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판 서문서문1. 탈-봉인(封印)2. 우발적인 것과 조정된 것3. 산다는 것은 탈-합치하는 것이다4. 태초에 탈합치가 있었다5. 탈합치에서 의식이 비롯한다6. 어떻게 부정적인 것이 실존을 활성화하는가7. 탈합치의 윤리를 위하여8. 합치의 무덤9. 근대성역자 해제: 탈합치의 정치 역자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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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프랑수아 줄리앙
관심작가 알림신청Fransois Julli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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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이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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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합치 개념을 통해 이해하는 인류 역사와 근대성의 의미줄리앙은 종교, 과학, 문학, 미술 등 다양한 분야를 넘나들며 탈합치의 사례와 정당성을 설파한다. 십자가 위에서 죽은 예수는 인간으로서의 자신과 탈합치함으로써 영원한 삶을 활성화했다. 진화론에 따르면 생명체는 선행 단계에 갇혀 있는 대신 그 단계로부터 탈합치하면서 미지를 향해 도약했다. 세잔과 피카소는 원근법이라는 작위적인 시각 장치를 거부하고 “매우 잘못” 그리기를 택했으며, 말라르메는 시의 ‘순수성’과 의미 대신 무작위와 모순을 택했다. 줄리앙은 이처럼 19세기에서 20세기로의 전환점에 여러 분야에서 동시에 전개되었던 정신을 ‘근대성’이라고 일컫는다. 서구에서 이상적인 삶과 예술은 부정적인 것을 극복하고 합치에 이르러야 했지만 근대성이 이런 가치관을 깨뜨렸던 것이다.하지만 탈합치는 단지 근대적 사상에 한정된 것만은 아니다. 줄리앙이 최초의 탈합치 사례로 드는 아담과 이브를 보자. 낙원에서 아담과 이브는 합치 상태였지만 실존하지는 않았다. 그들은 신의 질서에 의문을 갖지 않았고 완벽한 적응의 세계 바깥을 조망할 수 없었다. 그러나 그들은 사과를 먹음으로써 그 충족성에서 빠져나왔고, 서로가 발가벗고 있다는 것을 의식하면서 주체로 활성화되었다. 그들이 낙원에서 추방된 것은 달리 말하자면 실존에 진입한 것이다. 주체의 가능성은 합치 상태에 간극을 벌림으로써 생겨난다.실존(ex-ister)이란 ‘바깥에 서는(ex-sistere)’ 것이다우리는 안정된 것에서 벗어남으로써 자유로워진다간극은 줄리앙의 사유에서 핵심이 되는 개념이다. 줄리앙 본인이 그리스 철학을 연구하다가 돌연 중국으로 간 것도 유럽 사상의 익숙함으로부터 간극을 벌려 사유를 새롭게 가동하기 위해서였다. 인류 역사에서 새로운 가능성은 언제나 익숙한 것의 바깥에 서려는 시도를 통해 나타났다. 이는 비단 예술이나 철학뿐만 아니라 개인의 삶과 정체성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살아가면서 편안한 상태를 거부하고 굳어진 습관을 버리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우리는 탈합치 개념을 통해 그런 적합성에 간극을 벌리고 자아의 마비에서 빠져나올 수 있다. 탈합치는 과거의 삶과 단절하는 것이 아니라 그로부터 활용할 것을 선별해내고 이를 토대로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젖히는 일이기 때문이다. 탈합치는 지성과 용기를 필요로 하는 자유의 구체적인 표현이다. 이번 한국어 번역판에는 줄리앙의 최신작이자 ‘탈합치 연합’ 창립 선언문인 「탈합치의 정치」를 정리한 내용이 특별히 추가되었다. ??탈합치??에 대한 저자 스스로의 밀도 있는 해설이자 나아가 탈합치 개념의 정치적 확장을 다룬 이 글은 본서의 해제이자 유용한 보충 자료가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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