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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개의 나

두 개의 나

: 세르주 갱스부르와 제인 버킨, 그 사랑의 기억

리뷰 총점9.2 리뷰 17건 | 판매지수 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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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12월 10일
쪽수, 무게, 크기 324쪽 | 428g | 130*194*20mm
ISBN13 9788932474373
ISBN10 89324743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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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 버킨은 그 시절부터 스타일이 확실했다. 북유럽 해변을 닮은 눈동자, 중학생처럼 자른 일자 앞머리, 늘씬한 몸, 허리 밑으로 굽이치듯 쭉 뻗은 하체. 팝 아트풍 원피스나 레이스가 주렁주렁 달린 가슴이 깊게 파인 블라우스를 즐겨 입던 제인은 물론 노브라였다. 미소 지을 때면 ‘복을 부르는 치아’로 불리는 살짝 벌어진 앞니가 훤히 드러났다. 아프리카에서는 벌어진 앞니 사이로 공기가 드나들어 만물이 순환하고 풍요로움을 가져온다는 믿음이 있다고 한다.
--- p.23

제인은 트러플 초콜릿을 만드는 재능뿐 아니라, 스윙잉 런던 스타일, 모델 트위기와 진 슈림프턴 Jean Shrimpton, 더 후The Who, 킹크스, 더 스몰 페이시스The Small Faces, 롤링 스톤스 등 프랑스령도 영국령도 아닌 배 위에 설치된 해적 방송 라디오 캐롤라인에서 흘러나오는 록 음악 등 이 도시의 상징을 십분 드러내는 스타일을 제대로 소화하는 재능 또한 타고났다. 런던은 성적 해방, 평화와 반핵 운동을 주장하는 청춘들을 꿈꾸게 하는 도시였다. 오스트리아 성과학자 빌헬름 라이히로부터 ‘굴레 없이 누리자’라는 슬로건을 빌려 온 런던의 청춘들은 나체를 즐기고 마약을 일삼았다. 섹스를 윤리와 연결하는 시대는 이제 끝났다. 모던하다는 것, 그것은 누군가와 망설임 없이 동침하는 것이다.
--- p.32~33

이제 막 파리에 발을 디딘 제인 버킨은 베르네유가의 집이 정리되길 기다리며 일단 그랭블라를 따라 세르주가 은신 중인 갱스부르의 부모님 댁으로 향했다. “사방에 바르도 사진뿐이었어요. 인터뷰를 하는 중이었는데, 브리지트와 녹음한 [사랑해… 아니, 난]을 볼륨을 잔뜩 높여서 기자에게 들려주더라고요. 나는 당연히 어디에 앉아야 하는지도 모르는 상태였는데, 혼자 속으로 그랬죠. ‘이 남자가 뭔데 이렇게 잘난 척이지?’” 잘난 체하는 인간, 괴상한 인간, 사디스트. 제인은 벌써 기가 질렸고 그가 영 마뜩찮았다.
--- p.82

세르주 갱스부르에게 사랑은 캘리그라피 예술과 같은 것이었다. 사랑은 굵기, 가늘기, 육체를 지닌 문자와도 같아서 서로를 어루만지고 날을 세우며 부딪치기도 한다. 저항하고 두들겨 패고 할퀴었다가도 어느새 누그러져 함께 잠자리에 든다. 그런데 갱스부르는 내내 마음 어딘가가 불편했다. (…) “요즘 가요계에서 내 위치는 매우 독특해. 사람들은 나를 두고 위선자라고 혹평을 던지기도 하지만, 나는 특별한 사명감 없이 그때그때 곡을 만들 뿐이지. 나름 품격 있다는 칭찬도 듣는 편인데, 하찮고 평범한 부류가 널린 엔터테인먼트 세계에서 자기만의 확고한 입지를 갖는 것은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야. 대도시보다는 소읍에서 첫째가 되는 편이 낫고, 장님들 사이에서 애꾸가 되는 편이 낫듯이.”
--- p.84

갱스부르는 스타의 삶을 원했으나, 그럴 운명을 타고 나지는 않았던 것 같다. 조명과 함께하는 삶이었지만 슬라브계 특유의 ‘뭐라 말할 수 없는’ 신중함, 죽음에 대한 존중과 엄숙함이 늘 따라다녔다. 확실히 버킨과 갱스부르 커플은 다른 누구에게서도 찾아 볼 수 없는 그들만의 유형을 만들어 냈다. 때로는 정도를 넘지만, 그 어디서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독특하고 눈부신 것을!
--- p.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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