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2021년 03월 16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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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336쪽 | 516g | 135*220*30mm |
ISBN13 | 9788956451848 |
ISBN10 | 8956451842 |
발행일 | 2021년 03월 16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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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336쪽 | 516g | 135*220*30mm |
ISBN13 | 9788956451848 |
ISBN10 | 8956451842 |
추천의 글 : 정호영(쉐프, 일식당 ‘카덴’ 대표) 여는 글 : 박규님(노회찬재단 운영실장, 전 노회찬 의원 보좌관) 1. 진보 맛객 노회찬의 꿈 내가 꿈꾸는 나라 / 염리동 평양냉면집 ‘을밀대’에서 생산부장과 지하 그룹 투사들 / 한식 주점 ‘연남동 이파리’에서 진보정치 꽃 피운 야생화 씨앗 / 강서구 발산역사거리 ‘원당곱창’에서 어떻게 만든 진보 정당이냐 / 재개발로 문 닫은 을지로 ‘안성집’에서 사람을 행복하게 만드는 사람 / 상계동 삼겹살집 ‘생고기하우스’와 홍어집 ‘마들참홍어’에서 삼성 X파일, 공수처법, 그리고 노회찬 / 서초동 법조타운 설렁탕집 ‘이남장’에서 2. 밤 깊을수록 별 더욱 빛나리라 우리 회사에 정리해고는 없다 / 홍대입구역 훠궈 식당 ‘불이아’에서 채워지지 않는 빈 자리 / 마포 중식당 ‘현래장’에서 ‘노회찬 동지’의 추억 / 마포 한정식 ‘호정(湖亭)’에서 ‘사회주의 미식가’ 영화가 되다 / 동소문동 막걸리집 ‘성북동 막걸리’에서 아, 참 좋은 분이셨는데… / 서촌 효자동 포차주점 ‘쉼,’에서 길동무들에게 남겨진 숙제 / 연희동 일식집 ‘카덴’에서 3. 진보 맛객의 미식(美食) 정치 여기 앉은 당신들, 노회찬과 299인의 도적들입니다! / 여의도 안동국시 ‘소호정’에서 여성의 날엔 장미꽃을 선물하세요 / 신수동 보리굴비집 ‘영광굴비’에서 노회찬과 이낙연의 ‘인생의 맛’ / 여의도 남도한정식 ‘고흥맛집’에서 삼겹살 불판을 갈아야 합니다! / 영등포 꼬리곰탕집 ‘길풍식당’, 해물포차집 죽변항’에서 4. 노회찬의 맛길을 따라서 흰짬뽕 한 그릇에 담긴 이야기 / 창원 용호동 ‘백년옛날짬뽕’에서 생선국도 호래기회도 참 좋아했지예 / 창원 상남동 생선국집 ‘오동동부엉이’, 중앙동 장어구이집 ‘구구바다장어구이’에서 노회찬이 사랑한 ‘마음의 고향’ / 통영 맛집들에서 동북아 바닷가에서 가장 맛있는 중국집 / 거제도 장승포항 중국집 ‘천화원(天和園)’에서 친구야, 진짜 감자탕 맛을 알려 주겠다 / 서촌 ‘통인감자탕’에서 필자 후기 : 왜 우리는 잃고 나서야 알게 되는 것일까? |
책을 읽는 내내 좋은 사람들은 모두 죽는다는 애니메이션 '붉은돼지'의 한 대사를 떠올렸다. 왜 좋은 사람들은 모두 죽을 수 밖에 없는 지 생각했다. 나쁜 사람들은 뻔뻔하게 살아 남는데. 그의 죽음이 좋은 사람들이 행복한 세상을 조금 더 앞당겼으면 좋겠는데, 잘 모르겠다. 역사에 대한 낙관주의를 고수하기에는 이미 나는 모두 다 돼지가 된다는 중년이 됐다.
