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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관 송아영의 잡기

패관 송아영의 잡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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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02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356쪽 | 428g | 153*225*18mm
ISBN13 9791160870749
ISBN10 1160870748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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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후 김종휘가 시신으로 발견됐다는 신고를 받은 좌포청에서 포교와 포졸들이 찾아와 시신을 조사하고 집안 곳곳을 살폈다. 김종휘의 시신을 현장에서 임시로 검시(檢屍)한 포교는, 그리고 주위에서 시신을 살펴본 사람들은 하나같이, 김종휘가 누군가가 힘껏 휘두른 둔기에 머리를 맞아 심한 상처를 입고는 목이 꺾여 사망했다는 걸 금세 알 수 있었다. 시신의 기관지와 폐를 살폈지만 물을 먹은 흔적이 전혀 보이지 않는 걸 확인한 포교는 김종휘가 숨을 거둔 이후에 물에 던져진 거라는 결론을 어렵지 않게 내렸다. 불이 꺼진 지 한참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나는 별채에 들어간 포교는 탄내와 더불어 방안 곳곳에서 나는 기름 냄새, 그리고 장판의 불탄 자국을 바탕으로 별채의 불은 누군가가 일부러 지른 것이라고 판단했다.
--- p.48

그날 밤 민기는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한때 웃는 낯과 자상한 목소리로 패설을 재미있게 잘 읽었다 민기를 치하하던 폐서인은 다시는 구중궁궐로 돌아가지 못할 지금, 어느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일을 하려 들고 있었다. 패관이 쓴 야사(野史)로 사관이 쓴 청사(靑史)를 꺾고는 세세만년(歲歲萬年) 후대의 사람들이 그 야사를 역사로 기억하게 만들겠다는, 감히 떠올려서도 안 되고 실행해서도 안 되는 엄청난 일을 벌이려는 것이었다.
--- p.55

얼마나 지났을까? 한생은 자신을 부르는 아련한 소리를 들으면서 의식을 찾았다. 온몸은 식은땀으로 범벅이 돼 있었다. 힘겹게 일으킨 몸을 두 팔로 끌고 나간 한생이 바위 뒤에 몸을 숨기고는 눈만 살짝 내밀어 어둠 속을 살피자 횃불을 들고 큰소리로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사내들 목소리가 들렸다. 한생은 폐가에서 나오기 전에 괴한들에게 자신의 이름을 말했던 게 생각났다. 저게 그를 끌어내려는 괴한들이 부리는 삿된 수작인지, 아니면 그를 구하려는 사람들이 그를 찾는 소리인지 선뜻 가늠이 되지 않았다. 어찌할지 고민하고 있을 때, 가뭄에 단비 같은 목소리가 들렸다. “주인 나리”를 애타게 부르는 땅쇠 목소리였다. 기어서 밖으로 나가 “여기요, 여기. 나 여기 있소.”라고 사람들을 부른 한생은 횃불이 몰려드는 걸 보고는 통증 때문에 다시 정신을 잃었다.
--- p.95

한생이 처자를 직접 찾아보기로 마음먹고 제일 먼저 한 일은 사내를 보쌈하려는 자의 입장에 서서 일을 꾸며보는 거였다. 한생이 판단하기에, 사내를 보쌈하겠다고 작정한 자가 제일 먼저 고려할 점은 여러 면에서 처자에 비해 심하게 기울지 않는, 처자와 격이 맞는 사내를 보쌈할 장소를 정하는 거였다. 아무리 처자와 하룻밤을 보내게 한 후에 목숨을 앗을 자라고 해도 근본도 모르는 미천한 자를 잡아다가 처자의 방에 집어넣을 수는 없는 노릇일 터였다. 처자 입장에서 이 보쌈은 꿈에서조차 생각해보지 못한 일일 것이다.

그런 기가 막힌 일을 벌여야 하는 처지인 처자로서는 인연을 맺는 상대가 글공부를 조금이라도 하고 곱게 자란 자라야 그나마 대하는 마음이 편할 것이고, 온순하고 유약한 자라야 괜한 앙탈을 부려 일하는 사람을 피곤하게 만드는 일이 없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과거를 보러 상경하는 하삼도(下三道)의 선비들이 지나는 길목인 천안 부근은 일을 벌이기에 안성맞춤인 곳이었다. 지천에 널려 있는 선비들 중에서 제일 어수룩하고 만만해 보이는 자를 고르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바로 한생 자신 같은 자를. 여기에 생각이 미친 한생은 자괴감을 느끼며 한숨을 푹푹 쉬면서 한동안 먼 산만 바라보며 쓰린 마음을 달랬다.
--- p.110

아버지 말씀에 따르면, 그러니까 생선을 싼 종이에서는 비린내가 나고 향을 싼 종이에서는 향냄새가 난다는 말씀에 따르면, 이렇게 강렬하면서도 고상하지는 못한 냄새들에 둘러싸여 살다 보면 은연중에 몸과 정신에 이 냄새들이 스밀 것이고, 그러면 장차 그 사람의 몸과 정신에서도 그런 냄새들이 배어 나올 터였다. 이런 냄새들에 젖어 사는 기생들은 자신도 모르게 이런 냄새에 걸맞은 생각을 하며 그 생각대로 몸을 놀리게 될 터였다. 아영은 사람들이 기생을 천하게 여기는 건 그들이 원래부터 천한 사람이어서가 아니라, 그들을 둘러싼 세상이 천한 탓에 부지불식간에 천한 사람처럼 처신하게 되기 때문일 거라고 생각했다. 아영은 집에 가기 전에 깨끗이 몸을 씻어 지금부터 입을 냄새를 벗겨내야겠다고, 그래서 아버지 심기를 덜 언짢게 해드려야겠다고 생각했다.
--- p.145

