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중국의 지난 100년의 변혁의 역사를 ‘민(民)의 결집과 자치의 경험’이란 주선율로 파악해본 바 있다. 중국인들이 이 경험을 계승한 거버넌스의 개편, 곧 사회적 소수자(특히 여성과 소수민족 등)를 포함한 인민 참여를 획기적으로 늘리는 ‘나라 다스리기’의 새 틀과 대안적 문명담론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그들이 자신들의 역사로부터 (그리고 방역 과정에서 겪은 현실 경험으로부터) 무엇을 학습하며 혁신해갈지는 그들의 몫이지만, 중국을 단순히 혐오·멸시 감정에 휘둘려 보지 않고 그들이 변화하는 역사 속에 있음을 제대로 인식하며, 그에 비춰 우리를 성찰하는 것은 우리의 과제이다.
---「총론: 거버넌스의 새 틀과 대안문명의 길」중에서
이러한 중국의 방역모델이 바람직한 것인가, 혹은 향후 지속가능한 것인가에 대해서는 많은 의문이 뒤따른다. 다른 나라들이 중국의 방역모델을 따라하지 못하는 이유는 단순히 국가 능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그 방식을 쉽게 사회에 강요할 수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여전히 중국에서는 방역 자체의 성과만이 결과론적으로 강조되지만 그 과정에서 이뤄지고 있는 개인의 자유와 권리에 대한 침해나 정보의 통제와 검열 등에 대해서는 더 많은 숙의가 필요하다.
---「1장 중국의 코로나19 대응과 정치사회적 함의」중에서
급격하게 들이닥친 코로나19는 권위주의 거버넌스가 대중의 기대에 많이 못 미친다는 것과 국제사회의 공감을 얻기 어려운 위치에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이징은 내치와 외교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권위주의 강화라는 가장 익숙한 방법을 동원하고 있었다. 이 선택이 (사회의 입장에서) 어떤 또 다른 문제를 파생할지, (정권의 입장에서) 사회 통제의 방법이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왜냐하면 역병에 대한 ‘성공적’ 통제가 권위주의 덕분이라고 생각하는 사람 못지않게 역병의 초기 확산이 권위주의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2장 코로나19, 사회 통제, 그리고 방역 정치」중에서
중국의 ‘최종 통제 성공’을 과장하는 일은 경계해야 한다. 중국 방역이 세계적인 성공 모델이니, 타국이 참고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경험이니 하는 주장 말이다. 우리는 중국이 ‘최종 통제 성공’을 위해 얼마나 많은 인적 및 물적 대가를 지불했는지를 정확히 모르고 있다. 이에 대해 중국정부가 제대로 된 통계 자료를 공개하지 않기 때문이다. 중국 내에서도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 숫자가 정부 발표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이처럼 객관적인 사실 자체를 정확이 파악할 수 없는 상황에서 방역 성과를 제대로 평가하는 것은 쉽지 않다. ‘최종 통제 성공’에 대한 평가에 신중할 수밖에 없는 것은 이 때문이다.
---「3장 중국은 코로나19에 어떻게 대응했나?」중에서
어떻게 코로나 바이러스가 이 정도까지 확산될 수 있는지에 관한 이야기는 오늘날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에서 시장의 역할과 분리될 수 없다는 점을 다시금 강조할 필요가 있다. 감염의 위험성이 가장 높은 사람들은 매일의 생존을 위해 시장에 가장 친밀하게 의존하는 사람들이다. 또한, 중국(시애틀, 서울, 곰)과의 여행 및 무역의 중심점을 지도상에 표시해보면, 바이러스의 발생으로 처음 타격을 입은 장소와 팬데믹의 지속적 확산을 매개한 장소들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4장 ‘중국 바이러스’, 그리고 세계시장」중에서
중국과 서방의 차이는 어디에 있는가? 차이는 “모두에게 동등하게 대우하다(一視同仁)”와 “환경에 가장 적합한 것이 살아남는다(適者生存)”이다. 중국에서 ‘감탄해 마지않는’ 것은 모든 환자들이 ‘받아야 할 치료를 받’는 ‘일시동인’의 ‘지극한 선함(至善)’에 있다. 중국에서 치료를 받은 자는 노소를 불문했다. … 서방의 ‘감탄해 마지않는’ 면은 ‘집단면역’으로, 그 배후에는 ‘적자생존’의 논리가 있다. 서방이 전염병과 마주한 초기, 서방 정치 엘리트들은 집단면역론을 내세웠고, 유럽의 어떤 인사, 미국의 어떤 주지사는 노인들이 스스로 치료를 포기하기를 주장하기도 했다.
---「5장 거국체제 방역의 정치학」중에서
과연 국제정치경제에서 ‘탈중국화’가 발생할 것인가? 그럴 가능성은 희박하다. 그러나 기술, 지정학, 이념 영역에서의 신냉전이 이미 시작되었으며, 미중 양국이 완화 조치를 하지 않는 이상 앞으로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미중 신냉전은 당사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불이익을 가져다줄 것이다. 따라서 미중 양국이 지혜와 용기를 발휘하여 신냉전을 막아야 한다.
