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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과 숨 사이 해녀가 산다

숨과 숨 사이 해녀가 산다

: 권선희 산문집

동해 인문학 시리즈이동
권선희 저 / 김수정 사진 | 걷는사람 | 2020년 12월 31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리뷰 총점10.0 리뷰 2건 | 판매지수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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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12월 31일
쪽수, 무게, 크기 197쪽 | 274g | 140*210*10mm
ISBN13 9791191262193
ISBN10 11912621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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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온다. 겨우내 맵고 찬 바람 신나게 놀던 언덕에는 청보리 물결이 일렁인다. 마을 어귀 벚나무는 하루가 다르게 꽃을 단다. 음력 2월부터 3월까지 생쪽빛으로 물들인 비단 같은 바다가 미역을 준다. 작업을 알리는 어촌계 일정 따라 동해안 해녀들의 한 해는 미역으로부터 열린다. 몇 번이고 바다를 내다보며 망사리를 챙기고, 미역낫도 챙겼다. 물옷도 꺼내 한번 입어 보고, 물안경도 써 본다. 설 막대목에 전복 주문이 들어와 한나절 잠깐 물질한 것을 제외하면 올해 첫 입수인 셈이다. 지난해 늦가을 기세작업을 한 미역돌에 미역은 많이 달렸을까? 마음은 벌써 머리 타래처럼 까만 미역 너불거릴 앞바다 미역돌에 가 있다.
--- p.18

“문어는 바위틈에 들어가 앉아 발로 자잘한 돌들을 주워 담을 쌓아. 내다볼 구멍만 겨우 놓고 다 쌓지. 그리고 바위 안쪽에 알을 붙여. 테레비에서 바닷속 나오는 거 보니까 알이 꼭 포도송이 같더라. 그러고는 주둥이처럼 튀어나온 데로 바람을 불어 알을 호흡시키데. 알 지키는 동안은 절대 안 나와. 먹지도 못하니까 알이 부화할 무렵엔 굶어서 죽어. 그것도 엄마들이라고 애를 쓰는 거지. 불쌍치만 그런 거 다 어찌 간섭하나. 가끔 알배기 문어를 잡을 때도 있는데 삶으면 그 알이 참 맛있어. 햅쌀로 밥을 지어 놓은 것같이 꼬들꼬들해. 어떤 사람들은 먹물주머니의 먹물을 소스로 찍어 먹기도 하는데, 너무 익히면 먹물이 굳어. 알 가진 문어가 불쌍하다고? 그런 거 생각하면 뭔들 잡을 수 있겠나. 우리도 뭘 벌어먹어야 사니까 잡는 거지 문어가 미워 잡나.”
--- p.49~50

가난한 바닷가 마을에서 나이 든 부모와 어린 동생들을 둔 머리 큰 딸이 할 일이라고는 앞바다에 드는 것뿐이었다. 짧은 물옷을 입고 물질을 하다 보니 다리가 까맣게 그을려 암만 꽃 같은 처자도 맨다리로는 치마를 입을 수가 없었다. 숨 참으며 따 오는 것들 팔아 보리쌀도 바꿔 먹고 국수도 바꿔 먹었다. 옆 동네 총각과 중매로 결혼을 하고 와 보니 시집 살림도 다를 바가 없었다. 그렇게 물속에서 보낸 세월이 사십 년을 넘고 오십 년을 넘었다. 해녀들끼리는 떨어져 사는 친자매들보다 더 사이가 좋다. 네 아이 내 아이 할 것 없이 어울려 기르고, 경조사 함께 치르며 늙었다. 비린 바람 맞으며 추우나 더우나 당하게 뛰어들 수 있었던 것은, 해녀라는 바다 인연들 덕분이다. 숨을 붙들고 사는 인간이 숨을 참고 하는 일, 대단히 경건한 일이다.
--- p.83

해녀들에게는 미역이 봄이라면 말똥성게는 겨울이다. 이른 아침 물에 들어 성게를 잡아 올리고, 손톱 밑이 까맣도록 성게를 깐다. 겨울이 깊을수록 바닷바람은 우렁차다. 젊어서 그렇게 벗어나고 싶던 바다, 나이 들어 돌아보니 사랑도 이만한 사랑이 없다. 말 한마디 없는 저 바다가 내 새끼 먹여 기르라고 천초, 미역, 전복, 성게 다 내주었다. 울화가 치밀어 삭일 재간이 없던 날들도 다 받아 주었다. 산천 바라볼 겨를도 없이 바다만 보다 한 살 또 얹지만, 푸른 동해는 해녀들의 밭이고, 품이고, 고향이다.
--- p.117

돌김으로 끓인 국은 참으로 묘한 맛이었다. 하지만 김국에는 복병이 하나 숨어 있는데, 섣부르게 떴다가는 입천장을 데고 마는 것이다. 미세한 기름이 떠 팔팔 끓여도 수증기가 나지 않기 때문이다. 생김을 넣고 끓였지만, 생김이 없을 땐 마른김도 사용했다. 돌김만으로 끓여도 맛이 좋지만, 육고기나 해물을 식성대로 넣고 끓이면 인기가 더 좋았다. 여름엔 냉국으로도 활용했는데, 김을 구워 잘게 부수어 차갑게 식힌 육수에 넣고 볶은 깨를 넣으면 끝이었다. 물론 고명이 있으면 맛은 급상승했다. 마른 김을 간장에 조물조물 무쳐서 도시락 반찬을 싸 주면 신이 나서 학교로 갔다.
--- p.143~144

해녀가 웃는다. 웃는 모습에서도 바다 향기가 온다. 나이가 들고, 바위에 무수히 찍혀 둥글어진 무릎은 서서히 탈이 난다. 수술하고 아물면 또 바다로 들어간다. 젖고 마르며 사는 세월이 언제까지가 될지는 모른다. 그저 참을숨과 놓을 숨 사이에 바다처럼 해녀로 있는 것이다.
--- p.148~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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