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여자대학교와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프랑스 문학을 공부했다. 어린이책 편집자로 책 만드는 일을 시작했고, 지금은 다양한 책을 편집 및 번역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0.1퍼센트의 차이》 《언어의 정원》 《지도로 읽는 아시아》 《우리의 새빨간 비밀》 《나는 불평을 그만두기로 했다》 《나는 꼭 필요한 것만 남기기로 했다》 《나는 독이 되는 관계를 끝내기로 했다》 《늑대》 등이 있다. 프랑스 월간 시사지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번역위원으로 참여했다.
그러나 실리콘밸리의 들판 한가운데 핀 화사한 꽃밭의 중심에 자리한 온갖 근사한 약속들 뒤에는 사실 오래된 역설이 숨어 있다. 시간을벌어줄 거라 믿었던 기술이 오히려 우리를 쉴 새 없이 움직이게끔 압박한다는 사실이다. 기술은 우리에게 드디어 숨 돌릴 수 있는 여유를 주지도, 더 나은 삶을 살게 해주지도 않는다. 반대로 삶의 속도를 높여 더 많이 생산하도록 몰아세운다.
자본주의의 새로운 에덴을 찾아 나선 자유지상주의 선구자들의 계획이 실패로 끝난다 할지라도, 이러한 황혼기의 '유토피아'는 엘리트층이 고립성을 추구하는 것이 심화되는 양상을 여실히 보여준다. 자기들이 지속적으로 파괴해온 세상의 위험으로부터 도망치기 위해서라면 대다수 민중이 희생되는 것쯤은 기꺼이 감수하겠다는 태도 말이다. 개인 섬과 해상 국가, 화성 식민지를 꿈꾸는
카를 마르크스는 그의 시대에 자본주의적 상상력이 존재할 수 있는 가장 절대적인 형태가 섬이라고 보았다. 섬은 오로지 시 장의 경제 법칙만을 따르는 '자유로운' 주체들의 절대적 자율성 을 바탕으로 세워진 사회라는 오래된 환상을 구체화하기 때문이 다. 마르크스에게 로빈슨 크루소는 섬의 세계관을 표상하는 상 징적 인물로, 이 세계관 속에서 유일하게 갈망하는 유토피아적 지평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