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이러한 말(‘반야심경’이나 ‘색즉시공’)을 전혀 들어본 적이 없는 분들은 물론, 이미 알고 계신 분들에게도 과연 반야심경은 어떤 책인가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줄 것입니다. 특히, 반야심경의 내용과 관련된 부처님의 말씀을 초기경전에서 뽑아 추가했습니다. 여기에서 독자 여러분들은 좀 더 명확하게 반야심경의 뜻을 이해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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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종교는 사람의 연약한 심리 때문에, 그러한 기복신앙적인 요소를 가지고 있을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저는 그런 행위들을 꼭 나쁘게 바라보지는 않습니다. 그러한 것들도 나름대로 역할이 있다고 봅니다. 처음에는 복을 빌기 위해서 절에 다니는 분들이 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스님들의 법문을 듣고 부처님의 가르침을 알게 되면, 그분들은 절대적으로 의지할 부처님이나 신神은 없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리고 모든 것은 자신의 행위를 원인으로 하고, 자신이 선택한 행위의 결과를 경험할 뿐이라는 인과(因果)의 법칙을 이해하기 시작합니다.”
---p.24
“이 세상은 이렇게 다섯 가지의 집합체인 오온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불교에서는 설명합니다.
이 몸을 한번 봅시다. 이 몸은 물질인데요. 본인의 몸에게 영원히 ‘아프지 말고 늙지 말고 항상 지금처럼 건강해라’라고 한다고 해서 아프지 않고 늙지 않겠습니까? 자, 이제부터는 제가 하는 질문에 잠시 생각을 해보시고 본인의 생각대로 대답하시면 되겠습니다.
이 몸[色]은 변하지 않고 영원하고 항상 그대로인 것입니까, 아니면 항상하지 못하고 변하는 것입니까?”
“그 모습 그대로 있을 수는 없죠. 변하는 것이죠.”
“그렇죠. 만약 항상하지 못한 이 몸이 아프거나 어딘가 못쓰게 된다면, 그것은 괴로움이겠습니까, 즐거움이겠습니까?”
“괴로운 것이죠.”
“ ‘아프지 마라’라고 해도 자기 뜻대로 따라주는 것도 아니고, 영원하지 못하고 변하기 마련이고, 괴로움인 이 몸에 대해서 이것은 ‘내 것이야’, 이 몸이 ‘나야’라고 생각하는 것이 타당하겠습니까?”
“음, 글쎄요. 타당하지 않은 것 같군요.”
---pp.35,36
“존재를 이렇게 분석해보면 알 수 있듯이, 물질적인 것이든 정신적인 것이든 고정불변하는 실체가 없습니다. 더 세밀하게 관찰하면, ‘변한다고 하는 것’은 ‘일어났다가 사라졌다가 하는 연속체의 흐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결국 ‘다섯 가지 집합체’인 오온은 이렇게 그 실체가 없기 때문에 ‘공하다’(空, Skt. śūnyatā, Pāli suññatā)라고 합니다. 이것이 반야심경에서, 그리고 불교에서 얘기하는 공(空)의 의미입니다.”
---pp.39,40
그런데 불교에서는 왜 ‘오온이 공(空)하다’고 아는 것을 그렇게 중요하게 여기는가?
왜냐하면 이러한 ‘오온이 공하다는 특성’인 공성(空性)을 본 사람은 집착하는 탐욕스러운 마음을 일으키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탐욕을 ‘목마름’, ‘갈애’라고 하는데, ‘갈애’는 어떤 존재가 연속하게 되는 가장 강력한 에너지 가운데 하나이다.
---p.41
특히, 수학, 입자 물리학, 천체 물리학, 심리학 등을 전공하시는 분이라면, 불교를 믿지 않더라도, 한 번쯤 불교에 관한 서적이나 동양사상에 관한 책을 읽어보길 바란다.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과 생각의 자유를 얻을 수 있으리라.
과학에서는 이론을 이해하기 위한 수학적 능력도 중요하다, 그러나 어떤 이론이 만들어지게 된 ‘역사(歷史)’를 가르치는 것이 더 중요할 수도 있다. 거기다 새로운 이론이나 돌파구를 찾아내야 한다면, ‘평소에 철학적 사유’를 할 수 있는 혼자만의 시간이나 토론의 시간을 자주 갖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 그리고 여기에는 서양철학 보다, 동양철학이 훨씬 더 큰 도움이 될 것이다.
---p.187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쓰는 표현 가운데, ‘유념(留念)하다’, ‘염두(念頭)에 두다’는 표현이 있다. 만약 병원에서 의사가 “환자분! 큰일났습니다. 죽을 수도 있으니, 호흡에 유념하세요!”라고 말했다고 하자. 정말 큰일났다. 갑자기 죽을 수도 있단다. 어떻게 하겠는가? 호흡이 가쁜지, 느린지, 거친지, 약한지 온통 호흡 생각뿐일 것이다. 밥을 먹을 때도, 잘 때도, 걸어갈 때도, 쉴 때도 온통 호흡을 관찰하고 체크하고 있을 것이다. 평소에, 누가 호흡에 신경을 쓰겠는가? 자신이 호흡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잊고 사는데!
---p.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