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개인적으로 이 친구를 ‘태양의 아이’라 부릅니다. 거의 원형에 가까운 타원형 몸매를 가지며, 최대 크기는 4미터 정도, 몸무게는 거의 2톤에 이릅니다. 등은 푸른빛이 감도는 회색 빛깔이며, 배는 은빛으로 반짝입니다. 앵무새 부리를 닮은 입, 작지만 맑은 눈동자, 앙증맞은 아가미구멍 등이 특징입니다. 등지느러미와 배지느러미로 뒤뚱뒤뚱 유영을 하는데, 참 귀엽습니다. 저 큰 덩치가 완전 귀요미이지요. 처음 만나 한눈에 빠져 버렸어요. 맑고도 순진한 저 눈 속에.
왜냐구요? 나도 모르겠어요. 몰라 몰라.
--- p.19, 「태양의 아이 ─ 몰라 몰라」 중에서
혹시 하늘을 나는 꿈을 가진 물고기 이야기를 들어 보셨나요. 멕시코 본토와 바하칼리포르니아 반도 사이에는 코르테스 해라 불리는 큰 바다가 있습니다. 온갖 해양 생물의 보고입니다. 이 바다에 사는 멋진 모블라레이(Mobula mobular)가 바로 그 주인공입니다.
모블라레이는 만타레이와 비슷하게 마름모꼴 몸매와 꼬리, 가슴 날개를 가졌지만, 그 크기는 훨씬 작습니다. 입 앞쪽으로는 툭 튀어나온 뿔을 닮은 머리 지느러미 한 쌍이 있는데, 먹이인 플랑크톤이나 작은 갑각류 등을 입으로 모으는 깔때기 같은 역할을 합니다. 위쪽 등 부분의 색깔은 검은색이나 암청색이며, 아래쪽 배 부분은 하얀색 또는 옅은 노란색을 띄고 있습니다. 이들은 대개 흩어져서 생활하다가, 특정한 시기(5-6월)가 되면 몇 백, 몇 천 마리의 군집을 형성해서 바다를 돌아다닙니다. 참으로 장관이지요.
--- p.32, 「하늘을 나는 꿈을 꾸지요 ─ 모블라레이」 중에서
태어나기도 전부터 아프고 쓰라린 숙명을 가진, 제가 늘 안타까워하는 상어가 있습니다. 여러분들께서는 아쿠아리움에서 많이 보셔서, 상어라 하면 아마도 이 아이들을 먼저 떠올리실 겁니다.
이 상어는 사실 멸종 위기에 있다 보니, 과학자들이 그 생태에 대하여 연구를 많이 하였고, 따라서 수족관에서 키우는 방법도 알아내었습니다. 그 결과 전 세계 아쿠아리움에 갇혀 사는 모래뱀상어입니다. 교미 기간에는 해안의 모래 바닥에 있을 때가 많아 이런 이름이 붙은 것으로 추정됩니다.
악상어목 치사상어과에 속하는 이 아이들은 사는 곳에 따라 다르게 불립니다. 호주에서는 Grey nurse shark, 미국 및 카리브 연안에서는 Sand tiger shark, 아프리카에서는 Ragged-tooth shark 등으로 불립니다. 최대 4-5미터까지 자라며, 보통은 2-3미터 정도 크기입니다. 수족관에서는 사육사에게 애교를 부리기도 하고, 바다에서도 다이버들이 주는 먹이를 잘 받아먹으며 또 온순하여 ‘바다의 큰 개’로 불리기도 합니다.
--- p.42, 「바다의 시인 ─ 모래뱀상어」 중에서
처음 보는 집단교미 / 현란하고 아름답다 / 달리 표현할 방법이 없다
그런 후 / 달마시안 우주 비행선들의 편대비행 / 엄숙하고 장엄하다
이것은 저들의 숙명 / 암컷과 새끼들을 지키려는 수컷들의 용기 / 망치상어도 감히 근접을 못한다 / 그 마법의 양탄자 중에는 찢겨져 있는 아이들도 보인다
나도 온몸으로 맞서고 있는 걸까 / 내 소중한 것들을 지키기 위해
내 등에 언뜻 보이는 대리암 무늬 상처들 / 그리 얕지는 않을 듯
--- p.71, 「마블레이’ 전문
마지막 다이빙 때로 기억됩니다. 물속에서 사진을 찍고 있던 두 분 사이에 갑자기 찬바람이 부는 것 같았어요. 무슨 일? 걱정이 되어 가까이 다가가 보니, 산호초 구멍 속에 커다란 곰치가 화가 난 듯 고개를 내밀고 이빨을 드러낸 채, 으르렁거리고 있었어요. 아하! 짐작해 보니, 곰치 사진을 찍다가 박 사장님이 곰치를 화나게 했고, 이 곰치가 사모님을 깜짝 놀라게 했던 것이었죠. 그러나 그것도 잠시. 두 분이 손을 꼭 잡고 상승하고 계십니다. 천천히 천천히, 우아하고 아름답게. 깨소금 냄새를 풍기며 말입니다.
--- p.202, 「깨소금 냄새가 나는 바다 ─ 곰치」 중에서
카사이 절벽 수심 십 미터 아래 거북이가 쉴만한 조그마한 동굴이 있었습니다. 거기에 가만히 앉아 가부좌를 틀고 고래상어를 기다렸습니다. 플랑크톤이, 해파리가 햇님의 온기를 따라 물속으로부터 솟구쳐 오르고, 멸치 떼와 전갱이 떼가 그 뒤를 따르고, 햇살은 바다 깊은 곳으로 곤두박질치는데, 나는 그만 깊고 깊은 생각에 빠져 있었던 모양입니다. 지나온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다가올 미래, 나이 마흔의 그 불안, 혼돈에 대하여 말입니다.
까마득하게 시간이 지난 것 같았습니다. 공기 잔압계 바늘이 거의 바닥을 가리키고 있으니, 이제는 올라가야 할 시간. 몸을 일으키는 순간, 그 거대한 현자가 나타났습니다. 크고 맑은 눈으로 쳐다보는 둥 마는 둥, 무심하게도 너무나 무심하게도 그냥 나를 스쳐지나 갔습니다. 놀랍고 두려웠던 나는 그만 그 깊은 물속에서 꼼짝할 수가 없었습니다. 눈물이 흐르고 또 흘려 내렸습니다.
--- p.225, 「마흔의 기억 ─ 고래상어」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