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려니 숲길은 초반에만 사람이 몰리고 숲으로 점점 들어갈수록 사람이 적어지고 동·식물이 가득하다. 내가 기억하는 사려니 숲의 인상은 까마귀가 엄청 많다는 것이었다. 사실 서울에 흔치 않았던 까마귀는 왠지 영물처럼 느껴졌고, 내가 그들의 영역을 침범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까마귀가 무리를 지어 움직이고 있는 곳을 지나갈 때면, 그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담아 ‘나 좀 너희 숲을 지나가도 될까’ 하고 살며시, 살며시 숲에 들어갔던 기억이 있다.
그렇게 까마귀에게 미안해하며 조심스럽게 숲을 걷던 중, 식사를 하던 아저씨 한 분이 자신의 식사를 나눠 주시겠다고 제안하셨다. 아저씨는 제주도 한달살이 중이어서 집에서 한라산(?)과 식사를 가져 왔는데, 자신은 한라산이면 충분하다며 토스트를 건네 주셨다. 그제야 나는 점심때가 지나도록 아무것도 먹지 않아 사실은 배가 고프고 힘든 상태라는 것을 인식했다. 그리고 정말 대책 없는 여행을 시작했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달았다.
--- 「사려니 숲길」 중에서
특히, 제주 바다의 색을 담아내는 것을 좋아한다. 제주 바다의 색은 시시각각 변화한다. 날마다 다르고 매시간 다르다. 그래서 바다를 볼 때면 나도 모르게 색연필을 꺼내어 바다의 색을 담아내게 되는 것 같다. 이런 식으로 작업과 상관없는 그림에 몰두 한 시절이 있었는데, 나의 제주 한달살기가 그랬다.
--- 「제주도 그리기」 중에서
그 때는 숲에서 뱀을 수없이 만나고, 산책길에 뱀을 만나는 것이 어느덧 자연스러워진 시점이었지만, 나를 인식조차 하지 않고, 볕에 온몸을 드러내고 있는 뱀은 처음이라 적잖이 당황했던 기억이 난다. 무엇보다 뱀은 자신이 원하는 지점, 돌 틈 사이 어디론가를 가기까지 사진도 찍고 계속 뱀을 지켜보는 나라는 사람을 전혀 인식하지 못한 것 같았다. 멍청이 뱀 같으니라고, 아니 저렇게 멍충해서 뱀을 잡는 사람에게 걸렸으면 무조건 잡혀서 철커덩 신세가 되었을 만한 녀석이다.
--- 「여름 숲 그리고 뱀」 중에서
그녀는 비자림 입구에서 신발을 벗더니 맨발로 걷기 시작했다. 자기는 비자림에 오면 꼭 맨발로 걷고 싶었다면서, 너무나 씩씩하게 걸어갔다. 그렇게 같이 비자림을 한 바퀴 돌고 나서 다음 목적지가 분명했던 학생은 먼저 길을 나섰고, 특별한 목적지가 없었던 나는 비자림을 한 바퀴 더 돌기로 한다. 갑자기 맨발로 걷는 것이 어떤 기분인지 궁금해진 나는 그녀처럼 신발을 벗고 씩씩하게 맨발로 걷기로 한다. 발바닥이 흙바닥에 닿을 때 차가우면서도 폭신한 느낌이 나쁘지 않아, 맨발로 한 바퀴를 돌게 되었다. 발에, 내 몸에 직접 닿는 흙을 느끼면서 마치 어린 시절 자유롭게 뛰놀던 옛날이 생각나기도 했다.
비자림을 걷는 새로운 방법에 대해 알게 된 날, 땅과 더 가까워 진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자연과 친해지는 데에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을 새롭게 깨달았다.
--- 「맨발의 비자림」 중에서
이제는 제주 책방 지도, 책방 투어 스탬프가 생길 정도로 제주에는 많은 책방이 생겨났다. 새로운 공간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매우 반가운 일이지만, 저렇게 많은 공간이 어떻게 운영되는지, 다들 뭐 먹고 사는지 궁금하기는 하다.
현재 내가 가장 좋아하는 책방은 책방이라기보다는 북 카페에 가까운 공간이다. ‘람’이라는 고양이가 있는 이 공간은 겨울 한달살이 할 때 게하 주인 언니 덕에 알게 되었다. 눈이 며칠 간 내리고, 할 일이 없어 심심해하던 우리에게 게하 주인 언니는 정말 좋은 공간이 있다며 북카페를 소개시켜 주었다.
‘람’이는 출근 날짜가 있었는데, 아쉽게도 그날은 람이가 쉬는 날이라서 책만 보다 왔다. 이곳의 공간을 글로 설명하긴 힘들지만, 그래도 적어보자면 복층 구조로 되어있고, 다락방 같은 편안함을 선사한다. 무엇보다 공간들이 분리되어 있고 테이블이 떨어져 있어서 나 혼자만의 독립된 공간을 사용하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그런 편안한 공간에서 새로운 책들에 둘러싸여 마치 모든 책이 내 것인 것만 같은 착각을 하며 책을 보다 창밖을 보다, 졸면서 책을 보다가 하면서 여유를 즐겼던 기억이 난다.
(중략)
재미있는 것은 동행한 친구들이 책과 함께 숙면을 취했다는 것이다. 편안한 공간에서 안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은 편히 쉬어 갈 수 있는 최고의 여행지가 되곤 한다.
--- 「제주책방」 중에서
제주도를 자주 가고 싶은 마음은 제주행 비행기 표를 싸게 사고 싶은 마음으로 이어진다. 비행기 표를 천원이라도 싸게 사고자 모든 저가 항공사의 사이트에 회원가입을 하고 어플을 받아 알림문자를 받는다. 그러한 결과 비행기 표는 비즈니스 석은 빼고 여러 가지 가격과 형태로 사본 것 같다. 주말 비행기 표는 주로 정가를 주고 사게 되는 것 같아 어떻게 하면 좋을까? 궁리하던 중 이벤트 기간에 사면 특가 운임으로 살 수 있다는 것을 터득했다. 하지만, 특가 운임으로 구매하기 위해서는 정해진 시간에 광클릭를 해야 하기 때문에 컴퓨터 스킬이 부족한 나에게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행기 표를 최저가로 싸게 산 적이 있는데, 그것은 애매한 시간의 비행기 표를 구매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오후 4-5시의 김포발 제주행을 사면 표가 약간 싸다. 그리고 제주도민의 이야기에 의하면 주말이 아닌 수, 목요일의 비행기 표가 좀 싼 편이라고 한다.
--- 「비행기표 싸게 사기」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