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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은 그러다가 흐른다

눈물은 그러다가 흐른다

문학동네시인선-153이동
리뷰 총점8.0 리뷰 2건 | 판매지수 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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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04월 08일
쪽수, 무게, 크기 152쪽 | 190g | 130*224*8mm
ISBN13 9788954678599
ISBN10 8954678599

카드 뉴스로 보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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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끝이 난다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그것은
한 번도 본 적 없는 제품과 맞닥뜨리는 심정 같을 것
아무런 설명서 없이 내가 나를 건네받는 심정 같을 것

얼마 전에는 난데없는 참담함과 속절없음으로
기계의 일부가 마비되기도 했다

(…)

사은품처럼 매일매일 쏟아져내리는 오작동의 경험들
오늘이라고 다섯 번 거짓말치고 몇 분 정도는 우쭐했지만
나 혼자 잘못 아는 건 아닌지 백색소음을 내며 울었다

이 기계는 허공의 낯선 굴곡을 따라 노련하게 움직이지만
더욱 사려 깊은 작동으로 기진맥진한 곳곳을 보호하지만
말을 멈춘 뒤에도 생각은 멈추지 못하는
슬픈 구조를 지녔다

(…)

나와 기계 모두에게 미래는 아무 위안도 되지 못했다
그 누구를 위해서도 아닌 그 무엇을 위해서도 아닌
시 한 편을 지금 쓰고 있다는 것 말고는
이 기계의 작동법에 대해 내가 아는 것은 없다

(…)

이 세계의 말과 행동 모두를 잃은 뒤 기계에게 나와
우리 모두에게 서로는 절절한 무용지물이 될 것이었다
--- 「평범한 오작동의 세계」 중에서

―――――――――――――――――――――――――――――

처음 여기 왔던 방식과는 다르게 사라진다
날마다 조금씩 어딘가를 향해 옮겨진다

아무 언어로도 말해질 수 없는 비참을 뚫고
눈 닿는 모든 곳에서 자비 없이 달려든다
내게 남은 마지막 순서가 나를 향해 전속력으로

재채기나 속도위반 같은 건 그 와중에 벌어진다
정면충돌의 직전까지는 물론 식사도 계속된다
--- 「시시한 세계」 중에서

―――――――――――――――――――――――――――――

몰락은 존재 말고 행동을 원할지도 모른다
행동은 번번이 유보당한 이유가 궁금할 것이다

파국은 명분을 만드느라 창피할 틈이 없고
냉장고는 반찬 냄새 섞인 냉기가 경멸스럽다

실존은 딴짓을 들킬까봐 오래 숨죽이고 살았다
대답이 뻔한 삶을 궁금해하는 것이 부끄러웠다
뻔한 대답을 가진 삶을 이해 못할까봐 두려웠다
--- 「산만한 국민」 중에서

―――――――――――――――――――――――――――――

아니! 다시 엄지와 검지로 돌아가자. 중지에 받치고 엄지와 검지로 바짝 쥔 노란 연필아, 덕분에 든든하다. 나는 또박또박하고 반듯하게 써질 테다. 뻔하지만 오래도록 풀리지 않는 문제가 될 것이다. 우리 함께 순순히 썩지 않는 노선을 택하자.
--- 「의리의 지우개」 중에서

―――――――――――――――――――――――――――――

해석은 남은 자의 몫, 남고 싶어 아주 안달이 난 자의 몫, 이름으로 덕지덕지 아가리를 막아봐요, 여긴 밤이라고 부르는 시간, 몇만 년 전 만난 적 있는 그림자, 화살표를 따라가라고 했지,
옆자리에서 나는 소리 알 것 같아, 너는 귀를 두 개 가지고 있고, 이런 게 바로 집으로 가는 느낌, 나는 눈을 두 개 가지고 있고, 이런 게 바로 어제의 나에서 오늘의 나로 이어지는 느낌,
--- 「해석의 오류」 중에서

―――――――――――――――――――――――――――――

이상하지 않은 지가 너무 오래되었다
입속에 밥을 넣고 씹다가 삼키는 것도 그렇고
넘어져 생긴 상처에서 피가 나는 것도 그렇고
자고 일어나면 선뜻 아침이 와 있는 것도 그렇고
이대로 오줌 누다 끝나더라도 그러려니 할 것 같다
--- 「이상하지 않은 아침」 중에서

―――――――――――――――――――――――――――――

아침 준비를 할 때, 손이 차가운 것은, 찬물 때문인가, 손 때문인가, 설마 거짓일 리 없는 나 때문인가, 콩나물 같은 것, 감자볶음 같은 것, 속아도 속아도 계속 믿고 싶은, 지금 내 눈앞의 이 순간 같은 것, 지금 이 순간의 내 얼굴 같은 것.
--- 「없는 목격자」 중에서

―――――――――――――――――――――――――――――

이 얼굴 하나를
사실로 만들기 위해
살아온 수십 년

혹시 들켰을까
나는 나에게
단 한 번의 사건이라는 걸

갑자기 발을 멈춘다
--- 「콧물에 대한 신념」 중에서

―――――――――――――――――――――――――――――

조금만 더 말을 모으면
나를 설명하는 일이 가능할 거라고

정확한 말을 찾아, 대상 그 자체인 말을 찾아
때가 되면 진리를 치장해볼 것이라고 들떴다

몇 권의 말 무덤만 덩그렇게 남길 줄도 모르고

내용도 아름다움도 없는 카드에다
수신인도 발신인도 없는 카드에다

이제 무엇을 떠 써보아야 하나
--- 「옛날 사람」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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