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언어는 이따금 국가를 하나의 주체로 묘사한다. 국가는 이런저런 일을 하거나 해야만 한다는 식으로 말이다. 일상 언어는 때때로 국가를 하나의 사물로 다루기도 한다. 경제적 계급, 사회적 계층, 정당, 공무원 계층이 자기들의 프로젝트나 이익을 추구하려고 국가를 이용한다는 식의 표현을 쓴다. 그러나 국가는 주체도 아니고 사물도 아니다. 그런 국가는 어떻게 해서 마치 하나의 통일된 주체처럼 행위할 수 있으며, 무엇을 거쳐 자기의 통일성을 하나의 ‘사물’로 구성할 수 있을까? 그리고 사회의 행위자는 어떻게 마치 국가란 실재하는 주체이거나 단순한 도구라는 듯 행동하게 될까? 국가가 가리키는 대상이 아주 다양하기 때문에 딱 떨어지는 대답은 하기 힘들다. 무슨 행동을 하고, 어느 규모(scale)에서 작동하며, 어떤 정치 세력들이 국가를 지향해 행동하고, 무슨 환경에서 국가와 그런 세력들이 행동하는지 등에 따라 국가는 형태와 외양을 바꾼다.
--- p.16~17
마르크스주의자들은 더는 국가를 관념적 총자본가로 다루지 않는다. 신국가주의자들은 더는 국가를 주권적인 법적 주체로 다루지 않는다. 국가는 푸코주의자들을 통해 해체돼왔다. 페미니스트들은 더는 국가를 단순히 일반적 가부장으로 보지 않는다. 그리고 아이러니하게 또는 그렇지 않게, 담론 분석가들과 오토포이에시스주의자들은 유사한 방식으로 국가를 우연적인 담론적 실천들이나 의사소통적 실천들을 통해 구성되는 산물로 본다. 요컨대 국가는 복잡한 사회 질서의 다른 체계들에 상호 의존적이고, 발현적이고, 부분적이고, 불안정한 체계로 간주된다. 이런 접근은 국가와 국가 운영에서 우연성의 영역을 방대하게 확장시켜왔으며, 또한 더욱 구체적이고, 역사적으로 특수하고, 제도적으로 민감하고, 행동 지향적인 연구의 필요성을 시사한다.
--- p.128
생명 정치와 통치성을 주제로 콜레주 드 프랑스에서 진행한 강의에서 대체로 다시 개괄된 푸코의 초기 언급들에 기반할 때, 푸코의 권력 분석은 다음같이 요약될 수 있다. 권력에 관한 연구는 이질적이고 분산된 권력의 미시 물리학 속에서 아래부터 시작돼야 하고, 다양한 제도적 장소들에서 권력 행사의 특수한 형태들을 탐구해야 하며, 적어도 존재한다면 이 형태들이 접합돼 더 넓고 더 지속적인 사회적 형세(societal configuration)들을 낳은 과정을 고찰해야 한다. 연구자는 중앙에서 정당화되는 권력보다는 권력이 개인들에게 행사되는 지점에서 권력을 연구해야 한다. 지배하려는 시도를 이끄는 의도보다는 예속의 실제 실천들을 탐구해야 한다. 그리고 권력이 특정한 지점들에서 적용되기보다는 네트워크들을 순환한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 p.229
근대 국가의 가부장적 특징들이 국가를 넘어서는 가부장적 관계와 우발적인 공진화에서 비롯되기 때문에, 가부장제 친화적 정책들을 추구하는 행위를 ‘통치에 해로운 것’으로 만드는 페미니즘 전략들이 효과적일 수 있다. 이 효과는 지난 20년 동안 발생해왔거나, 또는 선진 자본주의 민주주의 국가들에서 발생해왔다. 그러나 아직 완전한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고, 많은 성취가 가역적인 것으로 증명될 수 있다. 그러나 여성성들/남성성들이 급증하고, 그리고/또는 이성애 규범성 문제들에 관한 인식이 점점 더 증가하기 때문에 갈등선을 판독하기가 더 어려워지고 있다.
--- p.270
자본주의의 새로운 시공간 매트릭스를, 그리고 다종족적, 다문화적, 용광로적, 부족적, 코즈모폴리턴적, ‘장난스런’ 포스트모던적 등의 동일성에서 볼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포스트 시민권 또는 관국민적 시민권을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데 재구조화된 국민국가는 여전히 핵심적이다. 국민국가는 국가 권력들의 상향적, 하향적, 측면적 운동의 훨씬 더 중요한 결정권자가 되고 있다. 국민국가는 점점 더 복잡한 다중심적, 다규모적, 다시간적, 다형적 거버넌스 세계의 훨씬 더 중요한 메타 관리자(metagovernors)가 되고 있다.
--- p.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