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스 베버는 자본주의와 기독교의 관계를 논하면서 개신교 윤리가 자본주의 발전에 기여한 바를 강조했고, R. H. 토니는 역으로 자본주의에 의해 기독교 정신이 오염되는 맥락을 추적했다. 캐스린 태너는 기독교 복음이 현대의 금융 자본주의에 대항하는 공동체 창출을 가능케 하는 잠재력을 지녔다는 데 주목하면서 베버-토니 논제의 테마를 새로운 차원으로 끌어올린다. 태너는 자본주의적 행태를 규정할 뿐 아니라 스스로 재생산을 거듭하는 자본주의 정신에 저항하여, 또한 일체의 영성을 포기한 현대 철학을 뒤로하며, 강력한 복음적 영성만이 근원적 변혁을 이끌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 책에서는 시장, 기업, 일, 시간, 화폐를 주 매개로 하는 현대 금융 자본주의의 속성과 죄, 회개, 구원, 은혜, 복음으로 표명되는 기독교 원리를 형식상으로는 중첩 및 교차시키고 내용상으로는 대비시키면서, 행위(도덕과 선행)와 은혜뿐 아니라 종말에 대한 깊은 복음적 이해를 바탕으로 기독교 공동체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그 과정에서 저자는 포스트포드주의, 주주 자본주의, 유동성, 노동 유연화, 파생상품 등 우리에게 친숙한 개념들을 소환해 오늘날 금융이 어떻게 일의 성격을 변화시키고, 실물 경제와 분리된 채 어떻게 자체의 확대 재생산을 통해 고도의 수익성을 창출하며 정부, 기업, 개인의 경제 활동에 영향을 미치는지, 그리하여 금융 자본주의 하의 대표적 현상들, 이를테면 주주 자본주의의 강화와 파생상품의 범람이 어떻게 개인 간 경쟁과 불평등의 격화, 국가 복지 체계의 위기와 공동체주의의 파탄으로 이어지는지 조목조목 드러낸다. 무엇보다 저자는 루터, 칼뱅, 베버로 이어지는 개신교의 전통적 노동 윤리?소명 개념에 입각한?를 하나님의 뜻에서 분리시키면서, 일을 통한 성취가 아니라 하나님 및 이웃에 대한 의존성을 인정하는 종교적 기획만이 기독교 공동체를 이루는 길이라고 주장한다.
요컨대 이 책은 복음에 입각한 신학자가 그리스도인에게 들려주는 최고의 현대 자본주의 입문서이면서, 복음이 여하히 가장 근원적인 개혁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 보여 주는 고급 교양서다. 현대 자본주의 질서 안에서 안정, 안락, 성공을 추구하는 것이 얼마나 반복음적 태도일 수 있는지, 거기서 살아남는 것 자체가 자칫 얼마나 큰 부채를 짊어지는 일인지 시사하면서 오늘날의 중산층 그리스도인들에게 빚진 자의 의식을 일깨운다. 나아가 신앙/경제 이원론이나 보수/자유 진영 양쪽의 단선적이고 거친 일원적 복음주의를 단숨에 무너뜨리는 동시에, 추상적이고 규범적인 신학적·철학적 사변이나 낭만적·인문학적 논의에 함몰된 채 엄혹한 현실에 대해서는 당위적 언명이나 안이한 침묵으로 일관하는 신학자, 목회자들에게 경종을 울린다. 나는 이 정도로 복음에 투철한 신학자가 이 정도로 정밀하게 현대 자본주의의 속성, 논리, 정신을 논파하며 진정한복음주의의 당연한 귀결로서 근원적이고 전면적인 변화의 가능성을 제시한 경우를 본 적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