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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의 여백

죄의 여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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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04월 26일
쪽수, 무게, 크기 316쪽 | 438g | 135*200*20mm
ISBN13 9788925588797
ISBN10 892558879X

카드 뉴스로 보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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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발가락으로 까슬까슬한 콘크리트 가장자리를 꽉 붙잡았다.

역시 화장실에 가는 게 아니었다. 땅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한 불안감이 엄습했다. 내가 없는 사이에 내 험담을 한 게 아닐까, 표적을 바꾸기로 한 것 아닐까, 하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발이 꼼짝도 하지 않았다.
--- p.65

‘더블 바인드(이중 구속)’라는 말은 아빠가 가르쳐줬다. 예를 들어 엄마가 아이에게 이리 오라고 한다. 하지만 굳은 표정과 거부하듯 엉거주춤한 자세는 이 말이 엄마의 본심이 아니라는 걸 나타낸다. 아이는 말을 우선해 엄마에게 다가가야 할까, 표정과 자세를 우선해 가만히 있어야 할까. 모순되는 두 가지 메시지에 아이는 오도가도 못 하는 상태에 빠진다. 한 쪽을 따르면 다른 쪽은 어기게 되는 두 가지 명제로,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사람의 판단력을 빼앗는 심리적인 수법이다.
--- p.70

“……부모는 멋대로 분석하고 단정하죠. 자기도 한때는 어렸다는 이유만으로 이해할 수 있을 거라 믿어요. 지금은 그래도 나중에는 어떻다는 둥, 그건 이러이러한 이유 때문이라는 둥……. 아무것도 모르면서.”
--- p.162

인간은 유전자를 남기기 위해 사는 게 아니다. 이야기를 남기기 위해 살아가는 것이다. 뭘 좋아하고, 뭘 싫어하고, 뭘 무서워하고, 뭘 잘하고, 무슨 버릇이 있고, 뭘 생각하고, 뭐에 웃었는가.
--- p.165

“베타는 수컷끼리 같이 놔두면 안 돼요. 얘들은 본능적으로 싸우거든요. 야생이었다면 진 쪽이 도망치면 되겠지만 수조에는 달아날 곳이 없어요.”
--- p.199

용서할 수 없다는 증오와 죽어버리길 원하는 악의, 그 너머의 죽여버리겠다는 충동. 증오와 악의 사이에는 넘을 수 없는 골이 있어서 제정신으로는 남을 죽이지 못한다고 믿어왔다.
--- p.207

마호는 외톨이가 되는 걸 무엇보다도 겁낸다. 가나가 없는 지금, 내게 버려지면 걔는 외톨이다. 절대 나오지 마. 소리도 내지 말고. 실패하면 끝장이야. 그렇게 당부하면 적어도 몇 분은 참으려고 하지 않을까.
--- p.258

사키는 어금니를 꽉 물었다. 나하고는 상관없다. 둘 다 멋대로 죽었을 뿐.
--- p.272

아빠가 어설퍼서 미안해. 하지만 이 방법밖에 생각이 안 났어. 가나를 평생 잊지 못하게 하는 방법. 저들에게 그리고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벌.
--- p.2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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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의 풍부함으로 독자를 빨아들인다. 특히 ‘악의’에 대한 뛰어난 묘사, 여자아이들의 계급 구조가 흥미롭다.”
- 이케가미 에이이치 (일본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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