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저마다의 인생이 모두 그 두 가지 풍경의 바다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한없이 아름다운 추억의 바다가 있고, 을씨년스럽고 희망이라곤 보이지 않는 어두운 현실의 바다가 있다. 절망적인 현실의 바다 앞에서 버틸 수 있는 건, 그래도 따뜻했던 기억 속의 바다가 아직 가슴속에 살아서 파도치고 있기 때문이다. 어깨를 빌려 기대 울 수 있는 사랑하는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 p.15, 「작은 아씨들」 중에서
나는 이 영화를 본 사람들과 사랑의 온도에 대해, 오래도록 지속할 수 있는 사랑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 체실 비치의 조약돌처럼 다양하고, 체실 비치에서 바라본 바다처럼 잔잔히 흐르는 사랑. 어쩌면 그것이 우리가 상상해야 할 사랑의 미래인지도 모른다.
--- p.25, 「체실 비치에서」 중에서
아무리 사람들 사이의 거리가 멀어진대도, 현실이 우리를 움쭉달싹 못하게 놔주지 않는대도, 누군가 함께라는 것만으로 우리는 괜찮을 것이다. 그게 우리가 행동으로 끌어당겨야 할 미래다. 샘이 테스에게 그랬던 것처럼, 테스가 샘에게 그랬던 것처럼, 밀물이 밀려오는 그 아침에 그 노인이 했던 것처럼, 샘의 가족들이 언제나 그런 것처럼.
--- p.30, 「테스와 보낸 여름」 중에서
바다는 태미에게 상상보다 훨씬 큰 시련을 주고, 그 시련을 견뎌낸 만큼의 힘을 준다. 자연이, 생이 우리에게 주는 것은 그런 것이다. 태미는 지금도 항해를 한다고 한다. 그녀는 험난한 바다에서 생존했고, 생존을 넘어 이야기를 통해 다시 살고, 다시 사는 것을 넘어 새롭게 사는 법을 보여주었다. 우리들 각자에게도 그런 기회가 있을 것이다. 우리는 아직 살아 있으니까, 삶이라는 바다 위에.
--- p.51, 「어드리프트:우리가 함께한 바다」 중에서
파도치는 백사장에 나란히 앉아 옆에 있는 사람의 숨소리에 내 호흡을 맞춰본 사람은 알 것이다. 사랑은, 영원은, 충만은, 바로 그 순간에 존재하는 것. 그 외의 것은 그림자일 뿐이란 것을. 문제는 그렇게 체념하듯 사랑하고픈 사람을, 만날 수 있을 것인가의 문제다. 율의 충고가 다시 떠오른다. 청춘들에게 전하노니, 결코 포기하지 말기를. 매력적인 그 사람과 바다에 가기를.
--- p.58, 「에브리타임 룩 앳 유」 중에서
파도의 포말 대신 마스크의 흰 물결 속을 헤치고 다닌 올 여름의 풍경을 결코 잊지 못할 것이다. 코로나 바이러스라는 파도를 함께 헤쳐나가면서 우리는 지구라는 한배를 탄 인간의 운명에 대한 각별한 연대감을 몸과 마음에 새기게 되었다. 또, 나에게 온 파도는 내가 넘어야 한다. ‘너와 파도를 탈 수 있다면’이라는 조건절 뒤에는 어떤 말이 생략돼 있는 걸까. ‘혼자서도 파도를 탈 수 있어’가 아닐까. 어떤 파도를 만나든 부디, 히나코와 미나토처럼, 서로를 힘껏 응원하며 마음껏 즐길 수 있기를.
--- p.85, 「너와 파도를 탈 수 있다면」 중에서
완벽하게 신뢰하라. 자신이 사랑하는 것을 그리고 자기 자신을. 자기 덫은 스스로 풀라. 그 누구도 기다리지 말라. 바다로 데려다주겠다는 약속 따윈 믿지 말라. 그 바다가 네가 원한 자유의 바다가 되려면 거기까지 네 발로 가야 한다. 순풍에 돛 단 듯한 삶은 없다. 영화는 안나가 그토록 원한 바다를 단 한번도 보여주지 않았다. 안나는 지금도 그곳을 향해 가는 중이다.
--- p.109, 「안나」 중에서
오늘의 폭염을 견딜 수 있는 것은 체력이 좋아서가 아니라 이 뜨거움도 곧 지나갈 것을 확신하기 때문이다. 철지난 바닷가에 가보고 싶다. 내 마음속에 아직 남아 있는 톰과 필립을 데리고서……. 청춘의 기운을 잃은 태양의 가난을 동정하기보다는 흐리게 저물어가는 세월 속의 호젓한 풍요를 기뻐하는 나를, 계절의 길목에서 만나게 되리라.
--- p.115, 「리플리」 중에서
“인간은 패배하기 위해 태어난 것이 아니야. 인간은 파괴될 수는 있지만 패배하지는 않는 거야.” 한 해의 마지막이 가까워올 때마다 「노인과 바다」를 생각한다. 운명이 우리에게 허락한 시간에서 또 1년의 시간이 빠져나가지만 각자 자신의 생에 대한 자부심과 품격을 스스로 지켜냄으로써, 결코 패배하지는 않은 한 해였기를 바라면서.
--- p.143, 「노인과 바다」 중에서
영화가 세상의 창이며 거울이라는 말이 실감날 때가 있다. 마치 우리에게 일어날 일을 예언하며 경고하듯 재난상황을 연출하는 영화를 볼 때가 그렇다. 영화 속, 감염된 자의 눈동자에는 무언가가 있었다. 자, 이제 당신의 눈동자를 들여다보라. 내가 나 자신뿐만 아니라 타인을 위험에 빠뜨리는 위험한 존재일 수 있음을 인정할 수 있는가. 당신이 사랑하는 사람의 눈동자를 들여다보라. 바다와 같은 염도와 깊이와 반짝임을 간직한 그 눈동자 속에 무엇이 일렁이고 있는지를 들여다보라.
--- p.199, 「씨 피버」 중에서
바다는 변함없이 바다일 뿐이다. 인생도 사랑도 바다 같은 것 아닐까. 모든 걸 품을 수 있고, 그 어떤 일도 일어날 수 있다. 혼자가 아닌 함께라면, 자신의 마음을 믿는다면 언제든, 바로 지금 이 순간에도 새로운 항해를 시작할 수 있다. 그것이 트래비스의 선택이었다. 이 순간 당신의 삶에서도 그런 기적이 분명, 일어나리라고 믿는다. 당신이 선택하기만 한다면.
--- p.224, 「초이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