스는 인도 전역에서 이 방법을 실행해 약 16억 마이크로미터의 매연을 수집했다. 이는 1억 6,000만 리터의 공기를 정화한 것과 같은 양으로 약 1,000리터 가량의 잉크를 생산할 수 있었다. 차량 매연에서 만들어지는 초미세먼지는 우리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아 한번 몸에 쌓이면 배출되지 않아 치명적이다. 에어-잉크는 이런 불안감 속에 매일 마스크를 쓰며 미세먼지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려는 사람들의 욕구를 충족시키면서 지구 온난화 문제 해결에 기여하고 있다.
--- Chapter1.「근본적인, 그래서 가장 절실한_생리적 욕구」 중에서
모바일 앱 시장의 성장과 코로나19로 인해 배달음식 시장이 커지면서 관련 업체들의 인수합병도 활발하다. 우버이츠는 ‘그럽허브’를 인수해 미국 최대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는 도어대시를 추월한다는 계획을 세웠었다. 그러나 네덜란드의 테이크어웨이닷컴이 우버이츠가 제안한 금액보다 높은 약 8조 7,000억 원(73억 달러)을 제시하며 인수에 성공했다. 그럽허브는 경쟁사 심리스, 잇24, 메뉴페이지를 인수한 데 이어 테이크어웨이닷컴과 합병함으로써 글로벌 시장에서 가장 큰 배달음식 플랫폼이 되었다. … 그럽허브는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욕구, 즉 배고픔을 해결하고 편리함을 추구하고 싶다는 두 욕구를 성공적으로 결합시킨 욕망의 플랫폼이다. 맛과 건강을 토대로 충족되던 음식에 대한 욕망이 어디서 어떻게 먹는지 까지 확장된 것이다. 덕분에 샌프란시스코, 시카고, 뉴욕 등 미국 대도시에서 많은 사용자를 확보하며 빠른 속도로 성장할 수 있었다.
--- Chapter1.「근본적인, 그래서 가장 절실한_생리적 욕구」 중에서
코로나19가 확산된 이후, 줌은 전 세계 사람들이 선택한 언택트 시대의 대표 화상 회의 솔루션이 되었다. 기업뿐만 아니라 개인도 쉬운 사용방법과 다양한 기기에 접속 가능하고, 특히 좋은 품질의 비디오를 제공하는 줌을 선택했다. 2020년 2분기 한 달 평균 줌의 이용자 수는 1억 4,800만 명이었고, 이는 2019년 대비 47배 증가한 숫자였다. 2020년 초 대비 주가는 369퍼센트 상승했다. 지금 줌에서는 비즈니스 미팅 이외에도 다양한 연결이 이뤄지고 있다. 기타 교습이나 요가 수업이 열리기도 하며, 학교 정규 수업이 진행되기도 한다. 각자 집에서 음식을 먹으며 회식을 진행하거나 파티를 열기도 하며, 소중한 결혼식을 올린다. 물리적으로 떨어져 있을 수밖에 없는 코로나19 대유행 시기에도 줌을 통해 연결을 이어가며 소속감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줌의 CEO인 에릭 위안이 대학생 때부터 가졌던 연결되고자 했던 욕구는 이제 줌이란 이름으로 전 세계를 잇고 있다.
--- Chapter3.「사람은 언제나 함께여야 한다_사랑과 협업의 욕구」 중에서
재미교포 2세인 강수현, 강아름, 강다운 자매는 ‘스와이프에 지친 사람들을 위한 의미 있는 데이팅’이란 목표 아래 뉴욕에서 ‘커피 미츠 베이글’을 창업했다. … 커피 미츠 베이글은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통해 데이팅 상대를 추천한다. 인공지능 알고리즘은 사용자가 입력한 사진, 종교, 나이, 거주지, 술, 약, 담배 소비 여부, 학력 등 여러 데이터를 분석한다. 사용자가 앱을 사용하면서 어떤 이성에게 ‘좋아요’를 누르고 ‘패스’를 눌렀는지 분석해 추천에 반영하기도 한다. 통계적으로 지인을 통한 소개팅보다 횟수가 많고 성공할 확률도 높다. … 2015년에는 미국의 유명 비즈니스 리얼리티 쇼인 [샤크 탱크]에 출연해 6억 원(50만 달러)에 5퍼센트 지분 투자를 받고자 했다. 이들의 발표를 들은 전설적인 투자자 마크 큐번은 360억 원(3,000만 달러)으로 100퍼센트 지분 인수를 역제안했다. 당시 프로그램 통틀어 최고액이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강 자매의 대답은 ‘No’였다. 모든 투자자가 안타까움에 한숨을 쉬었지만, 강 자매는 더 큰 성공을 거둘 자신이 있었다. 커피 미츠 베이글은 2018년 144억 원(1,200만 달러)을 투자 받아 현재 가치는 984억 원(8,200만 달러)으로 계속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2019년에 는 5,000만 건의 매칭 달성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 Chapter3.「사람은 언제나 함께여야 한다_사랑과 협업의 욕구」 중에서
‘로레알’은 인간의 아름다워지고 싶다는 욕망을 가장 잘 활용하고 있는 기업이다. 독일의 시장 조사 업체 스태티스타가 발표한 2018년 세계 뷰티 브랜드 매출 순위에 따르면 로레알은 2018년 한 해에만 95조 원(810억 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2위 기업인 유니레버보다 약 4배나 많은 수익을 올린 독보적인 시장 리더임을 알 수 있다. 테크 관점에서 로레알은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그중 가장 눈에 띄는 사례가 모디페이스다. 모디페이스는 2018년 로레알이 인수한 캐나다 스타트업으로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 AR) 기술을 활용해 소비자가 화장품 구입 시 겪는 어려움을 해결하는 데 초점을 맞춘 솔루션들을 제공하고 있다. 모디페이스가 개발한 시스템을 통해 립스틱이나 아이섀도의 색이 내 얼굴에 잘 맞는지 사진을 찍어 증강현실 시스템으로 손쉽게 여러 제품을 테스트해볼 수 있다. 직접 제품을 발라보지 않고 말이다.
--- Chapter6.「아름다움, 그 강력한 유혹_심미적 욕구」 중에서
글로벌 테크 비즈니스를 이야기할 때 주로 언급되는 내용은 객관적인 사실, 즉 투자 금액이 얼마고, 어떤 신기술이 적용됐고, 가격이 얼마인지가 정보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반면 ‘인간의 욕구’는 그 중요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불확실성이 늘어나는 경제 상황일수록 인간의 욕구는 이전보다 더 주목받아야 할 대상이다. 심리적 욕구는 상황에 따라 그 계층이 달라질 뿐 어느 정도 정형화되어 있고 예상 가능한 특징이 있기 때문이다. 사람의 욕구는 결핍을 제거하고 성장을 지향하려는 관성이 있다. 코로나19 사태에서도 형태만 약간 바뀌었을 뿐 정형화된 욕구는 변함이 없었고 오히려 더 강화되는 모습을 보였다. … 인간의 욕구는 비즈니스의 성공 여부를 가늠한다. 최첨단 기능으로 무장한 IT 기기를 정성껏 만들었다고 해도 이를 사용하는 사람이 없다면 무용지물이다. 고객들이 어떤 욕구를 충족하길 원하는지 파악하고 그에 잘 대응할 수 있는 비즈니스 전략을 펼쳐야 한다. 앞서 살펴본 수많은 사례들이 증명하듯, 인간의 욕구를 파악하는 일은 글로벌 테크 비즈니스의 첫 걸음이 되어야 할 것이다.
--- 에필로그「결국 해답은 사람에게 있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