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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날의 노래

지난날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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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04월 09일
쪽수, 무게, 크기 112쪽 | 174g | 130*210*7mm
ISBN13 9791190406062
ISBN10 11904060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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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까닭에 마음 이다지도 부끄러운가
가을 바람이 하얀 날 산그늘이었지
모밀잣밤나무 마른 잎들 움푹 팬 곳에
나무줄기들은 괜스레 노숙하게 서 있더랬지

나뭇가지들 서로 얽은 언저리 슬픈 기색의
하늘은 죽은 아이들의 망령에 가득차 깜박였었지
하필 그때 저쪽 편 들판 위는
아스트라한 무리 사이 누비는 고대 코끼리의 꿈이었지

모밀잣밤나무 마른 잎들 움푹 팬 곳에
나무줄기들은 괜스레 노숙하게 서 있더랬지
그날 그 나무줄기 틈 도탑던 눈동자
누이 같은 빛 네가 있었더랬지

그날 그 나무줄기 틈 도탑던 눈동자
누이 같은 빛 네가 있었더랬지
아아! 지나간 날의 설핏 타올라 선명해지는 순간순간은
내 마음 무슨 까닭에 무슨 까닭에 이다지도 부끄러운가……
--- p.10 「부끄러움」


비는 오늘 밤도 옛날 그대로,
옛날 그대로의 노래를 부르고 있구나.
주룩주룩 주룩주룩 집요할 정도로다.
라며, 보는 베를렌 씨의 그 큰 덩치가,
창고 사이의 골목길을 가는 게다.

창고 사이는 고무 비옷의 반사광이다.
그리고 이탄泥炭이 배어 뚝뚝 떨어지는 장난이다.
그런데 이 골목길을 빠져나가기만 한다면,
빠져나가기만 할 수 있다면 어렴풋한 희망이다……
거참 희망임에는 틀림도 없겠지?

자동차 따위에 볼일은 없지,
밝은 옥외등 따위는 말할 나위도 없고말고.
술집 처마등의 썩어 버린 눈동자여,
머나먼 쪽에서는 케미도 울고 있네.
--- p.12 「한밤중의 비」


나에게는 이제 아무것도 없는 거야
나는 빈손 맨주먹이야
심지어 그걸 한탄도 않지
나는 마침내 무일푼이야

그렇다 해도 오늘은 날씨가 좋아
아까부터 수많은 비행기가 날고 있지
―유럽은 전쟁을 일으키려나 안 일으키려나
누가 그런 거 알 바던가

오늘은 정말 날씨가 좋아서
하늘의 푸름도 눈물에 촉촉하네
포플러가 펄럭펄럭 펄럭펄럭하고
아이들은 좀 전에 승천했지
--- p.43 「추일광란」 중에서


사랑하는 아이가 죽었을 때는,
자살하지 않으면 안 되겠지요.

사랑하는 아이가 죽었을 때는,
그것 말고 달리, 방법이 없어.

하지만 그래도, 업(?)이 깊어서,
여전히 더 살게라도 되거들랑,

봉사하는 마음이, 드는 거에요.
봉사하는 마음이, 드는 거에요.

사랑하는 아이는, 죽은 거니까요,
분명히 그야, 죽은 거니까요,

이제는 어떻게도, 안 되는 거니까요,
그 아이를 위해서, 그 아이를 위해서,

봉사하는 마음이, 들지 않으면 안 돼.
봉사하는 마음이, 들지 않으면 안 돼.
--- p.94 「춘일광상」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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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카하라 주야를 이해하는 것은 곧 자기 자신을 이해하는 것이다.
- 오오카 쇼헤이 (소설가)
그의 웃음이 일그러진 그대로를 따라 노래한 시도 일그러졌다. 이것은 시인이 만들어낸 조화라고 할 수 없다. 나카하라 주야는 인생에 충돌하듯이 시에도 충돌한 시인이었다. 그는 시인이라기보다는 오히려 고백자였다.
- 고바야시 히데오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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