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에서 반스는 그 어느 때보다 이런 유한성을 강하게 의식하고 있으며, 죽음을 앞둔 자의 절박하면서도 초연한 ‘교수대 유머’가 책의 기조를 장악하고 있다. 사실 이 책 전체를 줄리언 반스의 ‘교수대 유머’라고 부를 수도 있을 듯하다. 이 책에 나온 말을 약간 비틀어 보자면, 반스에게 교수대 유머를 허용하지 않는다면 누구에게 허용할 것인가. 그래서 반스는 이 책에서 스스로 교수대에 올라 지금까지와는 또 다르게 반짝이는 눈으로 사물과 사람과 자신을 관찰하는 듯하다. 그래서인지 이 책은 옮긴이가 읽은 반스의 책 가운데 가장 재치 있고 웃기고 통렬하고 느긋하고 지혜롭다. 반스의 책은 늘 재미있지만, 사실 이 책을 읽기 전에는 반스가 이렇게까지 재미있는지 미처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