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문
마가복음에 대한 이해함이 없다면 마가복음을 마태복음의 부록, 아류 정도로 부당하게 취급하게 될 것입니다. 이는 마가복음에 대한 부당한 평가 일뿐만 아니라 우리의 신앙에 대단한 손실이 됩니다. 이는 마가복음의 메시지에 대해서 무지함이 됩니다.
1835년 라크만이 ‘마가복음 우선설’을 주장한 이후 학계에서는 마가복음에 대한 평가가 새로워지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러나 마태복음의 발췌로 여겼던 마가복음에 대한 푸대접은 마가복음을 읽는 현장에서는 여전합니다.
마가복음을 온전하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마가복음의 특징들을 이해하여야 합니다.
첫째, 마가복음은 치유를 중심으로 합니다. 마태복음은 예수님의 3대 사역인 선포(preaching), 가르침(teaching), 치유(healing) 중에서 5대 강화를 중심으로 ‘가르침’에 관한 강조가 있다면 마가복음에서는 선포와 가르침이 아닌 치유의 사역이 가장 먼저 언급되며 많은 분량을 통해서 강조하고 있음을 살펴보아야 합니다. 가버나움의 하루는 치유 중심의 이야기이며(막 1:21-39), 나병환자로부터 안식일에 손 마른 자를 고치심의 이야기는 마가복음의 주요 메시지가 치유로부터 시작함을 밝힙니다(막 1:40-3:12). 마가복음은 많은 이적을 전합니다. 사복음서에 나오는 36개의 이적 중에 무려 18개의 이적을 전합니다. 마태복음의 긴 강화와 같은 형태는 다만 마가복음 4장과 13장으로 제한되어 있으며 짧은 분량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많은 내용의 이적들에 관하여 전합니다. 이는 마가복음의 청중들이 처한 상황이 가르침을 받아 세워 나가야 하는 현장이 아닌 핍박과 환난 가운데 위로를 받고 견디어야 하는 현장임을 알 수 있게 합니다.
둘째, 마가복음은 예수님의 수난(Passion)을 강조합니다. 가상칠언의 말씀 중에 누가복음의 말씀과 같은 고상함(눅 23:34, 43, 46)과 요한복음의 성취가 없습니다(요 19:30). 철저하게 예수님의 고난 자체를 조명합니다. 이는 역시 고난의 현장 가운데 있는 마가의 독자들을 위로하며 그들의 믿음을 굳게 합니다.
셋째, 마가복음은 로마의 이방인 그리스도인을 대상으로 합니다. 마가복음의 독자, 혹은 청중들의 이해는 마가복음을 깊이 있게 이해하는 데에 도움을 줍니다. 이방인을 위하여 아람어를 설명하며(3:17-보아너게: 우레의 아들, 5:41-달리다굼: 내가 네게 말하노니 소녀야 일어나라, 7:11-고르반: 하나님께 드림이 되었다, 14:36-아바: 아버지, 15:34-엘리 엘리 라마 사박다니: 나의 하나님, 나의 하나님 어찌하여 나를 버리셨나이까), 유대의 풍습에 관하여 자세히 전하며(7:3-4, 14:12, 15:42), 로마의 많은 군대적인 용어들이 등장하며(5:9, 6:27, 15:15,16, 39), 헬라 동전의 명칭인 렙돈을 로마 동전의 명칭인 고드란트로 설명합니다(12:42). 곧 마가복음에 대한 이해는 마가복음의 독자 혹은 청중들에 이해를 바탕으로 합니다. 마가복음 청중들의 삶의 자리가 곧 마가복음의 메시지가 됩니다. 마가복음의 투박하고 단순하며, 직설적인 표현 방법들은 마가의 저자뿐만 아니라 독자들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넷째, 마가복음 논리적인 가르침보다는 감성적인 이야기를 중심으로 합니다. 전체적으로 짧은 16장의 글임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긴 이야기들을 담고 있습니다. 1. 가버나움의 긴 하루(막 1:21-39), 2. 중풍병자를 고치심(막 2:1-12), 3. 거라사인 귀신 들린 자를 고치심(막 5:1-20), 4-5. 야이로의 딸과 열두 해 혈루병 난 여인의 이야기(막 5:21-43), 6. 세례 요한의 죽음 이야기(막 6:14-29), 7. 장로들의 전통(7:1-23), 8. 갈릴리 호숫가의 사역(막 7:31-37), 9. 귀신 들린 아이를 고치심(막 9:14-29), 10. 맹인 거지 바디매오 이야기(막 10:46-52) 등은 짧은 마가복음 안에서 상당히 길며 자세하게 전합니다. 이는 마가복음의 독자들에게 복음을 전하는데 효과적입니다.
