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역사를 통틀어 신뢰성의 결여와 부패는 늘 존재해 왔다고 말하는 것이 나을지 모른다. (…) 분명한 것은 인간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 사람이 신뢰할 만하지 못하다는 사실을 보여 주는 정보를 얻기가 쉬워졌다는 점이다.
--- p.9, 「01 신뢰의 위기? 혹은 모든 이론의 기초」 중에서
나는 신뢰가 물리적 우주에 존재하는 암흑 물질과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암흑 물질은 거대하지만 감지하기 어려운 물질로, 행성과 지구 물질을 묶어 주는 역할을 한다. 이와 마찬가지로 신뢰는 주변 어디에나 있지만 고요한 힘으로, 때로는 현대 사회에서 사람들을 연결하고 사회적 관계를 맺고 기능하게 한다. 신뢰 없이는 우리의 사회적 ‘우주’가 존재하지 못할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 p.10, 「01 신뢰의 위기? 혹은 모든 이론의 기초」 중에서
일상적인 거짓말이나 소위 선의의 거짓말에 대한 연구에서 드폴로 등(1996)은 사람들이 가장 자주 하는 거짓말이 과장된 거짓말이나 미묘한 거짓말(예컨대 관련된 세부 사항에 대한 언급을 피하거나 생략하는 것)이 아니라 노골적인 거짓말이라는 사실을 알아냈다. 사람들이 가장 자주 하는 긍정적인 거짓말은 어떤 것이나 누군가를 실제보다 더 좋아하는 척하는 것이었다.
--- p.29, 「02 섹스, 거짓말, 그리고 비디오테이프」 중에서
드폴로 등(1996)은 일기 연구를 통해 거짓말의 동기를 파악했다. 연구자들에 따르면, 타인에게 득이 되는 거짓말보다 자기 자신에게 득이 되는 거짓말을 할 확률이 약 두 배 높다. 사람들이 자기 중심적인 거짓말을 하는 이유로는 자신의 외모를 더 나아 보이게 하거나 자신의 기분을 더 좋게 하기 위해서, 혹은 난처하거나 불쾌한 상황에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 또는 감정적 상처를 입지 않거나 자존감이나 타인의 애정을 구하기 위해서 등이 있다.
--- p.30, 「02 섹스, 거짓말, 그리고 비디오테이프」 중에서
퀄터(Qualter) 등(2013)은 타인에 대한 신뢰가 낮으면 아동기와 청소년기에 걸쳐 외로운 감정이 커지는 것은 물론 우울증 증상이 나타나고 전반적인 건강이 안 좋아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 결과를 종합해 보면, ‘지나치게 신뢰가 없다면’ 다양한 형태의 부적응이 심화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p.43, 「03 신뢰의 미묘한 균형 잡기」 중에서
(…) 또래에 대한 신뢰가 매우 높은 아이와 매우 낮은 아이 모두 신뢰가 중간 수준인 아이에 비해 또래로부터 거부당하고 배제되기 쉬우며, 사회적 수용을 인식하는 정도가 낮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또한 신뢰가 매우 높은 아이와 매우 낮은 아이는 중간 수준의 아이에 비해 지속적으로 높은 수준의 심리적 부적응(외로움, 우울, 불안)을 보였다.
--- p.45, 「03 신뢰의 미묘한 균형 잡기」 중에서
대부분의 사람들(90%)이 자신이 배신을 당한 뒤에 관계가 악화되었다고 말했지만, 적지 않은 수(50%)가 자신이 상대방을 배신한 뒤에 관계가 이전과 똑같거나 심지어 좋아졌다고 답했다. 배신을 당한 사람은 관계가 절망으로 치닫는다고 느끼지만, 흥미롭게도 배신을 한 사람은 관계가 변함이 없거나 개선되었다고 답했다. 사람들은 자신이 다른 사람을 배신해서 일어나는 결과를 스스로 인식할 때에는 자기 편향적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 p.47, 「03 신뢰의 미묘한 균형 잡기」 중에서
(…) 이 결과는 거짓말을 하는 성인들이 학령기 아동에게 정직하지 못한 모델로 작용해서 그들에 대한 불신을 키운다는 것을 시사한다. 자신의 아이를 신뢰할 만한 사람으로 키우는 한 가지 방법은 사람들에게, 특히 자신의 아이에게 거짓말을 하지 않는 것이다. 물론 산타클로스 같은 사회적 관습과 관련된 거짓말은 여기에 해당되지 않는다.
