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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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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1년 02월 22일
쪽수, 무게, 크기 416쪽 | 145*210*30mm
ISBN13 9791163161448
ISBN10 116316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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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전까지 수영의 눈에 그녀는 수사기관의 괴롭힘을 받는 용의자였다. 구치소에서 자살 시도를 두 번이나 했고, 고집스레 침묵을 지키는 여자. 게다가 박태황이 저 입을 열게 해달라고 청탁까지 했다. 다른 방식으로 여자를 괴롭히고 있는 건 아닐까 생각했다. 같은 구치소의 다른 수감자를 이용해 감시하거나, 형사들에게 돈을 찔러넣어 가혹 행위를 해 자백을 받아내려 하는 따위의. 처음 석희의 문제를 받았을 때 혹시 자신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하려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까지 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그게 아니라는 걸 알았다.

건조하고 담담하게 시작된 목소리에 점차 즐거움이 배어들면서 묘한 리듬이 담겼을 때, 수영은 직감했다. 이 여자는 무고한 용의자가 아니다. 이미 죽은 피해자들의 진실을 인질로 쥐고 협박을 하는 사람이 무고한 용의자일 리 없다. 답을 맞히지 못하면 누군가가 어떻게, 왜 죽었는지 아무도 모르게 된다는 그 말은, 석희 자신이 그게 얼마나 큰 비극인지 잘 알고 있다는 거였다. 이 여자는 뉴스에서 떠들어대는 그런 사이코패스가 아니다. 사람의 감정을 아주 잘 알고, 아마도 잘 이용해왔을 것이다.
--- p.79

수영장에 뜬 시신의 사진, 건져 올린 시신을 다른 각도로 찍은 사진이 두어 장 더 있었다. 서류를 더 넘기자 부검 결과가 적힌 페이지가 나왔다. 유가족이 부검을 신청한 모양이었다. 어린 자식의 몸을 뜯는 게 쉽지 않은 일이었을 텐데. 음주 상태의 실족사라는 사고를 받아들일 수 없었겠지. 하지만 부검 결과서도 같은 말을 하고 있었다. 만취 상태에서의 익사. 얇은 사건 파일은 거기에서 끝이 났다. 유가족 동의서에 적힌 사인을 한참 들여다보던 수영은 홀린 듯 거실로 나갔다.

수영의 발이 멈춘 곳은 아까 전, 석희의 목소리 때문에 자세히 보지 못했던 사진 앞이었다. 피해자인 17세 이모 군. 이경현. 이경현이라는 이름은 특별할 게 없다. 하지만 외국인이 발음하기엔 불편한 이름이다. 그래서 경현은 스티븐이라는 이름을 썼다. 스티븐 리. 스티븐 리는 4년 전, 수영이 자살 위기 상담을 했던 학생이었다.
--- p.1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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