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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심

중심

: 극단의 세상에서 나를 바로 세우다

법인 | 김영사 | 2021년 03월 24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리뷰 총점9.8 리뷰 14건 | 판매지수 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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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03월 24일
쪽수, 무게, 크기 296쪽 | 422g | 135*205*20mm
ISBN13 9788934986935
ISBN10 893498693X

카드 뉴스로 보는 책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적정 기술’이 있듯이 ‘적정 속도’가 필요하다. 삶이 헐떡거리지 않는 그런 속도 말이다. 적정한 속도를 유지하려면 성장과 독점이라는 미혹의 문명에 대한 큰 전환이 있어야 하겠다. 멈춰 서서 오래 골똘히 보아야 사랑스러워 보인다. 빨리 달리는 말 위에서 어찌 예쁘고 사랑스러운 꽃을 보고 느낄 수 있겠는가.
---pp.21,22

보람이 부모는 왜 분수를 중요하게 여기게 되었을까? 분수를 지킬 때 곧 자유를 누릴 수 있음을 알았기 때문이다. 분수라는 말은 신분 사회에서 계급 상승의 욕구를 억누르는 의미로 사용되지만, 본래 사람으로서 일정하게 이를 수 있는 자신만의 몫을 의미한다. 사람은 저마다 타고난 기질과 취향, 능력과 가치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 남이 좋다고 하고 내 눈에도 좋아 보여서, 다른 이의 삶을 훔쳐보고 넘보는 일은 분수에 맞지 않는 일이다. 이를 매우 잘 알고 있는 보람이 부모는 가끔 농담조로 말하곤 한다. “오르지 못할 나무는 오르지 않는다.” 분수 밖의 삶에 의미를 두지 않고 부러워하지 않는 지혜와 용기가 엿보인다.
---pp.24,25

시간을 빼앗기는 것은 공간을 빼앗기는 것이다. 공간을 빼앗기는 것은 개인과 가족의 삶을 빼앗기는 것이다. 그리하여 집은 웃음과 대화가 넘치는 화목한 가정이 아니라 각자 피곤한 몸을 누이고 출근하는 숙소로 바뀐다. 재화의 총량을 늘리는 일을 멈출 줄 모르는 사회 구조가 개인 시간의 절대 빈곤을 만들어낸다. 생각해보자. 개개인이 쓸 수 있고 써야만 하는 저녁과 주말의 시간은 소중한 사유재산이 아닌가. 그렇다면 사유재산을 허락 없이 무단으로,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 빼앗는 행위는 탈법을 저지르는 일이며 반칙이다.
---p.59

올여름은 청소년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기쁨을 누렸다. (…) “우리가 지금 이 순간 무엇 덕분에 기분이 좋고 행복할까?” 한 아이가 답했다. “나무와 꽃과 시원한 바람이 있어서 행복해요.” 이어 내가 물었다. “이것들이 곁에 없거나 아프면 어떻게 될까?” 그러자 아이들의 표정이 진지해졌다. 마음에 작은 파문이 인 듯했다. 낱낱이 설명하지 않아도 사람은 만물과 더불어 살아야 한다는 것, 그리고 사람만 살려고 다른 것들을 따돌리고 함부로 대하면 사람도 결코 건강하게 살 수 없음을 느꼈을 것이다.
---p.64

가장 쉬운 일이 가장 어렵고, 가장 어렵다고 생각하는 그것이 가장 쉽다. 자신의 허물을 인정하고 참회하는 일은 매우 어려운 일처럼 보이지만, 진실과 용기만 있으면 즉시 할 수 있다. 화해와 상생의 미래는 견딜 수 없는 가슴을 열어 보일 때 열린다.
---pp.138,139

광장의 촛불이 밀실의 어둠을 비추었다면, 이제 각자의 내면의 동굴을 비춰봐야 할 때이다. (…) 지금 우리는 나도 모르게 길들여진 것들이 과연 무엇인가를 다시 집요하게 찾아보아야 한다. 길들여진 것들이 다시 우리를 길들이고 있으니 말이다.
---p.180

며칠 전 어떤 이가 나에 대해 좋지 않게 이야기한다는 말을 들었다. 순간 당황했지만 미소 지으며 이렇게 말했다. “아마 그분 나름대로 그렇게 말한 사정이 있겠지요?” 이렇게 답변하고 나니 즉시 그분에 대해 서운하고 불쾌해지려는 감정이 사라졌다.
---p.239

