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모든 나라들에서 여성에게 부과하는 계율의 가혹함은 자연의 가혹함에 덧붙여져 있다. 여성들은 마치 모자란 아이들처럼 취급받아왔다. 문명국에서 남성이 여성에게 가하지 못하는 억압과 모욕이란 없다. 여성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복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것은 가정의 불화를 초래하고, 나라가 점차 이런저런 풍습을 갖춰감에 따라 갖가지로 경멸을 받게 된다. 원시인이 여성에게 가하지 못하는 모욕도 없다. 여성은 도시에서 불행하고 깊은 숲속에서는 더 불행하다.
---pp.21~22
하지만 사람들은 내게 말할 것이다. 〔……〕 사람이 사랑하다 변심할 수도 있다고, 여성들을 별로 믿지 않는다고 뽐내듯 말하면서도 명예와 정직성을 잃지 않을 수 있다고, 인간은 타오르는 열정을 마음대로 멈출 수도 없고 꺼져가는 열정을 마음대로 이어갈 수도 없다고, 끝없이 상상의 죄악들을 창안해내지 않아도 불한당 소리를 들을 만한 남자들은 이미 집에도 거리에도 충분히 많다고. 사람들은 또 내가 어떤 여성도 배신하지도 속이지도 버리지도 않았느냐고 물을 거다. 질문에 대답하면 계속 다른 반박이 나올 거고, 최후의 판단이 내려질 때까지 끝없이 논쟁이 이어질 거다. 하지만 양심에 손을 얹고 말해보라. 당신, 연인을 속이고 배반하는 사람들을 옹호하는 당신은 저 툴루즈의 의사를 과연 친구로 삼겠는지?…… 머뭇거린다? 그럼 얘긴 끝난 거다. 당신이 경애를 바칠 모든 여성에게 신의 가호가 함께하길 바라 마지않는다.
---p.79
기사님! 저는 당신께 저 자신과 제 재산을 바칠 겁니다. 제 의지와 환상 전부를 맡기렵니다. 당신은 제게 세상 전부가 될 거예요. 하지만 당신에게 저도 세상 전부가 되어야 합니다. 저는 거기 못 미치면 만족할 수가 없습니다. 생각해보면 저는 지금 당신에게 유일한 여성입니다. 물론 제게 당신도 그러합니다. 하지만 당신이 저보다 더 사랑스러운 여성을 만날 수도 있고, 저도 더 매력적으로 보이는 남성을 만날 가능성은 충분히 있습니다. 실제로든 단지 생각만으로든 더 근사한 사람을 만났다는 점이 바람피우는 일을 합리화시킨다면 더 이상 사회에 도덕이란 없을 겁니다. 저는 도덕적이고, 도덕적이길 원하며 당신도 그렇기를 원합니다.
---pp.92~93
느끼고 생각하고 자유로운 한 사람이 자기와 비슷한 다른 사람의 소유물이 될 수 있다고 여기기 때문에라도 반자연적이야. 도대체 그런 권리가 어디에서 나오지? 자네 나라에서는 감성과 사고와 욕망과 의지가 없어서 버리든 취하든 간직하든 교환하든 고통을 느끼지도 불평을 해대지도 않는 것과, 결코 교환될 수도 소유될 수도 없으며 자유와 의지와 욕망을 지니고 잠시 증여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주면 영원히 주고 거부하면 영원히 거부하는, 즉 그 특성을 잊지 않고 자연에 해를 끼치지 않는 한 어떤 거래의 결과가 될 수 없는 존재를 혼동하고 있다는 걸 모르겠나? 그건 존재의 보편 법칙에 위배되는 걸세.
---pp.157~158
우리 안에 있는 변덕을 금하고 우리에게 원래 존재하지도 않는 정절을 요구하면서 한 남자와 한 여자를 영원히 연결해놓고 그럼으로써 남녀의 본성과 자유를 훼손하는 것, 쾌락 중에서 가장 변덕스러운 쾌락을 항상 똑같은 개인에게만 한정시키는 정절이란 것, 한순간도 똑같지 않은 하늘 아래서, 붕괴될 위험이 있는 동굴 속에서, 먼지로 전락할 바위 아래서, 금 간 나무 밑동 앞에서, 흔들리는 돌 위에서, 육체를 지닌 두 존재가 영원히 변치 않으리라 약속하는 것처럼 정신 나간 일이 있을 거 같나?
---p.158
A : 그 목적이 그렇게 엄숙하고 자연이 가장 강력한 흡인력으로 우리를 초대하는 그런 행위, 쾌락들 중에서 가장 위대하고 부드럽고 무구한 행위가 어떻게 해서 우리의 타락과 불행의 가장 큰 원천이 된 걸까요?
B : 오루가 사제한테 그 이유를 열 번이나 말해주었지요. 그럼 다시 한번 듣고 이젠 좀 기억하도록 해보세요.
?여성의 소유를 사유재산화한 남성의 독재 때문에.
?혼인에 여러 조건을 달아놓은 풍속과 관습들 때문에.
?결혼을 끝없는 형식에 복속시킨 시민법 때문에.
?재산과 서열의 다양성으로, 기우는 결혼이니 맞는 결혼이니 제도화시킨 우리 사회의 본성 때문에.
?아이의 출생은 늘 국부의 증대로 여겨지지만 가정에서는 자주, 그리고 확실히 더 가난하게 만드는 일로 여겨지는, 실재하는 모든 사회에 공통된 이상한 모순 때문에.
?모든 것을 자신들의 이익과 안전으로 가져가는 군주들의 정치적 견해들 때문에.
?아무 도덕성도 없는 행위들에 선과 악이란 이름들을 갖다 붙이는 종교 제도들 때문에.
---p.196
A : 그럼 우리는 무엇을 할까요? 자연으로 돌아갈까요? 그래도 법에 복종할까요?
B : 우리는 불합리한 법들이 고쳐질 때까지 그것에 맞서서 말할 겁니다. 하지만 기다리는 동안에는 그것들에 복종할 겁니다. 개인적 권위에 입각해 악법을 위반하는 사람은 다른 사람들이 좋은 법을 위반하는 일마저 정당화하니까요.
---p.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