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은 사람에 관한 학문으로 문학, 역사학, 철학을 의미한다. 인문학은 개인, 회사나 도시 그리고 국가를 성장시키고 발전케 하는 자양분이며,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여러 가지 역기능이나 부작용을 치유할 수 있는 처방 약이 되기도 하고, 그에 맞는 격을 생성시키기도 한다. 사람에게 인격이 있듯이 회사와 도시에도 품격이 있고, 국가에도 국격이 있다. 이와 같은 ‘격’은 외부에 잘 보이지는 않지만 자연스럽게 외부에 보이는 멋이다. 이것은 하루아침에 높아지지 않는다. 이를 올리는 데에는 각고의 노력이 필요하고 오랜 기간이 필요하지만 깎아 먹는 데에는 짧은 시간에 이루어지는 특성이 있다.
1. 행복의 증진
가. 개인적 행복(1차적)의 증진
인문학은 일차적으로 개인의 행복을 증진하기 위한 학문이다. 그러면 행복(happiness)이란 무엇인가? 행복이란 고통과 반대되는 개념으로 우리 삶의 궁극적인 목표이다. 기쁨은 주관적인 감정의 문제로 강도가 아닌 빈도로 일정 기간 개인이 느끼는 경험의 횟수를 말한다. 그러나 이스라엘의 역사학자인 유발 하라리는 그의 저서 사피엔스에서 인간의 행복은 일반인이 알고 있는 월급, 사회관계, 정치 권력과 같은 외부변수에 의하여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신경, 뉴런, 시냅스 그리고 세로토닌, 토파민, 옥시토신 등의 다양한 생화학 물질에 의해 결정된다고 했다.
또한, 삶은 내가, 지금, 이 순간이 행복해야 한다. 이와 같은 행복한 마음이 작고 사소하지만 꾸준한 노력을 통하여 쌓여감으로써 삶에 묻어나며 내재화될 수 있다. 소확행(小確幸:small but certain happiness) 12)이란 말이 있다. ‘작지만 확실한 행복’으로 결혼, 출산, 취직과 같은 큰 기쁨보다 일상생활에서 커피를 마시고 산책하고 친구들과 담소하면서 느끼는 사소하면서도 작은 경험들을 의미한다. 이를 위해서는 가정과 직장 이외에 제3의 공간 즉, 카페, 커피숍, 미용실, 서점과 같은 다양한 물리적 공간과 사이버 공간의 확보가 필요하다. 반려동물이 늘어나면서 인간과 같이 공유할 수 있는 새로운 개념의 공간이 만들어지고 있기도 하다.
한국의 1세대 철학자인 김형석 연세대 교수는 행복이란 자신에게는 성실로, 타인에게는 사랑으로 구성된다고 하였다. 성실이란 자기 일에 몰입(involvement) 즉 무아지경의 상태에서 전심전력으로 심신을 집중하여 연구하고 일을 하며 운동하는 것을 말한다. 몰입하게 되면 시간의 흐름까지 망각하게 되며 인간이 몰입 상태에 있을 때 가장 행복하다고 한다. 또한, 성실함이란 겸허한 마음을 갖고 자기성찰과 완성된 삶과 인격을 위해 자신을 높여가며 정성을 다하는 것이다. 세계적인 발명 대부분은 자기 일에 열중하여 추진할 때 이루어진다고 한다. 아인슈타인도 성공이 선천적인 요인보다 99%인 후천적인 노력에 기인한다고 하였다. 눈이 번쩍 뜨일만한 오늘날 정보통신 분야의 새로운 제품들 역시 연구원들이 밤낮없이 일과 연구에 몰두한 결과물이기도 하다.
행복은 다른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사랑을 나누며 생겨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첫째, 연인과 자녀, 배우자, 둘째로 부모, 형제, 친구들과 있을 때 행복하다고 한다. 또한,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인간은 태어나면서 부모와 가족관계를 맺으면서 가족의 일원 이 되고, 성장하면서 사회의 구성원으로 교육받고 취직하며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면서 살아간다. 이에 따라 타인을 사랑하게 되면서 행복감을 느끼게 된다. 사랑은 사회 구성원과의 공생의 원 동력으로 더불어 살고 싶다는 의욕이다. 이는 다시 남·여 간의 사랑, 친구 사이의 우정, 조직체와의 친화, 심지어는 모든 인간과 사회관계의 인도주의, 휴머니즘으로 확대되고 승화된다. 사랑의 극치는 자기희생에 있다고 본다. 세월호 사고가 발생했을 때 자기보다 먼저 제자들을 구출한 선생님들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우리나라 국민의 행복지수는 매우 낮다. 세계 130개국 중에 서 116위를 차지할 정도로 심각한 수준이다. 행복은 소득과 반들 시 비례하는 것이 아니며 주관적이기에, 자살, 살인과 폭행 등 각종 범죄가 증가하여 사회적인 아노미(anomie) 상태, 즉 공통된 가 치나 도덕적 규범이 상실된 혼돈상태가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다. 에드 만찬 교수는 대한민국의 불행 요소로 타인을 철저히 경쟁상대로만 생각하며, 물질주의로 돈이 다른 어떤 가치보다도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하였다.
혜민 스님은 행복은 생각이 적을수록 함께 나눌수록 지금 바로 이 순간에 마음이 있을수록 더해진다고 하면서, 행복의 지름길은 ①나와 남을 비교하는 일을 멈추고 ②밖에서 찾으려 하지 말고 내 마음에서 찾으며 ③지금, 이 순간 세상의 아름다움을 찾아서 느끼라고 강조한다..
사람은 봉사를 통하여 사랑을 실천함으로써 행복감을 느낀다고 한다. 선진 외국일수록 봉사를 통한 사랑을 실천하는 사람의 수가 많다. 기부활동도 같은 차원의 활동이다. 미국에서는 특히 정보통신 분야의 고액기부자가 많은데 빌 게이츠가 20년간 36조 원, 페이스북 CEO인 마크 저커버그가 2017년에만 2조 원을 기부하였고, 시카고시장을 역임한 블룸버그는 2018년에 모교인 존스 홉킨스대학에 18억 달러를 장학금으로 기부하였다. 한국에서도 1억 원 이상 고액 기부자클럽인 아너소사이어티 15)에 2019년 12월 현재 2,200명이 가입하였고, 누적 기부·약정 금액이 2,450억 원이라고 한다.
사람의 행복은 (그림 1-5)에서 보는 바와 같이 경제적인 소득과 일정수준(Y1)까지는 비례관계를 유지하나 그 이상의 수준으로 증가하면 오히려 행복이 감소한다고 한다. 이것을 후생경제학에서는 한계효용체감의 법칙이라고 한다. 재벌총수들이나 고소득 자영업자같이 어느 정도까지 소득이 늘어나게 되면 한계효용 즉 행복이 떨어지게 되고 기부를 통해 사회 구성원들로부터 존경을 받고 싶어 한다. 유럽의 경우 역사적으로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16)의 전통이 있다.
--- 「왜 인문학이 중요한가?」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