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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소의 노래

염소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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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04월 09일
쪽수, 무게, 크기 112쪽 | 174g | 130*210*7mm
ISBN13 9791190406055
ISBN10 1190406055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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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슬린 은색 창틀 안에 오붓하게
가지 하나의 꽃, 복사빛 꽃.

달빛을 받고 실신해 버린
정원의 흙 표면은 먹으로 그린 점.

아아 아무 일 없어 아무 일 없어
나무들 쑥스럽게 돌아다녀라.

이 어쩐지 공연한 무슨 소리에
희망은 없노라니, 그렇다고 또, 참회도 없노라니.

산 속 고요히 사는 목공에게만,
꿈속 대상隊商들의 발걸음도 어렴풋 보이리.

창문 안쪽에는 산뜻하면서, 어슴푸레한
모래의 색을 띠는 비단 옷차림.

넓찍한 가슴팍의 피아노 소리
조상은 없고, 부모도 사라졌지.

개를 묻은 자리는 어디였던가,
사프란 꽃빛으로 끓어오르는
봄밤이로다.
--- p.12 「봄밤」


천정 안으로 빨갛고도 노랗게
문틈을 파고 새어들어오는 빛,
촌티가 나던 군대 음악의 추억
손으로 하는 아무런 일도 없네.

작은 새들의 노래 들리지 않고
하늘은 오늘 옅은 남색인 듯해,
지겨워하는 사람의 마음속을
단속해 주는 그 무엇조차 없네.

나무진 향에 아침은 고민스러
상실하게 된 온갖 가지의 꿈들,
이어진 숲은 바람에 우는구나
--- p.14 「아침의 노래」 중에서


가을 하늘은 엷은 먹색 칠해진
검은색 말의 눈동자가 가진 빛
물기 말라서 떨어지는 백합꽃
아아 마음은 공허해지는도다

신神도 없는데 이정표도 없어서
창문 가까이 있던 여인 갔노라
하이얀 하늘 눈이 멀어 있었고
하이얀 바람 차갑기만 했더라

창가에 앉아 머리를 감노라면
그 손과 팔이 다정히 느껴졌지
아침 햇살은 넘쳐흐르고 있지
물방울 소리 뚝뚝 듣고 있었지
--- p.15 「임종」 중에서


지저분해져 버린 나의 슬픔에
오늘도 눈이 조금 내려 쌓이지
지저분해져 버린 나의 슬픔에
오늘도 바람마저 불어 지나지

지저분해져 버린 나의 슬픔은
예를 들자면 여우 가죽을 댄 옷
지저분해져 버린 나의 슬픔은
눈이 조금 내려서 오그라들지

지저분해져 버린 나의 슬픔은
아무런 희망 없이 바람도 없이
지저분해져 버린 나의 슬픔은
권태로움 속에서 죽음 꿈꾸지

지저분해져 버린 나의 슬픔에
아프고 아프도록 두려움 들고
지저분해져 버린 나의 슬픔에
딱히 한 일도 없이 하루 저물지……
--- p.54 「지저분해져 버린 나의 슬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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