이 책은 노회찬이 자주 간 맛집을 노회찬의 벗들과 함께 순례한 음식순례기다. 노회찬은 박학다식했고, 음식과 예술에 조회가 깊었다고 한다. 책은 맛 집 소개와 함께 맛집과 노회찬과 관련된 벗들의 기억이 적절하게 비빔밥처럼 조화를 이뤘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이렇게 두루두루 좋은 평가를 넘어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기 어렵다. 노회찬은 그 어려운 일을 해낸 사람이다. 물론 그 평가를 얻는 결정적 계기는 그의 능력도 있지만, 개인적 삶과 역사에 대한 진정성도 한 몫 한 것 같다. 그 사람은 능력도 있고 진정성도 있는 사람이야라는 평가를 받기는 얼마나 어려운가.
책은 서울, 창원, 통영 등의 맛집 소개와 함께 한국 현대 진보운동의 역사가 고스란히 기록되어 있다. 노회찬의 삶이 한국 진보운동의 역사이기 때문이다. 내가 마지막으로 기억하는 것은 그는 한국 사회에서 소수에 속하는 진보이면서, 진보 안에서도 어느 정파에도 기대지 않고 오직 한국 진보운동의 성공을 위해 자신만의 길을 간 사람이라는 것이다. 아이러니다. 모든 사람이 그를 좋은 사람으로 기억하고 도와 주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노화찬의 삶의 고비마다 그를 괴롭힌 것은 정파적 이익이다. 그게 한국 사회의 기득권층이 됐든 진보진영의 기득권층이 됐든.
사람이 떠난 자리에는 무엇이 남을까. 태어난 이상 죽음은 피할 수 없는 것. 오로지 사망에만 치중하면 인생은 덧없어진다. 그럼에도 살아야만 하는 이유가 존재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거대한 건 당연한 일이다. 허나 가끔은 나의 사고에 반하는 일들이 발생하곤 한다. 스스로 세상을 등진 이들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는 이가 이 세상에 얼마나 되겠느냐마는, 되돌릴 수 없는 선택 소식을 접할 때마다 난 혼자 속으로 웅얼거린다. 조금만 더 살아보면 달라질 수도 있는데.
부와 권력을 온몸으로 누리는 존재. 직업이 정치인인 이들을 접할 때마다 이와 같은 생각이 절로 든다. 국민의 대표라는 이들이 자신들을 선출해준 이들로서는 상상조차 어려운 삶을 산다. 그러라고 뽑아준 게 아님에도 누릴 수 있는 모든 걸 누리느라 바쁘다. 모든 정치인이 그런 건 아니지만 대개가 그래 보인다. 실제인지, 그릇된 이미지 탓인지는 묻지 않으련다. 불행 중 다행인 건 모든 법칙에는 예외가 존재한단 점이다. 몇몇 이들의 떠남은 다수의 눈물을 부르곤 했다. 이번에 책을 읽으며 만난 이도 그랬던 거 같다.
촌철살인. 어찌 보면 너스레 떠는 듯해 보이지만 그 안에 뼈가 있었다. 한 발 물러서겠거니 싶은 상황에서 오히려 앞장섰고, 그 결과는 어렵게 올라선 지위의 상실이었다. 진보의 토양이 참으로 척박한 걸 고려하면 그의 삶은 무모함의 연속과도 같았다. 좌절을 할 법도 한 순간이 도래한 적이 많았으나 자신이 꿔 온 꿈을 함부로 버리지 않았던 그여서, 많은 이들의 크게 아쉬워했던 게 아니었을까 싶다.
사실 그는 가난했다. 국회의원이 되었지만 남들처럼 특권을 누리지 않았다. 자신에게는 결벽과도 같은 태도로 일관했고, 대신 어찌 보면 ‘찬밥 신세’를 면하기 힘들었던 주변 인물들을 챙기는 일엔 부지런을 떨었다. 꼭 부유해야만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건 아니라는 걸, 그는 고급 클래식 음악을 듣고 박학다식의 경지를 뛰어넘는 앎으로 스스로를 무장시켰다. 게다가 미식가이기까지 했다. 과연 그가 어떤 음식들을 즐겼을까. 왠지 범접이 힘든 가격을 지불해야야만 하는 장소들을 몇 만날 수도 있겠다 싶어 긴장했는데, 기우였다.