--- p.62, 「04 부모가 키우는 아이들의 믿음」 중에서
연인 관계에서 신뢰에 대한 신뢰-애정 접근법은 렘펠과 그의 동료가 제시했다. 신뢰-애정 접근법은 연인 관계가 다음의 세 가지로 구성된다고 전제한다. 첫 번째는 예측 가능성으로, 과거의 상호 관계를 통해 얻게 된 안정적 성격(정직과 배려심)에 대한 기대를 말한다. 두 번째는 의존 가능성으로, 자신의 은밀한 정보를 상대방에게 공개함으로써 발생하는 위험을 기꺼이 감수하고 상대방의 약속을 신뢰하는 것을 일컫는다. 세 번째는 신뢰로, 연인의 배려 깊은 반응과 견고한 관계에 대해 느끼는 확신과 안심을 의미한다.
--- p.68, 「05 연인 관계의 몇 가지 그림자」 중에서
연구에 따르면, 경찰에 대한 신뢰와 통계적으로 관련 있는 요소는 (관련성이 높은 순서대로) 사람들이 인식하는 부패 정도, GNP에서 복지비가 차지하는 비중, 날이 저문 후 동네에서 혼자 다닐 때 안심할 수 있는 정도였다. 흥미롭게도 경찰에 대한 신뢰와 절도를 당할지도 모른다는 우려 사이에는 눈에 띄는 연관성이 없었다. 국가별로 경찰에 대한 신뢰도가 (통계적인 측면에서) 차이 나는 주된 원인은 사람들이 인식하는 부패 정도 때문이었다.
--- p.95, 「07 경찰은 믿음직한가」 중에서
여러 연구에 따르면 미국에서 경찰에 대한 신뢰는 인종과 관련이 있다. (…) 경찰에 대한 신뢰가 높다고 응답한 사람들은 사회적 자본, 나이, 수입이 모두 높았다. 백인에 비해 흑인은 경찰에 대한 신뢰가 낮다고 응답했고, 다른 변수에 비해 인종이 경찰에 대한 신뢰에 있어서 가장 강력한 통계상의 예측 변수였다. 이러한 결과는 신뢰에 대한 사회적 자본 접근법을 뒷받침한다.
--- p.97~98, 「07 경찰은 믿음직한가」 중에서
뉴욕과 같은 대도시 자료를 보면 경찰이 저지르는 위법 행위의 피해자가 흑인인 경우가 비정상적으로 많다(카츠 참고, 2015). 하지만 이것만으로 경찰이 직무를 수행할 때 인종적 편견을 가지고 있다고 최종 결론을 도출할 수는 없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상황이 지닌 도덕적, 사회적 복잡성을 염두에 두는 것이다. 특히 지금까지 나타난 관계와 반복되는 양상은 경찰과 잠재적 범인(이 둘은 상호적) 사이의 역학은 물론, 소수 집단과 경찰 간의 관계에 대한 감정적인 발언과도 서로 복잡하게 얽혀 있다.
--- p.100, 「07 경찰은 믿음직한가」 중에서
어느 정도의 정치적 냉소주의가 정치의 건전성을 유지하는 데 필요하다고 말하는 사람도 분명 있다. 하지만 대다수의 저자들은 민주주의가 작동하려면 정치인과 정부에 대한 신뢰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워런Warren 참고, 1999, 2004). 민주주의 국가에서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부족하면 국민은 정치 과정에 참여하지 않고, 정부 정책도 따르지 않는다(개런Garen, 클라크Clark, 2015).
--- p.117, 「09 정치인은 벌거벗은 임금님」 중에서
정치인에 대한 신뢰도가 낮으면 민주주의에 대한 긍정적인 태도가 감소하고, 투표가 강제적이지 않을 때 투표율이 떨어지며, 항의하는 형태의 행동(시위 참가 등)을 통해 불만을 표현하는 사례가 증가한다.
--- p.120, 「09 정치인은 벌거벗은 임금님」 중에서
단어 회상을 통해 신뢰를 인지하도록 점화(priming)하는 것이 신뢰와 사회적 참여를 촉진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로텐버그, 2010; 연구 4). 이러한 점화가 인지 행동 치료와 결합하면 신뢰가 낮은 사람을 치료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타인에 대한 신뢰가 낮고 그로 인해 심리 사회적 문제를 보이는 환자는 치료 과정에서 가상의 사회적 관계를 통해 신뢰를 인지할 수 있다. 치료가 끝난 후에도 실제 사회적 관계에서 신뢰를 인지할 수 있도록 환자는 치료사의 지도하에 스스로 유도하는 방법을 배우게 된다. 치료사는 이러한 방법을 실행함에 있어 지나친 신뢰로 인한 잠재적 문제들을 고려하고, 환자가 사회적 관계에서 타인에 대한 객관적인 신뢰성을 가질 수 있도록 신경 써야 한다.
--- p.161, 「12 신뢰 쌓기」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