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우리의 세상살이가 맞닥뜨린 곤란 하나는 현실을 가리키며 다른 현실을 전망하는 말들이 회복 불가능할 만큼 오염되고 녹슬고 구멍이 났다는 점이다. 말들은 피시주의의 블랙홀에 빨려 들어 빈 껍질이 되었고, 탈근대의 구호 아래 해체되거나 인민의 삶에서 달아났고, 지식 기지촌의 유행어로 부유하다 사라졌으며, 게으른 학술 토론회의 놀잇감이 되기도 했다. 이러한 곤란의 와중에, 말들이 무너져 지탱할 수 없게 된 세계의 사이에 최정우의 사유가 독특하게 빛난다. 최정우에게 글쓰기는 “오직 예정된 실패를 더 잘 실패하기 위해 이루어지는 작업”이다. 만일 그의 글에서 짙은 우울과 허무를 느낀다면, 당신은 전형성과 상투성을 벗어난 한 급진적 사유가 근면하게 일하는 모습을 보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