처음에는 배가 고파질까봐 염려했다. 음식책을 읽다 보면 내 배꼽시계가 내뿜는 꼬르륵 소리가 유독 불쌍하게 들리는데 이번에도 그러지 않을까 싶었다. 책은 나의 예측과 조금은 다른 방향으로 전개됐다. 인간 노회찬과 길든 짧든 제 삶의 일부를 나눈 이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그들은 노회찬이 생전 드나들었던 음식점에 모여 고인을 떠올렸다. 때론 비슷하고 때론 전혀 다른 배경을 지닌 이들이 모여 나누는 이야기에는 ‘노회찬’이라는 공통분모가 존재했다. 맛난 음식 예찬이 등장하는 와중에도 사람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모두 다 이 자리에 있는데 노회찬만 없었다. 짙은 그리움이 이야기를 감싸고 돌았다.
대부분 식당의 겉모습은 동네를 거닐다가 마주칠 법한 음식점의 모양새를 띠고 있었다. 그 중에는 고급스러운 음식을 제공하는 곳들도 있긴 했지만, 부담 없이 들러 술잔을 기울이기 딱이겠거니 싶은 경우도 상당수였다. 식당 주인들이 기억하는 손님은 특색이 있기 마련이다. 얼굴과 이름이 알려졌으니 당연한 일일 수도 있으나, 사람들은 단순히 떠올리는 수준 이상의 무언가를 드러냈다. 오래도록 자신의 가게를 드나들며 음식이 정말 맛있다 엄지 손가락을 추켜 세워준 이의 부재.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비록 그는 떠나고 없지만, 그를 그리워하며 모인 이들의 발걸음을 쌍수를 들어 환영했으리라는 건 분명했다.
사람 이야기, 음식 이야기는 쉬이 읽히는 줄 알았다. 내 기대와 달리 페이지를 넘기는 속도는 상당히 느렸고, 어느 지점에선 아예 책을 덮고 골몰히 딴 생각에 잠기기도 하였다. 이 글을 쓰는 지금, 배가 고파온다. 아니, 어쩌면 마음이 고픈 것일 수도 있다.
저는 노회찬의 고등학교 동기입니다. 우리 학교의 교훈은 '자유인 문화인 평화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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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애들은 게임을 열심히 한다. 엄마들의 신념에 찬 방해에도 아이들이 줄기차게 게임을 하는 이유는 게임이 재미있어서이다. 음식천국을 읽으며 문득 노회찬이 인생을 참 재미있게 살았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거의 같은 시기에 살아왔던 우리 72회 동기들이 한번 이 책을 읽고 과연 나는 인생을 얼마나 재미있게 살았는지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지면 좋겠다.
소위 ‘게임학(ludology)’에서 게임이 재미있는 이유는 크게 3가지 이유라고 한다. 첫째는 자기주도성(self-determination)이고, 둘째는 실현가능한 목표(achievable goals)이고, 셋째는 가장 중요한 건데 ... 천천히 얘기하자.
먼저 자기주도성에 대해서 얘기하면, ‘음식천국’은 음식점을 선택하고, 음식을 선택하는 것에 대한 얘기이다. 자기 인생 진로 선택에 있어서 우리 동기중에 노회찬만한 자기주도성을 발휘한 친구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 노회찬은 사회주의자가 되기로 결심했고, 일생을 통해 그것을 실천하였다. 사회주의의 가치에 대해서는 우리 동기들중에 반대하는 친구들이 더 많으므로 여기선 얘기하지 않기로 한다. 그러나, 자기주도적으로 선택한 그 목표를 ‘결벽주의’라 할만큼 일생동안 견지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고, 그만큼 고통이 크지만, 기쁨도 크다. 나는 선봐서 결혼했고, 경기 들어가고, 대학 학과 택하고, 학위를 받고, 이후 직장 가지게 된 것 모두 내가 치열하게 고민해서 결정한 거라기보다는 여러 가지 상황을 거스리지 않고 휩쓸려간 것으로 생각된다. 그만큼 기쁨과 재미도 덜하다.
어떤 행위의 동기는 외적동기와 내적동기로 구분된다. 외적 동기란 돈, 지위, 명예 등 상대적인 가치의 보상을 기대하는 것을 말한다. 우리는 대부분 외적 동기에 의해 무엇을 선택한다. 그 선택은 행복 탄력성(happiness resilience)이 낮다. 즉, 점점 더 높은 강도를 요구한다. 내적 동기는 왠지 모르지만 좋아서 하는 것을 말한다. 내적 동기에 의한 것은 보상이 아니라 그 행위 자체가 행복을 주므로 행복 탄력성이 유지된다.
