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통이 있다.
두통은 대부분 사람들이 겪는다. 유난히 길고 힘든 한 주를 보낸 금요일에 찾아오는, 머리가 욱신거리는 고통. 커피를 마셔도 더 이상 도움이 되지 않고, 사방의 벽이 죄어들어오는 듯하고, 당장이라도 가까운 책상 밑에 기어들어가고 싶다. 그 주 내내 ‘대체 이보다 힘든 한 주가 있을까?’라고 생각했는데, 두통이 ‘응, 있어. 지금이야.”라고 대답하는 격이다. 하지만 이렇게 익숙하기까지 한 두통이 우려했던 대로 다른 질병, 그것도 아주 심각한 사태로 발전한다면? 이러다 언젠가 동맥류가 터져버리는 거 아냐?’ 했던 생각이 진짜 현실이 되어버린다면? 공포에 휩싸이기 전에 일단 마음을 가라앉히고 사실을 따져보자. 두통이 너무 심해서 응급실에 가는 사람들이 꽤 있다. 실제로 응급실 환자 50명 중 1명은 두통 때문이다. 게다가 이 사람들 대부분은 생명에 지장이 없다. 그러니 여러분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하지만 진짜 종양이라면? 때로는 두통이 어떤 질환이나 질병의 근본적인 문제일 수 있고, 심지어는 생명을 위협하는 첫 징후일 수도 있다. 게다가 많은 사람들이 두통이 계속 나는데도 적절한 치료를 받지 않아 불필요하게 고통을 겪고 있다. 그렇다면 이 지끈거리는 머리통을 검사해 봐야 할지 아니면 그대로 둬야 할지를 어떻게 판단할 수 있을까?
--- p.19
피로하다.
사람이 매일 24시간 연중무휴로 영화 속 슈퍼맨처럼 살아 갈 수 없다. 인생은 해야 할 일이 많을 뿐만 아니라, 매일 밤 여덟 시간씩 꼬박꼬박 자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인성이 사이코패스 같은 데다 배려심이라고는 1도 없는 상사 때문에 야근도 모자라 철야를 하는 날도 있고, 아기가 울음을 그치지 않는 바람에 달래느라 밤을 새는 날도 있으니까. 하지만 별 뚜렷한 이유도 없이, 그리고 잠도 충분히 잔 것 같은데, 항상 피로감을 느낀다면? 몇 년 전에 비해 확실히 피로의 강도가 달라졌다면? 그 피로라는 감각을 정확히 묘사하기는 어렵겠지만, 대개는 ‘건전지가 닳은 듯’하고, ‘기진맥진’하며, ‘힘이 없고’, ‘집중력이 떨어지는’ 느낌일 것이다. 종합해서 말하면 내가 내가 아닌 느낌이다. 이런 증상이 반 년 이상 계속된다면 ‘만성’이라고 할 만하다.(물론 만성 피로를 느낀다고 해서 반드시 ‘만성피로증후군’이라고 하는 특정 질환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냥 지금보다 수면 시간을 늘리고 숙면을 취하는 것으로 해결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기운을 쑥쑥 빨아먹는 기저 질환이있다는 의미일 수도 있다.
--- p.21
눈을 감아도 잠이 오지 않는다.
눈을 감고 누웠지만 도저히 잠이 오지 않는가? 수면 전문가들은 차라리 침실에서 나와 길고 지루한 내용의 책을 읽는 등 긴장이 풀리는 일을 하고, 눈꺼풀이 저절로 내려앉는 정도로 졸리게 되면 그제야 침대로 돌아가라고 권고한다. 이렇게 하면 뇌는 침대가 스마트폰이나, 텔레비전을 보거나, 말똥말똥 누워서 잠들지 못하는 것을 걱정하는 자리가 아니라 잠을 위한 것이라는 분명한 메시지를 뇌에 전달한다.
--- p.42
어지럼증이 있다.