사람들이 초선의 시신에 정신이 팔린 사이, 흙이 떨어지는 소리가 그친 걸 확인한 아영은 누가 볼세라 슬그머니, 그러면서도 잽싸게 방으로 향했다. 지저분한 바닥에 끌리지 않도록 치마를 살짝 들어 올린 아영은 신을 신은 채로 댓돌을 밟고 마루에 올라 얼른 방으로 들어갔다. 방에서 보면 여닫이문 왼쪽에 창호지가 타버린 봉창이 있어 봉창의 창살 사이로 밖이 훤히 보였다. 아영은 밖에 있는 사람들 눈에 자기 모습이 보이지 않도록 봉창이 없는 문 건너로 몸을 옮겼는데, 그러는 짧은 동안에도 방에 가득한 매캐한 냄새 때문에 잠시나마 콜록거려야 했다. 손을 저어 공중에 떠 있는 재를 흩트린 아영은 따끔거리는 눈을 억지로 크게 뜨고는 방안을 살폈다. 서둘러야 했다. 포청 사람들이 오면 아영이 이곳에 들어올 기회는 영영 없을지도 몰랐다. 게다가 솜씨가 서투른 사람들이 수사에 나서기라도 한다면 이 방이 지금 있는 그대로 남아있을 공산은 거의 없을 터였다. 그러니 지금 있는 방의 모습을 머리에 고스란히 새겨둬야 했다.
--- p.184

청유로 말할 것 같으면 “100년에 한 명 날까 말까 하는 하늘이 내린 전기수” 소리를 듣는 자(者)이니, 명불허전이라, 주위를 빈틈없이 몇 겹으로 에워싼 구경꾼들을 앞에 놓고 세 치 혀와 얼굴과 두 팔과 부채를 천리마의 다리처럼 날래게 놀려 구경꾼들 쌈지에 든 엽전을 털어내는 것을 업(業)으로 삼는 전기수(傳奇?)로서는 고금을 통틀어 상대할 자를 찾기 힘들 거라는 소문은 결코 뜬구름 같은 헛소리나 허풍이 아니었다. 그의 재주를 직접 보고 듣지 못한 이들 중에는 세상을 속고만 살았는지 “청유라는 자가 그토록 뛰어난 전기수란 말인가?”라며 고개를 갸웃거리는 이도 있을 것이나, 그런 이를 상대로 소문은 절대 부풀려진 게 아니라는 데 500냥을 거는 내기를 하더라도 겁날 게 전혀 없노라 장담할 사람을 모으면 드넓은 운종가(雲從街)를 가득 채우고도 남으리라.
--- p.235

아녀자들은 처음에는 양반집 처자인 아영이 왜 체통에 어울리지 않는 빨래터에 온 것인지 궁금해하며 눈치를 슬슬 봤고, 그래서 상스러운 얘기는 입에 담지 않으려 애썼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는 동안, 아녀자들을 이곳으로 이끈 욕망은 아녀자들이 꽁꽁 묶어둔 혀를 꾹꾹 찔러댔다. 결국 아영에 대한 경계심을 풀고 어느 틈엔가는 아영이 있다는 사실조차 잊은 아녀자들은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혀를 자유로이 풀어놓으면서 세상에 저런 일도 있나 싶은 얘기들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그렇게 보(洑)가 무너지자 누구 할 것 없이 빨랫감을 담을 때 가슴속에 같이 담아왔던 얘기들을, 속 터지는 얘기들을, 남세스러워 말도 못하고 꾹꾹 눌러뒀던 얘기들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더러운 빨래들이 시냇물에 때를 실어 보내며 깨끗해지는 동안, 남편이나 시댁 식구 때문에 속을 끓이게 된 얘기와 동네에서 실제로 벌어졌던 별난 일에 대한 얘기와 전갈을 갖고 온 인편에게 들은 고향에서 있었다는 신기한 일에 대한 얘기와 오가며 만난 여러 사람에게 들은 세상 돌아가는 얘기가 어지러이 뒤섞였다. 그리고 분통이 터지는 얘기가 나올 때마다 사방에서 내려치는 빨랫방망이 소리는 포탄을 쏘는 것처럼 요란하게 빨래터를 울려댔다.
--- p.288

좀처럼 잠을 이루지 못한 아영은 결국 자리에서 일어나 슬그머니 방문을 열었다. 어둠에 잠긴 목멱산 위에 시커먼 밤하늘이 끝 간 데 없이 얹혀 있었다. 아영은 28수(宿)의 별자리와 함께 하늘을 운행하는 수많은 별을 보면서, 밤하늘을 길게 가로지르는 은하(銀河)에 실려 흘러가는 많은 이야기를 상상했다. 자신의 왼손을 가져가는 대가로 글솜씨를 건네준 문창성이 그 별들 가운데에서 초롱초롱 반짝거리는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끊임없이 길어 올리는 모습을, 문창성이 건네주는 이야기들을 성한 오른손으로 건네받는 자신의 모습을, 자신이 내주는 이야기를 받으려고 장사진을 친 전기수들의 맨 앞에 공손하게 선 청유의 모습을 상상하면서, 아영은 절로 지어지는 흐뭇한 웃음을 도무지 막을 길이 없었다.
--- p.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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