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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둥의 계절

천둥의 계절

[ 개정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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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02월 03일
쪽수, 무게, 크기 360쪽 | 462g | 137*211*30mm
ISBN13 9791165299538
ISBN10 1165299534

카드 뉴스로 보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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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 속의 그 땅 온에는 봄여름가을겨울 외에 또 하나의 계절, 신의 계절이 있다. 온에 사는 사람들은 겨울과 봄 사이에 찾아오는 그 짧은 계절을 신계神季, 혹은 뇌계雷季라 불러서 봄이나 겨울과 분명하게 구별했다. 뇌계, 이름 그대로 ‘천둥계절’이다. 겨울이 끝나면 바다 건너에서 뇌운이 몰려온다. 뇌운은 2주 정도 온에 머물며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천둥을 쏟아낸다. 천둥계절 동안 온에 사는 사람들은 아무도 바깥출입을 하지 않는다. 집 밖에서는 바람이 미친 듯 불어대고 어떤 날은 아침부터 밤까지 천둥이 그치지 않는다.
--- p.9~10

“이곳을 아는 사람이 없는 건가요?” “온을 아는 사람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에요. 하지만 지도에 표시하지 않았어요. 그럴 수가 없는 거예요.” 우리는 모두 입을 다물었다. 왜지?
--- p.21

“아가야, 무엇이 씌었구나.” 내가 잠자코 있자 노부인이 내처 말했다. “무슨 목소리가 들리지 않니? 내 목소리 말고, 너한테만 들리는 목소리 말이야.” 나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노부인은 나를 빤히 쳐다보았다. 모든 것을 꿰뚫어보는 듯한 눈초리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거북함을 느꼈다. 노부인의 얼굴이 이상하게 일그러졌다. 놀라는 표정.
--- p.28

사내는 탁자 위에서 장부를 집어 들고 팔랑팔랑 뒤적였다. 그 장부에는 무수한 이름이 적혀 있었다. “온 적이 없군요. 돌아가신 분인가요?” 부인은 웃었다. “물론이죠. 저도 제가 이미 산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어요. 그 두 분은 제…… 부모님입니다.”
--- p.51

“누구한테 들었어?” 호다카는 잠자코 나를 바위 뒤로 끌고 갔다. 목소리를 낮춘다. “오빠한테. 하지만 너한테 절대로 말하지 말라고 했어. 어차피 너도 바깥 세계를 전혀 기억하지 못할 거라면서. 이 사실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어. 료운도 모를 거야. 내가 잘 아는 거라면 말해주었겠지만.” 나는 호다카가 말했다는 것을 비밀로 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고는 다시 물었다. “나는 왜 여기 있는 거지?” “상인들이 데려왔대.”
--- p.79

그때 몰래 훔쳐보는 소년에게 경고를 하는 것처럼 천둥이 울렸다. 하늘에 뜬 구름이 불길하게 방전을 하고 있었다. 나기히사는 집으로 뛰기 시작했다. 밖에 나간 것을 들키면 아버지한테 눈물 나게 혼날 것이 틀림없다. 왜냐하면 천둥계절은 신이 오시는 계절이고 심판의 계절이니까. 온에는 어린아이가 모르는 비밀이 있으니까.
--- p.134~135

신비한 마법에 걸린 집처럼 보였다. 내가 걸어가자 집은 꼭 내가 걸어간 거리만큼 멀어졌다. 신기루나 마찬가지였다. 나는 더 걸었다. 집은 또 그만큼 멀어졌다. ‘갈 수 없는 곳일지도 몰라.’ 그렇게 생각한 순간 집은 문득 사라져버렸다.
--- p.1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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