어지럼증을 치료할 때 문제가 되는 것 중 하나는, 어지럼증이라는 말 자체가 여러 가지 다양한 느낌을 나타내기 때문이다.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처럼 정신이 멍하다면, 머리가 핑핑 도는 느낌이라고 해야 보다 정확한 표현이다. 이 느낌은 뇌에 혈액이 충분히 공급되지 않을 때 발생하며, 듣기에는 무시무시하지만 반드시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징후는 아니다. 중요한 것은 이제부터 설명하는 것처럼 증상이 얼마나 자주 발생하는가, 그리고 ‘어떤 상황에서 발생 하는가’ 이다. 메스꺼움과 주위가 빙글빙글 도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면 현기증이라고 할 수 있다. 대개는 머리를 돌리거나 눈을 감으면 느낌이 더 강해지는데, 이럴 때 대개 어르신들은 “귓속에 돌이 빠졌다”고 말하곤 한다. 현기증은 머리의 평행감각을 유지하는 몸의 주요 기관인 ‘래버린스(미로기관)’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서 일어난다.
--- p.48
건망증이 있다.
아침에 스마트폰을 어디다 두었는지 기억나지 않아 한참을 찾다 보니, 문득 이런 건망증이 심각한 기억 상실증으로 전이되는 징조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든 적이 있는가? 이러다가는 언젠가 내가 한밤중에 팬티 바람으로 거리에 나가 돌아 다니는 걸 경찰이 목격하게 될까 봐 겁이 더럭 나지 않았는가? 건망증은 노년층에게 아주 흔한 증상이다. 하지만 단순한 건망증이 진짜로 문제가 되고 부정할 수 없는 치매로 이어지는 시점은 언제일까? 건망증이 너무 심해져 늘 하던 일을 제대로 마치지 못하게 되는 때는 언제일까? 나는 지금 어느 단계에 있는 걸까? 의학계에서 ‘치매’라는 용어는 기억력이 차츰차츰 감소하여 삶의 질 전반을 방해하는 현상을 가리킨다. 흔한 증상으로는 이름이나 개인의 신원 정보를 떠올리지 못하거나, 자신이 어디 있는지를 정확히 인식하지 못하거나, 여러 단계로 이루어진 일을 완수하지 못하게 된다. 치매에서 가장 큰 문제는 증상이 심해지면 혼자 힘으로 살아가기가 불가능해진다는 점이다.
--- p.57
목에 혹 또는 멍울이 있다.
목은 딱딱한 두개골과 흉곽을 부드럽게 이어주는 비교적 물렁한 부위이다. 목 안쪽으로는 척수, 머리 부위에 피를 공급하고 또 빼내는 주요 혈관들, 입과 위를 연결하는- 식도, 입과 허파를 연결하는- 기도, 신진대사를 조절하는- 갑상선, 칼슘 농도를 조절하는- 부갑상선, 면역세포가 들어 있고 사슬이 여러 줄 모인 듯한 생김새의 -림프절이 있다. 이 모든 것들이 모여 있기에 오랫동안 목은 우리 목숨을 빠르게 끊으려는 굶주린 포식자에게 군침이 흐르는 완벽한 목표물이었다. 목은 뼈로 둘러싸인 부위가 아니기에 혹이나 멍울이 있을 경우 만져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가끔은 이전부터 단단한 부분이 있었는데 얼마 전에야 목을 만지다가 우연히 알아차리기도 한다. 예를 들어 목 아래, V자형 부분을 만져 보면 연골로 된 여러개의 고리가 있는 후두가 느껴진다. 남자인 경우는 무언가를 삼킬 때마다 목 중앙에서 오르락내리락하는 목젖도 있다. 하지만 그 외의 다른 혹이나 멍울이 있으면 흔해 빠진 감기에서 본격적인 암 덩어리까지 질환이 있다는 증거인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그저 대책 없이 이 혹이나 멍울이 저절로 사라지기만을 바라야 할까, 아니면 병원으로 달려가 조직검사를 받아봐야 할까?
--- p.90
가슴에 통증이 있다.
가슴 통증은 심각한 증상이다. 이건 괜히 하는 말이 아니다. 우리 저자들도 지금 이 부분을 재미있는 이야기로 시작해 보려했으나 결국 실패했다. 못 믿겠다면 의사들이 모인 자리에 가서 지금 가슴이 조여 드는 듯한 통증이 느껴진다고 호소하고, 조금 있다가 그냥 농담한 것이라고 해 보시라. 억지웃음이라도 웃어주는 의사는 한 명도 없을 것이다. 가슴 통증이 도저히 농담거리가 될 수 없는 이유는 뭐니뭐니 해도 가슴 통증은 심장 근육의 일부가 더 이상 생명 유지에 적절한 혈류를 감당할 수 없게 되었다는, 즉 심근경색(심장마비)을 의미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심근경색은 사망까지 포함하여 재앙에 가까운 합병증으로 급속히 이어질 수 있으므로, 의사라면 누구나 눈앞에 심근경색이 왔을지도 모르는 사람이 있다면 동요하지 않을 수가 없다. 대부분의 응급실에서 가슴 통증으로 실려온 환자는 도착한 지 10분 이내에 진료를 받아야 한다.
