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을 처음 방문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 유명하다는 ‘모나리자’를 만나기 위해 발걸음을 재촉할 것이다. 하지만 모나리자를 실제로 보는 순간 약간 실망할 가능성이 높다. 그림 손상을 막기 위해 쳐놓은 펜스 너머의 〈모나리자(Mona Lisa)〉가 생각보다 작고 소박하기 때문이다. 가로 53센티미터, 세로 77센티미터에 불과한 소품인 것이다. 게다가 모나리자를 보려고 몰려든 인파 탓에 제대로 감상하기도 어렵다. 그렇지만 이런 고통을 무릅쓰고라도 사람들은 그녀를 만나고 싶어 한다. 실제 매년 루브르를 찾는 관람객의 약 85퍼센트가 모나리자를 보러 온다고 할 정도다. 그녀를 향한 사람들의 열광은 대체 어디서 나오는 걸까.
--- p.16~17, 「001-모나리자」 중에서
1973년 8월 스웨덴 스톡홀름의 한 은행에 무장 강도 두 명이 침입했다. 범인들은 은행 직원 네 명을 인질로 붙잡고 무려 6일 동안 경찰과 대치했다. 그런데 날이 갈수록 인질로 감금돼 있었던 직원들에게서 이상행동이 나타났다. 직원들은 자신들을 인질로 잡았던 강도들이 선처받을 수 있도록 경찰과 직접 협상하는가 하면, 범인들이 경찰에 항복하기로 결정한 후에는 혹시 경찰이 강도들을 사살하지 않을까 걱정돼 인간 방패를 자처하며 이들을 보호했다. 급기야 강도들에게서 풀려날 때 그들과 포옹을 하거나 키스를 나누는 모습을 보여 사람들을 충격에 빠뜨리기도 했다. 사건이 마무리된 후 법정에서도 범인들에게 불리한 증언은 하지 않겠다며 거부하기도 했다.
--- p.82~83, 「034-스톡홀름 신드롬」 중에서
붉은 깃발과 찢어질 듯한 함성, 붉은 완장을 차고 마오쩌둥(毛澤東)의 어록이 담긴 붉은 책자를 흔들며 광란하는 앳된 얼굴들… …. 1966년 중국 전역을 파괴로 몰고 간 홍위병(紅衛兵)은 인간 광기의 역사를 말할 때 결코 빠지지 않는 이름 중 하나다. 홍위병이 실제로 활동한 것은 1년 남짓한 기간이지만 이들이 남긴 고통의 흔적이 너무도 짙어 한동안 중국에서는 홍위병이라는 단어가 금기어에 속했을 정도였다. 홍위병은 대체 누구일까.
--- p.134~135, 「059-홍위병」 중에서
중세 유럽의 수도사들은 매일 아침 눈을 떠 예배 의식에서 입는 전례 복장을 갖추고 신께 기도를 올렸다. 오전 노동을 한 후 낮 기도를 올렸고 점심 식사를 했다. 잠시 쉰 다음 오후에 다시 노동에 돌입했고, 노동 후 오후 기도를 드린 다음 저녁 식사를 했다. 저녁 식사가 끝나면 또 잠깐의 휴식 시간을 가진 후 잠자리에 들기 전 신께 마지막 기도를 올렸다. 지루할 만큼 규칙적이고도 반복적인 생활 속에서 수도사들이 매일 아침 챙겨 입는 옷을 ‘하비투스(habitus)’라고 불렀다. ‘지니다, 보유하다’를 의미하는 라틴어 ‘하베레(habere)’의 명사형인 ‘하비투스’는 ‘가진 것, 지닌 것’이라는 의미다. 의복 등 생필품이 다채롭지 않았던 과거의 사람들에게는 매일같이 입는 의복을 뜻하기도 했다. ‘하비투스’는 옛 프랑스어로 흘러들어 ‘수도사들이 입는 옷’이라는 의미를 포함했고, 12세기 중반 다시 영어로 편입됐다. 그리고 개인이 어떤 행위를 오랫동안 되풀이하는 과정에서 저절로 익혀진 행동 방식을 뜻하는 ‘습관(habit)’이 되었다.
--- p.150~151, 「067-아비투스」 중에서
2019년 말 중국에서 시작된 ‘코로나19’가 중국을 넘어 세계 각국으로 퍼져나가면서 전 세계에 비상이 걸렸다. 나라마다 국경을 봉쇄하고 사회적 거리두기도 실시하며 확산 방지에 총력을 기울였지만 ‘팬데믹(pandemic, 세계적 대유행)’을 막지 못했다. 코로나19로 나라마다 초미의 관심사가 된 것은 검역 또는 격리 체계, 영어로는 ‘쿼런틴(quarantine)’이다. 쿼런틴은 원래 ‘40(forty)’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40’을 뜻하는 이탈리아어 ‘쿼란타(quaranta)’, ‘40일간’을 뜻하는 ‘쿼란티나(quarantina)’에서 나온 말이다.
