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문장을 따라가노라면
당신의 심장은 어느덧 뜨겁게 뛰기 시작할 것이다.
분노로, 죄책감으로, 그리고 감사로.”
“기록물이란 역사적 사실을 충실하게 복원하는 것이라 여겼다. 거기에 살을 붙이고 피를 돌게 하는 건 소설의 역할이라 믿었다. 내가 틀렸다.
이 책은 4·3 사건의 단순한 복원이 아니다. 처음 몇 장을 읽는 순간 당신은 1948년 12월 18일, 억새 무성한 다랑쉬오름을 오르고 있을 것이다. 끝없이 퍼붓는 눈보라의 복판, 다랑쉬굴 앞에 서 있게 될 것이다.
그날, 남자 여덟, 여자 셋이 다랑쉬굴에 웅크린 채 죽음을 맞았다. 의지와 상관없는 일이었다. 역사의 격랑에 휘말린 그들은 자신들이 왜 죽어야 하는지 알지 못했다. 그날, 다랑쉬굴 속 시신을 수습한 이가 있었다. 채진규 님이다. 그날, 산에는 또 다른 꿈을 꾸었던 이가 있었다. 이명복 님이다. 두 사람은 산에 있었으나 서로 다른 꿈을 꾸었고, 이후 다른 삶을 살았다.
이미 80년도 더 지난 일이라고 해서 4·3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지금 우리가 누리는 자유는 그 시절 그 사람들이 흘린 피의 덕분이다. 이 책의 문장을 따라가노라면 내가 그랬듯 당신의 심장은 어느덧 뜨겁게 뛰기 시작할 것이다. 분노로, 죄책감으로, 그리고 감사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