--- p.107
심장 박동이 빨라지거나 불규칙하다.
심장 박동이 빨라지거나 불규칙해지는 현상을 의학 용어로는‘심계 항진(두근거림)’이라고 한다. 심계 항진이 있지만 당장 의식을 잃지는 않을 것 같다면, 맥박을 재어 보자. 먼저, 초침이 달린 시계를 가져오거나 스마트폰의 타이머 기능을 켠다. 왼손 손바닥을 위로 보게 하고 오른손 검지와 중지를 왼손 손목에 댄다.(왼손 손가락을 오른손 손목에 대도 상관없다.) 그런 다음 15초 동안 맥박이 몇 번 뛰는지 재고, 그 숫자에 4를 곱한다. 그렇게 해서 나온 숫자가 여러분의 분당 맥박수이다. 쉬고 있을 때의 정상 맥박은 보통 분당 60에서 100 사이지만, 젊거나 규칙적으로 운동을 한다면 분당 50회가 될 수도 있다. 운동을 하거나 깜짝 놀랄 사건을 겪는다 해도 심박수가 220에 본인의 나이를 뺀 수를 넘으면 안 된다. 또한 어떤 상황에서든 맥박은 규칙적이어야 한다. 아주 가끔 박동이 건너뛰는 정도는 괜찮다. 심장이 갑자기 두근두근 거린 다면, 신경 쇠약이라는 뜻일까? 아니면 지금 당장 구급차를 부르라는 심장의 울부짖음일까?
--- p.113
배가 살살 아프고, 구토한 지는 하루나 이틀 되었고 설사도 좀 한다.
위장염일 가능성이 있다. ‘위 독감’라고도 하며, 흔히 감염 때문에 위와 장이 자극을 받아서 생긴다. 가장 흔한 증상으로는 메스꺼움, 구토, 설사, 약한 복통이 있다. 열이 나는 사람도 있다. 묽은 죽이나 구강 전해질 용액 같은 수분을 섭취하는 것이 핵심이다.(게토레이 같은 스포츠 드링크도 좋지만, 스포츠 드링크류는 설사로 몸에서 빠져나간 체액을 보충하기에 알맞은 제품은 아니다.) 위가 괴롭지 않도록 간을 싱겁게 한 음식을 조금씩 먹는다. 위장 약을 복용하여 위가 받는 자극을 가라앉히는 것도 좋다. 이런 조치를 취하면 며칠 안에 증상이 가라앉을 것이다. 그래도 나아지지 않으면 병원에 가는 것이 좋다. 만약 복통이 심하거나 설사에 피가 섞여 있거나, 머리가 빙빙 돌 듯 어지럽고 계속 구토가 나온다면 응급실로 가야 한다.
--- p.186
생리 중에 유방이 아프고 멍울 같은 것이 만져진다.
여성들 다수가 생리 기간이면 유방에 있는 작은 낭포들이 부어올라 통증을 느낀다. 양쪽 유방이 다 아프고 멍울이 있는 것처럼 느껴지면 괜찮은 것이다. 하지만 멍울이 너무 크게 느껴지거나 생리가 끝났는데도 없어지지 않는다면 유방 초음파 검사를 받아 보아야 한다.
--- p.198
생리 기간에 통증이 심하고 양도 많다(자궁근종).