아무리 편하고 빨라도, 내 정신과 감성의 생기와 울림을 억압하고 지배하는 것은 결코 좋은 것일 수 없다. 지금 실시간 검색어를 정신없이 따라가면 실시간으로 정신이 실종될 수 있다. 마음을 빼앗기지 않고, 마음으로 바라보는 스마트폰 명상을 권한다.
---p.274

산중에 사는 나도 향기로운 차를 마시며 마냥 한가한 대화만 나누지 않는다. 때로는 가슴 아프고 억울한 사연들을 듣는다. 부담 없는 잡담을 나눈다. 진지한 주제로 학술 토론회의 경지까지 가는 대화도 한다. 어느 분야의 전문 소양을 갖춘 사람이 절에 오면, 함께 차담에 참여한 사람들과 즉석에서 강의와 즉문즉답이 이루어지기도 한다. 때로는 서로 노래와 시를 주거니 받거니 한다. 예나 지금이나 인문과 풍류가 꽃피우기 좋은 곳이 절집이다.
---pp.294,2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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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이 책은 스님께서 해남 대흥사 일지암과 남원 실상사에 거하시면서 당신을 찾아온 수많은 사람의 이야기를 옴니버스 형식으로 들려주는 ‘담소’ 콘서트이다. 장사하는 사람, 배추 농사짓는 농민, 귀농한 과학 교사와 그의 아이들, 판소리를 하는 성악가, 촌에 내려와 숨죽이고 살았던 위안부 할머니, 고민 많은 대학생, 교수, 목사, 정치가, 기업인 등 수많은 사람이 각자 절절한 어떤 사연들을 가지고 스님을 찾아오고 또 스님이 찾아간다. 이들이 만든 이야기는 우리들 ‘오늘의 삶’을 단층 촬영하듯 보여준다. 스님이 도려낸 단면의 결들은 때로는 폐부를 찌른 듯 아프고 때로는 ‘일시정지’하고 싶게 아름답다.
산중 수행자로서 시인이자 불교학, 인문학에 해박한 눈썰미를 갖고 계신 법인 스님은 또한 우리나라 대표적인 NGO의 공동대표를 역임한 바 있다. 승속僧俗의 한가운데, 당신은 벗어나 있으면서 이미 참여하고 있다. 이 책의 제목 《중심》은 어쩌면 당신의 위치이기도 하다.
법인 스님이 이끌어가는 대화의 중심에는 차와 책이 있다. 세속과 그 ‘너머’의 사이, 그 가운데 있는 마음, 즉 중심을 유지하는 것이 대화요 그 말들이 서로 오가며 이야기의 줄기세포가 번지고 얽혀 잡다한 꽃들을 피운다. 법인은 설법하지 않는다. 그가 대화하는 방식은 오히려 침묵 속에서 경청하는 것이다. 그러다 어느 대목에서 한마디 하는데 그 짧은 한마디가 괴로움으로 꽁꽁 뭉친 마음 한 귀퉁이를 죽비처럼 가격한다. 순간 알 사람은 알아챈다. 법인은 그것을 마음의 ‘해체’라 부른다. 그가 유도하는 대화는 발견이며, ‘발견하게 하는 것’이다.
나는 은퇴 후 스님의 배려로 6개월간 일지암에 머물렀다. 스님은 초의 선사가 거하셨던 초당 뒤편 동백나무 숲속 ‘동다정東茶亭’을 나에게 흔쾌히 내어주셨다. 나는 그곳에서 스물네 편의 시를 썼다. 스님이 얼마나 기뻐했는지 모른다. 나와 스님은 자취생처럼 교대로 밥을 짓고 설거지를 했다. 뜻하지 않은 동거 생활 중에 나는 이 책에 등장하는 여러 사람을 보았다. 나는 스님에게 질문을 자주 했고, 스님은 답 대신 불교에 관한 책을 건네주곤 했다. 그때 내가 다시 읽은 책이 나가르주나의 《중론》이다. 어쩌면 《중심》의 근간을 이루는 스님의 생각은 “인과 연에 따라 오는 것도 없고 가는 것도 없다”라는 《중론》의 공 사상에 기반한 것이 아닐까 싶다.
수많은 사람이 찾아와 ‘자기발견’의 이야기꽃을 피우는 이 책은, 저자의 말처럼 “어느 누구도 주눅 들지 않고 참여하는 꽃들의 어울림으로 꾸며진 꽃밭”, 즉 화엄華嚴을 보여준다고 하겠다. 거기서 소란스럽게 떠드는 “잡설雜說이 곧 경전이다”라는 법인의 역설은 눈부시다.
- 황지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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