노회찬이 내적동기에 이끌려 살아왔듯이, ‘음식천국’ 음식점의 주인들은 내적 동기를 가지고 행복탄력성이 우수한 음식을 만든다. 그들은 ‘조금 더, 한번 더, 몇 분 더 신경을’ 써서 만들어서, 그 음식을 생각하면 절로 침이 고이는... 그런 음식점은 ‘동네 뒷골목에 수줍은 듯 숨어있’고, 노회찬은 그런 음식을 찾아 즐기는 ‘방랑 식객’이었다. 평소 ‘먹기 위해서 산다’고 했다고 한다. 사회주의자가 음식을 얘기한다는 것이 언뜻 이해가 가지 않을지 모르지만, 영국 노동당에도 ‘크리스마스에는 빵보다 포도주를’ 말이 있다고 한다.
게임학에서 재미의 두 번째 요소는 실현가능한 목표이다. 게임에서 등급이 하나하나 올라갈 때, 새로운 실현가능한 목표가 생기고, 심지어는 실패해도 ‘즐거운 실패’가 가능하다. 노회찬 일생을 볼 때, 이 부분에서는 나는 낮은 점수를 줄 수 밖에 없다. 그의 목표는 사회주의자로서 사회주의적 가치를 우리나라에서 실현하는 것이었다. 즉, ‘진보의 세속화’였다. ‘토지를 많이 소유하는 것보다 토지(박경리)를 많이 읽은 것이 부자’이라는 것이다. 우리가 30만원 안팎의 월급을 받으며, 사회에 투입되던 80년대 초반에, 그는 용접을 배워서, 위장취업하였다. 사회주의자가 된다는 것은 ‘니가 625를 알어’로 시작하는 레드 컴프렉스로 가득찬 대한민국에서 ‘실현가능한 목표’가 아니었다. (독일에서는 사민당 (Sozialdemokratische Partei Deutschlands)이 1969년에 집권하였고, 영국에서는 1881년 설립한 사회민주동맹(Social Democratic Alliance)에서 출발한 노동당이 1929년에 집권하였다지만...)
노회찬의 이 목표를 우리 72회식으로 풀어보면, ‘모든 시민이 자유인, 문화인, 평화인 되게 하기’라고 생각한다. 노회찬 자신이 자유인, 문화인, 평화인인 것은 많은 친구들이 동의할 것이다. 그런데, 노회찬의 진짜 목표는 모든 시민이 그렇게 되는 것이었다. 누구나 악기하나쯤은 다룰 수 있는 나라. 새벽에 6411 첫 차를 타는 분들이 더 이상 투명인간이 아닌 나라.
삶의 모든 면에서 민초들이 자유인, 문화인, 평화인이 되기는 어렵다. 그러나, 음식을 즐기는 것에 있어서는 ‘자유인’ ‘문화인’ ‘평화인’이 비교적 되기 쉽다고 생각한다. 음식은 우릴 자유인이 되게 한다. 누구나 짜장면이 좋은가, 짬뽕이 좋은가 선택할 자유가 있고,(심지어는 짬짜면까지) 밥을 먹고나면 ‘배고픔에서부터의 자유’를 얻게 된다. ‘김밥천국’이 아니고, ‘음식천국’을 즐긴다면 그는 문화인이다. ‘김밥천국’이 빨리빨리를 상징한다면, ‘음식천국’의 음식들은 대부분 ‘느림의 미학’을 지향한다고 볼 수 있다. 주인들은 2대, 3대째 세습(^^)하고 있다. 이들에게 직접 쑨 메주를 5년이상 묵혀서 사용한다는 정도는 흔하다. 문화는 인류의 행위가 켜켜히 쌓인 것이다. 노회찬의 문화사랑, 음식사랑도 함경도에서 월남한 부모님의 영향이 크다. 아들이 노동운동을 시작하자, 어머니는 노동운동 신문기사들을 스크랩하셨다고 한다. 음식을 ‘밥 먹을 때는 개도 안건드린다’라는 말이 있듯이, 식사를 하는 시간에는 평화롭고 숭고한 ‘평화인’이 된다. 우린 상대와 평화로운 관계를 가지고 싶을 때, ‘밥 한번 먹자’고 한다.