---「6장 탈중국화와 중국의 대응」중에서
1980년대 시작된 전지구화는 트럼프 취임 이후 위기에 봉착했고, 그 정도는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미중 무역 분쟁을 등을 거치며 더욱 가중되었다. 그리고 현재 코로나19 팬데믹은 이번 전지구화에 마침표를 찍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후 각국이 완전히 폐쇄주의나 보호무역으로 돌아서지는 않을 것이다. 그보다는 일종의 ‘포스트 지구화 시대’로 진입할 가능성이 크다. 새로운 ‘전지구화’는 이전의 글로벌 생산사슬 속에서 분업이 효율성 최대화 법칙을 따랐던 것과 달리, 이념과 국가안보를 우선적으로 고려할 것이다.
---「7장 국가별 방역모델 비교, 그리고 전지구화 2.0 시대」중에서
이번 코로나19 사태는 인류의 정치제도와 관련해 많은 문제를 제기했다. 현재 이 문제들은 중국과 서구 모두에게 매우 급박하고도 심각한 것이다. ‘낮은 인권의 우위’를 지닌 중국은 인권을 ‘정지’시키면서 방역에 성공했다. 그렇다면 긴급사태의 조치가 일상화될 때, 평상시의 인권이 더욱 악화하는 것을 어떻게 방지할 것인가? 서구는 비상시임에도 불구하고 ‘높은 인권’을 어떠한 조정도 가하지 않고 계속 추구함으로써 큰 피해를 보았다. 그들은 민주제도를 유지하면서 어떻게 효율적으로 긴급사태에 진입할 수 있을 것인가? 또한 어떻게 적시에 비상시의 관리조치를 멈출 것인가?
---「8장 전염병 이후의 전지구화: 코로나19 사태와 ‘제도’의 문제」중에서
서구 산업자본의 과잉은 서구의 자유주의 국가들을 대규모 전쟁으로 이끌었다. 그렇다면 3대 자본이 모두 과잉인 오늘날, 중국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가? 위기를 초래한 자본주의 방식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중국은 현재 전략적 조정을 하고 있고, 집단지도 체제 속에서 종국에는 생태문명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었다. 과거 서구 주도의 자본주의 역사의 각 단계를 경험하지 못한 중국의 조정은 인류를 새로운 방향으로 이끌 수 있을지 모른다.
---「9장 팬데믹 상황에서 글로벌화 위기와 ‘중국방안’」중에서
이 100년 만의 팬데믹은 인류 운명공동체 구축의 이니셔티브가 시대 조류에 부합한다는 점을 더욱 선명하게 드러내준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우리에게 주는 진정한 교훈은 전지구화 시대의 고도의 상호의존성과 대량의 다국적 유동성이 각국에 전에 없던 건강과 사회경제적 위험을 초래했다는 사실이 아니라 오늘날의 글로벌 거버넌스 메커니즘과 공동체 의식이 경제세계화보다 심각하게 낙후되어 있다고 하는 점이다.
---「10장 코로나 위기 이후 가속화될 인류사 4중 추세」중에서
유일한 방법은 전지구화의 방식을 바꾸는 것이다. 전지구화를 추진했던 선진국가가 바로 그 전지구화 때문에 자국민의 생명을 보호하지 못하는 지금, 전지구화에 대해 진지하게 검토하고 의문을 제기해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왜 오늘 우리가 그렇게도 열렬히 전지구화의 미래에 대해 논쟁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유이다. 이 논쟁이 어떠한 정책을 이끌어내는지에 상관없이, 분명한 것은 한 국가의 경제와 사회가 계속해서 분리된다면 대규모의 생명의 위기가 또 다시 발생하게 될 것이라는 점 때문이다.
---「11장 초지구화와 인도주의의 위기」중에서
경제활동이 갑작스럽게 중단되고, 사회발전이 지체되며, 위생건강 환경이 위협을 받고, 국민들의 생계에서 자원이 결핍되면서 여성들은 남성에 비해 경제조건, 의료 돌봄, 사회보장 등의 방면에서 심각한 위기에 처하게 되었다. ‘도시 봉쇄’, ‘국경 봉쇄’, 재택근무, ‘물리적 거리두기’ 등의 사회적 격리 조치는 효과적으로 바이러스 전파를 막고 전염병이 만연하지 않도록 억제시켜서 다른 나라에도 방역의 좋은 선례가 되었다. 그러나 이것은 개인들이 사회집단과 자원으로부터 동떨어지게 만드는 생존상황을 만들어서, 여성들이 가정폭력 등 위험을 당할 때 행동에 제한을 받는 곤경에 빠지게 하고, 폭력·침해·희롱 등 전형적인 성폭력 행위가 계속 증가하여 ‘2차 성폭력 바이러스’를 만들어냈다.
---「12장 젠더 관점에서 본 공중보건 위기상황과 제도 최적화」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