자궁벽에 비정상적인 혹이 생기는 자궁근종일 가능성이 있다. 자궁근종은 아주 흔한 질환으로 특히 흑인 여성에게서 많이 발견된다. 악성은 아니므로 자궁 밖으로 퍼져나가지 않으며, 대개는 아무 문제도 일으키지 않지만, 생리 때 생리 혈이 많고 묵지근한 골반통이 생기는 경우도 있다. 드물게는 근종이 너무 커져서 자궁 주변 장기인 방광이나 장을 압박하기도 한다. 방광을 압박하면 소변을 자주 보게 되고, 장을 압박하면 변비가 생긴다. 자궁 내에 근종이 생기면 불임과 유산을 유발할 수도 있다. 병원에 가면 초음파로 자궁근종을 진단한다. 출혈이 문제라면 피임약과 여타 약물로 증상을 가라앉힐 수 있다. 자궁근종 때문에 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이고 약물 치료로도 나아지지 않는다면 수술로 크기를 줄이거나 제거해야 할 수도 있다. 의사가 자궁으로 가는 혈관에 화학물질을 주입하여 자궁근종 크기를 줄이는 방법도 있고, 자궁의 일부나 전체를 제거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자궁근종의 크기와 환자가 임신할 계획이 있는지 여부에 따라 적합한 치료법을 쓴다.
--- p.212
남성이고, 소변이 시원하게 나오지 않고 찔끔찔끔 나온다(전립선비대증).
전립선 비대증일 가능성이 있다. 전립선은 (방광에서 소변이 나오는 관인) 요도가 음경으로 들어가 몸 밖으로 나오기 직전까지 요도를 감싸고 있는 형태이다. 전립선이 비대해지면 요도가 눌려 좁아지기 때문에 소변이 나오려면 힘을 더 주어야 한다. 또한 전립선이 비대해지면 출혈이 요도 안으로 들어가 소변이 붉은색이 된다. 전립선 비대증보다는 드물지만 방광이나 전립선에 종양이 생겼을 가능성도 있으니, 병원에 가서 여러 가지 검사로 진단을 확정할 필요가 있다.
--- p.246
소변 볼 때 통증이 있다.
소변을 볼 때 통증이 있는 증상을 의학 용어로는 ‘배뇨 장애’라고 한다. 아주 흔한 증상이며 특히 여성들이 많이 겪는다. 그러니 이 증상의 내용은 여성들 위주로 쓰여졌다.(지금 이 글을 읽는 독자가 남성이고, 소변을 볼 때마다 통증을 느낀다면, 그 원인은 감염일 가능성이 높으니 병원에 가는 편이 좋다.) 배뇨 장애는 대개 전형적인 요로 감염증이 있음을 보여주는 증상이다. 소변은 평소에는 균이 섞여 있지 않지만, 소변에 박테리아가 번식하여 방광과 요도를 감염시키면 요로 감염이 되어 소변을 볼 때 통증을 느낀다. 그 외에 약품, (비누나 거품 목욕같은) 피부 자극물, 성병도 배뇨 장애의 원인이다.
--- p.251
대변에 피가 점점이 섞여 있다.
변비가 있으면 입맛이 둔해져서 체중이 감소하고, 변기에 오래 앉아서 힘을 주다 보니 치핵이 생기고 항문 주변의 혈관이 확장하여 피가 나올 수 있다. 반면에 대장에 종양이 있어 출혈이 생기고 대변이 장을 통과하지 못하게 막는 것일 수도 있다. 비정상적인 혹이 있는지 여부를 검사하는 대장 내시경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
--- p.277
배변을 한 후 피가 한두 방울 떨어진다.
치핵은 항문 주변의 혈관이 약해지고 울혈이 생긴 것이다. 대체로 노년기에 흔하지만 임신 중에 생길 수도 있고(골반 혈관이 눌리기 때문이다), 변비인 사람에게도 생긴다.(항문에 계속 힘을 주고 쥐어짜면 혈관이 상하기 때문이다.) 배변 중에 치핵이 찢어지면 대변에 피가 무늬처럼 들어가거나 변기에 피가 서너 방울 떨어진다. 병원에 가면 직장을 검사하여 진단을 확정하게 된다. 연령대에 따라 암이 아닌지 검사를 추가할 수도 있다. 치핵은 출혈, 가려움, 통증이 심한 경우에만 치료가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식이섬유를 많이 섭취하여 대변을 부드럽게 만들어 변비를 없애고, 운동을 해서 장이 활발히 움직이게 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또한 치핵이 있는 사람 대부분은 따뜻한 물로 좌욕을 하면 증세가 완화된다. 아니면 처방전 없이 살 수 있는 치핵 크림을 발라 통증을 가라앉히는 것도 좋다. 이 모든 방법이 소용없다면 수술로 치핵을 제거해야 할 수도 있다.
--- p.2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