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게 보아 물질적 실체는 구조에 속하고 비물질적 생기生氣는 기능에 속한다. 현대 학문으로 보면 전자는 해부학이고 후자는 생리학이다. 지금은 분자생물학과 신경과학 등 생물의학이 발전하면서 기능마저도 물질적 실체의 미시적 작동으로 설명하지만, 라 메트리가 살았던 18세기까지만 해도 구조와 기능의 간극은 무척 컸다. 이 책 『라 메트리 철학 선집』은 그 간극을 메우려는 철학적 사유의 성과물이다. 이 책을 읽으면, 우리는 알지만 저자는 몰랐던 사실들에 대해 우쭐해지기도 하지만, 철학적 사유를 통해 지식의 빈틈을 메우는 학문의 태도와 성과에 감탄을 하게도 된다. 그리고 의학에 철학이 필요한 이유를 깨닫기도 한다.
이 책은 고대의 유물론과 원자론을 되살린 것이지만, 데카르트의 심신이원론과 스피노자의 심신평행론에 대한 반성과 비판이 담겼으며, 당시의 과학적 지식이 꼼꼼히 반영되어 있다는 점에서 커다란 진전이기도 하다. 저자인 라 메트리가 실제로 환자와 만나는 의사였다는 점도 크게 다가온다. 고대의 갈레노스는 ‘가장 좋은 의사는 또한 철학자’라고 했다. 라 메트리의 일상이었을 경험과 관찰 그리고 임상 실천이 앎과 삶의 다리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의철학이 순수 사변을 넘어 임상 실천과 이어지는 지점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가지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