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년 전에는 인간의 ‘이성’이라는 것이 정신, 곧 ‘유령’으로 신비화되더니 오늘날에는 인간을 뛰어넘는 초지능으로서의 AI가 신비화된 유령으로 떠돌고 있다. 이 책은 이러한 새로운 시대상에 대해 마르크스주의적 입장이 내놓는 묵직한 응수이다. 마르크스가 ‘이성’이란 천계에 머무는 존재가 아니라 인류의 집단적 실천 활동이 낯선 모습으로 외화된 것임을 밝혔듯이, 이 책은 인공지능 또한 인간 존재를 뛰어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집단적 산업 활동을 제어하고 조직하는 논리가 체현된 것일 뿐이라고 주장한다. 따라서 AI는 인간을 뛰어넘는 존재도 인간을 위협하는 존재도 아니며, 냉혹하게 진행되고 있는 노동과 사회적 관계의 기계화를 표출하고 있을 뿐임을 시사한다. 과도한 열광도 과도한 비관론도 넘어서는 역사주의의 지혜가 마르크스의 빛나는 미덕이라 한다면, 이 책 또한 그러한 미덕을 듬뿍 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