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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해 사제의 밤

고해 사제의 밤

: 불확실한 시대의 신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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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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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1년 03월 25일
쪽수, 무게, 크기 280쪽 | 408g | 150*215*20mm
ISBN13 9788941921035
ISBN10 894192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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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세속적 낙관주의와 ‘독실한’ 낙관주의를 모두 거부한다. 둘 다 순진하고 피상적이며, 선과 옳음에 관한 우리의 제한적 전망과 계획과 인식의 틀에 미래를, 그리고 하느님까지도 끼워 맞추려 하는 태도가 엿보이기 때문이다. 그리스도인의 희망은 장차 올 것에서 의미를 찾으려는 준비된 마음가짐과 개방성이지만, 이러한 어림짐작 뒤에는 결국 우리는 언제나 우리에게 무엇이 최고인지를 미리 알고 있다는 건방진 억측의 냄새가 풍긴다. 세속적 낙관주의(‘진보’를 만병통치약으로 보는 계몽주의 신앙)의 순진함과 그 실패에 관한 글들은 이미 많이 나와 있다. 나는 그보다는 ‘종교적 낙관주의’에 더욱 반대하는 견해다. 속임수 같은 ‘하느님과의 흥정’ 가능성과 사람들의 불안을 활용하여 복잡한 문제들에 지나치게 단순화된 ‘신실한’ 대답들을 제시하는 안일한 신앙 말이다--- p.16

예수께서는 “겨자씨 한 알만 한 믿음”만 있으면 불가능하고 터무니없는 것, 유례없고 생각할 수도 없는 것을 이루리라고 진정 약속하신다. 그러나 그것은 ‘특별한 업적’이나 ‘기적’의 문제가 아니며, 선풍적 흐름을 무턱대고 추종하는 이들이 기대하는 ‘성령의 특별한 은사’도 아니다. 신앙의 가장 급진적인 표현, 곧 정말 터무니없고 불가능한 것, 이 세상의 눈에는 너무나 어리석고 미친 것은 그런 모습이 아니다. 그보다는 복수할 수 있을 때 용서하는 것, 남이 나에게 나쁜 짓을 했을 때 “이웃을 사랑”하거나 “다른 뺨을 내미는” 것, 나만을 위해 재어 놓을 수 있는 것을 내어 주는 것, 되갚을 능력이 없는 이들에게 더욱 후하게 베푸는 것, 다른 사람들이 행복한 삶의 필수 조건으로 여기는 것을 ‘하느님 나라를 위해’ 포기하는 것이 여기 속한다--- p.23

신앙은 어떤 구체적인 ‘신조’를 지지하는 것이 아니며, 아무 변화 없이 고정되어 있지도 않다. 진정한 살아 있는 신앙은, 회심의 순간 ‘하느님의 지위’에서 벗어났으나 다시 그 지위를 찾으려 끊임없이 애쓰는 ‘나’와 벌이는 영원한 싸움이다. 신학에서 말하는 ‘죄’란 단순히 ‘잘못’이나 ‘도덕률의 위반’이 아니라, 무엇보다도 우리의 ‘나’가 그 잃어버린 지위를 되찾기 위해 다시 발버둥 치는 행위를 말한다. 죄란 살아 계신 하느님, 곧 ‘절대적 너’를 거스르는 행위로서, 회심을 통해 그분을 우리 삶의 중심과 초점에 모셔 왔다가 이제는 다시 그분께 그 지위를 부정하는 것을 가리킨다.
--- p.109~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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