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장
요양병원의 병실에 들어서면 흐뭇한 풍경이 여기저기서 펼쳐진다. 어느 효자도 하기 힘든 정성어린 수발이다. 여기가 바로 극락이요, 천국이다.
손·발톱을 깎아드린다. 머리를 감겨드린다. 세수를 해드린다. 눈곱을 닦아드린다. 머리를 빗겨드린다. 면도를 해드린다. 머리를 깎아드린다. 밥을 먹여드린다. 양치질을 해드린다. 몸을 일으켜세운다. 배설물 냄새가 진동하는 기저귀를 갈아드린다. 환자들을 수발하는 이런저런모습들이 여기저기서 벌어진다.
요양병원에 입원한 환자 중에는 스스로 몸을 관리할 수 없는 환자가 대부분이다. 몸을 꼼짝도 할 수 없는 와상臥床환자도 있다. 인지기능이 좋지 않거나 손이 떨리거나 시력이 좋지 않아 간단한 도구조차 제대로 다루지 못하는 환자가 대부분이다. 여기서는 숟가락질만 할 수 있어도 큰 축복을 받은 환자이다.
요양병원은 세월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여 몸과 마음이 지쳐버린 어르신의 손과 발이 되어주고 아픈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곳이다. 자식들에게 신세를 지지 않고 내 몸을 맡길 수 있는 노년의 공간이다. 노후에 찾아야 할 안식처이고, 노년의 아픈 몸을 치료해주는 현대판 효자가 기다리는 곳이 바로 오늘날의 요양병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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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는 얼마나 발병하나 치매는 뇌가 노화되어 나타나는 퇴행성질환이다. 그러므로 나이가 많이 들수록 치매환자가 점점 더 많이 나타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상이다. 노령화 현상이 심한 우리나라에서는 앞으로 치매환자가 꾸준히 증가하리라고 전망한다.
2012년에 시행된 전국적인 치매역학조사의 결과에 의하면, 우리나라65세 이상 노인에게서 발생하는 치매 유병률은 9.18퍼센트로 나타났다.
연령별 유병률은 65세를 기준으로 하여 5세가 증가할 때마다 거의 2배로 늘어났다. 즉 65~69세 사이는 1.3퍼센트였던 유병률이 85세가 넘어서면 33.9퍼센트로 증가하게 된다. 그 중 알츠하이머 치매 유병률은 6.54퍼센트로 전체 치매의 71.3퍼센트를 차지하였고, 혈관성 치매가 1.55퍼센트로 전체 치매의 16.9퍼센트를 차지하였다.(한국치매예방협회)실제로 분당서울대학교병원의 연구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급속한 인구 고령화와 평균수명 증가에 따라노인 인구가 6백만 명임을 감안했을 때 12분마다 1명씩 새로운 치매환자가 발생하고 있으며, 60분마다 1명씩 치매환자가 사망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특히 74세 이하의 초기 노년기에는 매년 노인인구 1천 명당 3.5명씩 치매환자가 발생하는 반면, 75세 이상의후기 노년기에는 매년 노인인구 1천 명당 14.7명씩 치매환자가 발생하고있다. 또한 치매 전 단계에서 나타나는 경도인지장애 환자의 경우, 치매로 진행될 가능성은 10~15퍼센트이며, 정상 노인에 비해 치매 발병 위험이 5.7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의학신문 2015. 09. 15)
우리나라의 효 사상유교사상을 윤리의 근간으로 삼는 우리나라에서 모든 윤리는 효孝를 바탕으로 한다고 본다. 이를 근거로 삼았던 것은 “효는 모든 덕행의근본이며, 또한 교화의 근원이다”라고 주장했던 공자사상에서 비롯된다. 공자는 또 『논어』의 「위정편爲政篇」에서 “부모 생전에는 예를 다하여모시고, 돌아가시면 예로써 장사지내며, 제사지낼 때는 예를 어기지 않는다”라고 말하였다.(차용준 17)
효의 일반적인 의미는 자식이 부모를 곁에 모시면서 정성껏 잘 섬기는 것이다. 부모님이 겪는 고통을 덜어주고 마음을 편하게 해드리는 것이다. 그런데 효 사상이 당대의 규범으로 지배하던 조선시대에 그 정도의 일상적인 효는 모든 사람이 당연한 도리로 알고 지켰다. 남에게 칭송받을 정도의 효를 실천하기 위해서는 일찍이 없었던 일상에서 벗어난효여야 했다. 그래서 효성이 지극하면 하늘이 감동하고, 이루어질 수 없는 일이 벌어진다고 했다.
이러한 사회적 상황에 영향을 받아 조선시대의 효는 현실에서 이루어질 수 없는 엽기적인 방법이나 설화적인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이러한문화를 탄생시킬 수 있는 배경에는 우리의 언어적 표현도 한몫을 담당하였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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