다섯째, 마가복음은 행위를 중시합니다. 믿음의 사람들의 행위를 강조하며, 또한 복음을 전하시는 예수님의 가르침보다는 복음을 전하시는 예수님의 행위를 강조합니다.
여섯째 마가복음에는 빈번한 샌드위치의 구조를 가집니다. 이는 구조를 통한 중요한 메시지의 전달이 됩니다. 1. 열두 해 혈루증 여인과 야이로의 딸 이야기(막 5:21-43), 2. 제자들의 파송과 세례 요한의 죽음, 제자들의 귀환 이야기(막 6:7-32), 3. 오병이어의 이적과 떡 떼신 일을 깨닫지 못한 이야기(막 6:30-52), 4. 어린 아이의 하나의 영접하신 이야기(막 9:37, 41), 5. 무화과나무의 저주와 성전 정화 이야기(막 11:12-26), 6. 향유를 부은 여인과 가룟 유다의 배신 이야기(막 14:1-11), 7. 베드로의 부인 이야기(막 14:53-72)는 샌드위치의 구조를 가지며 이는 매우 의미 있는 교훈이 됩니다.
일곱째, 마가복음에는 비밀 경고의 말씀들이 있습니다. 갈릴리 바다에서 더러운 귀신들에게 경고하시며(막 3:7-12), 갈릴리 호수에서 귀 먹고 말 더듬는 자에게 경고하시며(막 7:36), 벳새다의 맹인 치유 후에 마을에는 들어가지 말라 하셨으며(막 8:22-26), 베드로의 신앙 고백 후에(막 8:30), 변모산 사건 후에(막 9:9) 비밀 경고의 말씀들이 있습니다. 이는 브레데의 ‘메시야 비밀’과 같이 예수님의 메시야에 대한 자의식에 대한 신학적인 견해보다는 메시야에 대한 왜곡된 이해를 금지하심에 관하여 주목하여야 합니다.
마가복음의 전체적인 구조는 먼저 짧은 서론과 결론을 가집니다. 탄생과 유년기가 없는 짧은 공생애의 준비가 서론이 되며(막 1:1-13), 부활에 관한 말씀이 결론이 됩니다(막 16:1-20). 본론이 되는 1장14-15장47절의 말씀은 크게 갈릴리 중심 활동과 예루살렘 중심 활동으로 나눕니다. 갈릴리 중심 활동은 1장14-8장26절까지의 말씀으로 제자들의 부름과 선택과 파송을 기점으로 1차 갈릴리 활동(1:14-3:12), 2차 갈릴리 활동(3:13-6:6), 3차 갈릴리 활동(6:7-8:26)로 나뉘며, 예루살렘 중심 활동 8장27-15장47절의 말씀으로, 상경기(8:27-10:52), 예루살렘 입성(11:1-13:37), 수난(14:1-15:47)으로 각각 세 부분으로 나누어집니다.
마가복음은 수난의 복음서라 할 수 있으나 아이러니하게도 마가복음 자체가 오랜 세월 동안 빛을 보지 못하는 수난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현대에 이르러서는 마가복음은 그 중요성과 가치가 새롭게 조명을 받습니다. 마가복음이야 말로 현대판 미운 오리새끼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대우는 최초의 복음서라는 태생적인 위치로 말미암은 것이 아닌 마가복음이 전하는 특별한 메시지의 재조명을 통해서 또한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논리보다는 감성적으로 다가가며, 세련되지 않고 투박하나 친근하며, 기도의 내용을 가르치지 않으나 기도의 마음을 주며, 그리스도의 수난을 통해 고난의 현장 가운데 자들을 위로하는 것이 바로 마가복음의 메시지입니다.
---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