게임학에서 재미의 3요소중 마지막 요소는 함께하기(relatedness)이다. 초기의 컴퓨터 게임이 주로 혼자하는 게임이었던 것은 그때 같이 할 수 있게 하는 기술이 없어서이고, 요즘 대부분 인기 게임은 멀티플레이어 게임이다. 요즘은 혼밥, 혼술이라는 말이 등장하였지만, 음식은 원래 같이하는 것이다.
‘음식천국’은 음식점과 음식을 선택하는 것에 대한 얘기이기 이전에, 노회찬에 대해 진한 추억을 가진 이들이 함께 식사하는, 21개의 옴니버스식 이야기이다. 노회찬에 있어서 함께하기 총량불변의 법칙은 통하지 않은 것 같다. 그와 같이 한 사람들의 폭은 태평양이고, 그 깊이는 마리아나 해구이다. 보수와 진보가 모두 좋아하는 정치인이었다. ‘그의 심장은 왼쪽에 있었지만, 두 눈은 세상 전체를 바라보았다.’ 그가 좋아한 말. ‘무감어수감어인(無監於水監於人), 물에 자신을 비추지 말고, 사람들 안에 자신을 바라보라.’
그가 사람을 대하는 태도는 음식점 주인들의 얘기로도 짐작할 수 있다. “안쪽자리보다는 문간 자리를 차지하셨어요.” “시시콜콜 내 이야기를 들어주었어요.” 도올 김용옥이 ‘사람 예수’라고 한 모습은 곳곳에서 확인된다. 강서에서 출마할 때 시민들에게 ‘야생화 씨앗 봉투’를 나누어 주었다. 국회에서 여성의 날 장미 청소노동자 아주머니들에게 장미를 선물했다. (그의 영결식날 국회 청소 노동자들이 정렬해서 가는 길을 전송했다.)
노회찬 재단 고문단은 권영길, 천영세, 단병호, 이수호 등 강철같은 인생을 산 7학년 노장들이다. 고급 한정식집 호정에서 만났다. 전노협, 인민노련 등 우리가 젊을 때, 가까이 하기 두려웠던 일을 도모하던 이들이다. 그들은 노회찬을 남을 존중할 줄 아는 사람으로 기억한다. 노회찬의 2주기 추도사에서 권영길이 “노회찬, 노회찬, ...” 이름만 세 번씩 모두 아홉 번 불렀다는 얘기가 우리를 먹먹하게 한다.
서초동 법조타운 ‘이남정’에서는 삼성X파일 소송에 같이 했던 법조인들이 만났다. 2004년 새벽 2시까지 나도 보았지만, 10선이 되는 김종필을 밀어내고, 민주 노동당 비례대표 8번으로 노회찬이 국회의원이 된 것은 큰 사건이었다. 이렇게 단 국회의원 뱃지를 7개월만에 떼게 했던 삼성X파일 관련 소송을 그들은 ‘도둑이야!라고 외친 사람을 처벌하는’ 사건으로 기억한다.
그가 처음 ‘사용자’로서 가장 애정을 쏟았다는 매노(매일노동뉴스)에서 노사구분없이 같이 일했던 ‘노동자’들은 홍대앞 ‘불이야’에서 만났다. 그들은 사장님을 ‘씨를 뿌리는 사람’ ‘꿈과 희망을 주는 사람’으로 기억한다. 이종걸이 다방면으로 도와주었지만, 항상 월급날이 다가오면, 정리해고가 없는 회사를 유지하기 위해 사방으로 뛰어다녀야 했다고 한다. 1000호 기념회엔 민주노총 위원장은 물론이고, 진념 노동부 장관, 경총 부회장도 참석했다고 한다.
