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년 전 122번 시내버스 안내양 시절. 6411번처럼 첫차 승객은 정해져 있었다. 비린내 나는 커다란 ‘다라이’와 저울을 들고 자갈치에 생선 팔러 가는 아지매. 다 해진 공구 가방을 발밑에 던져두고 졸던 술내 나던 아저씨. 다음 정거장에서 다 차던 깜깜한 새벽의 첫차. 자동문 버스가 도입되면서 노조가 없던 안내양들은 찍소리도 지르지 못한 채 수만명이 잘렸고 그들은 6411번의 첫차 승객이 됐을 것이다. 50원이던 시내버스 차비도 이제 100원 단위로 오르지만, 10원을 두고 다투는 단위는 최저임금인상뿐인 세상. 간절히 손 흔드는 그들을 정거장에 버려둔 채 한번도 태워주지 않은 민주주의라는 버스. 이 책을 읽으면 우리 스스로가 민주주의라는 버스를 몰아야 한다는 결론에 이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