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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기억이 우리에게 장난을 친다"는 이야기를 한다. 하지만 누가 HSAM을 가진 사람을 부러워하겠는가? 아무런 장난을 치지 않는, 늘 변함없고 피할 수 없고 장난에서 자유 로운 기억· ····· 그런 사람은 틀림없이 '정상적' 기억을 가진 · 사람을 부러워하게 될 것이다. 뇌의 짓궂은 책략 가운데 하 나는 이른바 은재 기억으로, 이것은 잊고 있었던 기억이 떠오를 때 그것을 과거의 기억으로 인식하는 게 아니라 새롭 고 독창적인 생각으로 여기는 것이다. 이 현상은 1874년 잉 글랜드의 한 심령주의자 영매가 스테인턴 모지스라는 이름 의 은재-심령주의자에게서 처음 확인했다. 놀랄 일이 아니 지만, 이것은 종종 표절이나 사기와 연결된다. 하지만 은재 기억의 가장 유명한, 또 진짜로 보이는 사례는 니체와 관련 이 있는데, 니체는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의 텍스 트 어느 지점에서 반세기 전에 출간된 책에 나온 장면을 단 어 하나 안 틀리고 되풀이했다. 표절? 그렇지 않다.니체의 여동생에 따르면. 그녀는 오빠가 실제로 열두 살에서 열다섯 살 사이에 그 글의 출처인 텍스트를 읽었다는 사실을 확인해 주었는데, 그때 이미 니체의 기억력은 막강했다. 그러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쓸 때는 편집증을 동반한 인지 능력 감퇴로 고생하고 있었다. 여동생은 이런 '기억의 재부상'이 니체에게는 진짜로 그 자신이 막 떠올린 독창적인 생각으로 다가왔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자신의 기억을 잊어 버리는 것-아니, 다른 사람의 말을 전유하면서 그것이 새 롭다고 생각하는 것-은 생각할 게 많은 주제다. 가끔은 뇌 가 우리를 그냥 가지고 노는 듯한느낌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