--- p.212~213, 「098-쿼런틴」 중에서
선(線) 없는 통신 시대의 서막을 연 블루투스(Bluetooth). 휴대폰, 노트북, 이어폰 등 휴대 기기를 선이 없이도 서로 연결해 정보를 교환할 수 있게 하는 블루투스는 활용 범위가 갈수록 넓어지며 와이파이(Wi-Fi: Wireless Fidelity)와 함께 근거리 무선통신 산업의 표준이 됐다. 단순히 음악을 듣거나 통화를 할 때를 넘어 사진 파일과 음악 파일 전송은 물론이고, 자동차를 비롯한 각종 전자 장비에도 블루투스 기능이 탑재된다. 그런데 왜 그 이름이 블루투스일까.
--- p.228~229, 「105-블루투스」 중에서
회사에 다니는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수긍하는 말이다. 하지만 그런 살벌한 회사를 뜻하는 ‘컴퍼니(company)’의 어원을 살펴보면 생각보다 그 의미가 깊고 오묘하다. 접두사 ‘컴(com-)’은 ‘함께’라는 뜻이다. 뒷부분의 ‘팬(pan)’은 라틴어로 ‘빵’을 뜻하는 ‘파니스(panis)’에서 유래됐다. 따라서 원래의 뜻은 ‘함께 빵을 먹는다’가 된다. 같이 빵을 나눠 먹자며 사람들이 모여 만든 조직이 바로 회사인 셈이다. 같은 어원에서 나온 ‘컴패니언(companion)’은 ‘동반자’나 ‘친구’를 뜻한다. 어원대로 풀이하면 빵을 나눠 먹는 사람들이다. 회사를 뜻하는 다른 말 ‘코퍼레이션(corporation)’의 ‘코퍼(corpor)’는 라틴어로 ‘단결’을 의미한다. 경영자와 사원이 단결해서 경영을 해나가는 것이 바로 회사, 코퍼레이션이다.
--- p.248~249, 「115-회사」 중에서
3월 14일. 젊은이들은 바로 남자가 여자에게 사랑을 고백하는 날인 ‘화이트 데이’를 연상하겠지만, 서양에서는 이날을 ‘파이 데이’로 정해 행사를 하는 곳이 많다. 국내 한 제과회사가 이날을 초코파이의 마케팅 행사로 활용하기도 하지만 그 의미가 전혀 다르다. 무엇을 먹거나 선물하는 날이 아니라 수학에서 자주 등장하는 ‘파이 ’를 기념하는 날이다. 파이는 원주율이고, 원주율은 원의 둘레를 지름으로 나눈 값을 말한다. 파이의 값이 대략 3.14여서 파이를 기억하고 기념하기 위해서 3월 14일을 ‘파이 데이’로 정해 다양한 학술적 행사를 연다.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는 매년 합격자 발표를 3월 14일에 진행해 파이에 대한 인류의 존경심을 표현한다. 또 샌프란시스코 탐험박물관에서는 매년 이날에 3분 14초간 묵념을 한다. 파이와 수학에 대한 경이로움을 잊지 않기 위해서다.
--- p.270~271, 「126-아르키메데스의 점」 중에서
중국 남북조시대 북제(北齊)의 창시자 고환(高歡)은 아들을 여럿 두었는데, 하루는 이들의 재주를 시험하기 위해 뒤얽힌 삼실 한 뭉치씩을 나눠줬다. 그러고는 삼실 뭉치를 추려내 보도록 했다. 예상대로 모두 뒤얽힌 삼실 뭉치에서 한 올 한 올 뽑느라 진땀을 흘렸는데, 양 洋이라는 아들만 달랐다. 양은 잘 드는 칼 한 자루를 들고 와서는 헝클어진 삼실을 싹둑 자르며 “어지러운 것은 한 번에 베어버려야 합니다”라고 아버지 앞에서 당당히 말했다. 그가 남북조시대 북제의 초대 황제가 된 문선제(文宣帝)다. 여기서 유래한 고사성어가 ‘쾌도난마(快刀亂麻)’다. 잘 드는 칼로 마구 헝클어진 삼 가닥을 자른다는 뜻으로, 어지럽게 뒤얽힌 사물을 강력한 힘으로 명쾌하게 처리함을 이르는 말이다.
--- p.300~301, 「141-고르디아스의 매듭」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