‘50년 불판을 갈자’는 말이 생겨난 영등포 길풍식당에는 노회찬이 국회의원이던 시절에 보좌관들이 모였다. 노회찬과 같이 할 때처럼 빈 멍게껍질에 소주를 담아 마실 때, 아련히 소주에 스며드는 바다향을 느끼며 노회찬을 추억하였다. ‘국회에서 가장 일을 많이 하는 의원실’으로 선정되었을 때 마냥 좋아하던 노의원을 눈을 흘기며 바라보았던 이들이다. 3번 국회의원이 되었지만, 너무 일을 많이 해서, 한번도 임기를 끝내지 못했다.
이건 음식점 얘긴 아니지만 요구르트 막걸리 얘기를 빼고 갈 수는 없다. 34살부터 3년간 있었던 청주교도소에서 식빵에 요구르트 부어서 막걸리를 만들어 먹었다고 한다. 의무실에 가서 갑자기 기력이 없다며 원기소를 구해 넣어 알코올 도수를 2도는 높였고, 면회온 사람들에게 요구르트 200병 넣어 달라고 했다고 한다. 이렇게 사귄 대도 신창원이 영치금을 모아 의원 후원금을 보냈다고 한다.
효자동에 있지만 지번으로 찾을 수 없는, 즉, ‘번지없는 주막’인 ‘쉼’에서는 조선일보 기자를 포함한 기자들이 만났다. 이곳은 둘이 가면 어깨가 부딪칠 것 같은 좁은 입구를 10미터 넘게 들어가서 만날 수 있는 동굴속 느낌의 공간이 나온다. 만섭이가 노친네(노회찬의 친구들)이라고 부르는 72회 친구들과 나도 가본 곳이다. 장석의 숨굴을 만날 수 있다. 나는 언젠가 그곳에서 기타 싱얼롱을 하면서 밤을 새울 생각이다.
이 책의 후반부에는 우리 친구들 얘기가 나온다. 통인감자탕은 김창희가 쓴 ‘오래된 서울’에 나오는 집으로 ‘72회 노친네’들이 ‘쉼’으로 가기 전에 1차로 들리는 집이다. 여기서는 노회찬이 감자탕의 ‘감자’는 식물 감자가 아니고, 돼지 등골의 어떤 부위라고 했다는 얘기를 꼭 한번 해야 한다. 숨굴을 제공하는 넉넉한 장석과, 그와 함께 이우중고등학교를 만들어서 교육의 대안을 제시했던 정광필,(기억할랑가 모르겠는데, 72회 회갑잔치에서 춤판을 벌렸던 나의 두 아들 모두 이우출신), 만연체의 최만섭, 만섭이가 ‘독일 병정’이라고 부르는 쁘띠 72회 이성우(이 책의 발행인)가 그들이 오래전 만나던 자신들의 사상적 고향 향린교회를 추억한다. 그러다가, ‘온화한 품격이 온몸에서 굴 향기처럼 풍기는 백미(白眉)의 신사’가 에어콘을 붙들고 난리부르스를 쳤다는 신촌의 ‘올드락’으로 넘어가기도 한단다.
정말 맛집이 많은 내 고향 통영 얘기는 이 글에서 밀렸다. 거제도를 포함해서, 통영의 맛집은 두 말 하면 잔소리이지 않은가? 장석이 과거 통영의 변방이던 거제도에서 오랫동안 싱싱 숨굴을 제공하고 있고, 김창희가 ‘아버지를 찾아서 ? 통영으로 떠나는 시간 여정’을 썼고, 이 책에서도 노회찬이 사랑한 ‘마음의 고향’으로 소개하고 있다는 정도로만 얘기한다.
‘기백만큼은 충천한 젊은 예술가들’은 노회찬을 ‘성북동 막걸리집’에서 그를 기억한다. 그들은 2021년 4월 29일 ~ 5월 8일에 전주에서 열리는 전주영화제에서, 노회찬 도큐멘타리를 기획하고 있다. ‘노회찬 6411’ 등 4편의 노회찬 특집 다큐멘타리 영화가 소개된다고 한다. 우리 한번 전주에서 5월초 조금은 쌀쌀한 밤에 푸른 잔디밭에 텐트치고, 노회찬의 발명품인 소폭을 나눠 마시며, 밤새 노회찬을 만나러 달려가 볼까나? 노회찬이 얘기하던 夜深星逾輝(야심성유휘, 밤이 깊을수록 별은 더욱 빛난다.)를 확인하러...
2021. 4. 16 서덕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