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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돌 키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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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승원 자서전

[ 양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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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03월 24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504쪽 | 820g | 160*232*27mm
ISBN13 9788954678087
ISBN10 8954678084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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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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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 『원각경』에 “달을 보라면 달을 볼 것이지 왜 손가락을 보느냐”라는 말이 있다. 모든 시나 소설(이야기)이 ‘손가락질’을 하는 짓이라면 속에 들어 있는 주제는 ‘달’이다. Paradox는 ‘para(벗어나다, 초월하다, 뛰어넘다)+doxa(말)’로 나누어볼 수 있다고 딸이 오래전에 가르쳐주었다.
--- p.51, 「이야기의 힘」 중에서

“눈이 작은 그 여자”라고 쓰면 설명이므로 독자는 그 애매함으로 인해 절망한다. “단춧구멍처럼 눈이 작은”이라고 비유를 통해 말해야 단춧구멍의 모양새를 통해 절망에서 벗어난다. “푸른 하늘 푸른 바다 푸른 산”이라 쓰면 절망한다. “쪽물을 들여놓은 듯싶은 하늘” “청남색 잉크를 가득 채워놓은 듯한 바다” “진한 쑥물을 뒤집어쓴 듯한 산”이라 해야 절망에서 벗어난다.
--- p.299, 「표현 혹은 형상화」 중에서

공작새 수컷은 세상을 향해, 꼬리와 날개를 부챗살처럼 펴서 무지개 색깔의 홀로그램 문양을 과시할 때 항문이 노출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실패는 중요하지 않다. 당신을 웃음거리로 만드는 용기가 필요하다”는 채플린의 말에서 용기를 얻었다.
--- p.439, 「도깨비와 춤을」 중에서

우울에서 벗어나기 위해 바닷가 산책을 하거나 서재에 앉아 책을 읽거나 글을 써도 풀리지 않았다. 외풍이 심한 방에서, 찬바람을 막아주는 두꺼운 겉옷과 내의를 벗고 얇은 홑옷만 걸치고 있는 것처럼 몸이 으슬으슬 춥고 허전했다. 나는 잊으려고 이겨내려고 안간힘을 쓰며 책을 읽거나 글을 썼다. 늘 그랬듯 나를 구제하는 것은 나의 글쓰기였다.
--- p.443, 「곱게 화장한 99세 어머니의 얼굴」 중에서

우리의 눈이 별빛을 만든다. 나는 건강할 때면 보이지 않던 것이 앓을 때면 보인다. 슬픈 눈으로 보기 때문일 터이다. 기쁜 눈은 가슴을 달뜨게 하지만, 슬픈 눈은 냉엄해지게 한다. 이천오백 년 전 인도의 유마힐은 칭병하고 누운 채 문병하러 온 사람들에게 불가사의 해탈(不可思議 解脫)을 설했다. ‘유식학(唯識學)’에서, 우리의 눈이 별빛을 만든다고 했다. 너희들 자신만의 독특한 슬픈 눈을 지니도록 하여라. 그 눈으로 너희들의 눈에 투영된 풍경을 증언하도록 하여라.
--- p.486, 「길 굽이굽이에 솔잎을 뿌려놓는다」 중에서

오래전에 교육연구가인 한 친구가 무슨 세미나인가를 앞두고, 나에게 물었다. 그 행사 모두에 기조연설을 해야 하는데, 무엇을 이야기했으면 좋겠느냐고…… 그가 애매모호한 질문을 했으므로 나도 애매모호하게 말했다. “세상에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하는 것이 있고, 변하지 않은 것이 있는데, 변하지 않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하소.”
--- p.491, 「길 굽이굽이에 솔잎을 뿌려놓는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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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그렇게 지극히 사적인 가족사의 세부는 이 책에 담겨 있지 않다. 대신 아버지 자신의 삶이 여기 있다. 그가 직접 추려내고 힘을 다해 윤을 낸 유리 기둥들이 있다. 오직 글쓰기라는 외통수의 열의-해법-구원으로 삶의 모든 순간들이 수렴되었던 한 생애가 있다.
고백하자면 어린 시절 나는 아버지처럼 살지 않겠다는 다짐을 했었다. 어떤 경우에도 문학을 삶 앞에 두지 않겠다고. 지금도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다만 반짝이는 석영 같은 이 페이지들 사이를 서성이고 미끄러지며 비로소 아버지를 이해하게 되었다. 얼마나 척박한 흙을 밀고 그가 기어이 꽃피었는지. 그걸 가능하게 한 글쓰기가 그의 종교였음을. 그토록 작고 부드러운 이해의 순간이 나에게는 중요한 것이었다.
- 한강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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