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향긋한 차에 관한 책일까요? 그렇습니다. 캐나다의 소도시 멍크턴에서 찻집을 하는 필자가 차에 관해 해박한 이야기를 풀어놓습니다. 히비스커스, 콤부차, 다르질링에서 저로서는 듣도 보도 못한 뱅드로즈와 겐마이차에 이르기까지, 세계의 차에 대한 지식을 풍부한 에피소드들과 함께 접할 수 있습니다.
차 한 잔과 함께 듣는 빌 에반스와 쳇 베이커의 재즈는 덤이죠. 물론 차와 음악에 관한 이야기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저에게 매력적이었던 것은 찻잔 곁을 흘러가는 삶과 사람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한국의 숨 막히는 교육 환경 이야기로 시작해서 캐나다의 낯선 소도시로 이민 간 한인 가족이 집을 구하고 찻집을 열기까지의 고투를 거쳐, 이야기는 어느새 먼 이방의 삶과 사랑에 대한 소묘로 흘러갑니다.
찻집을 찾는 벽안의 손님들, 한국전쟁에 참전했던 노인이 가져온 한국 찻잔, 영국 앤 공주의 애프터눈 티 파티 준비 소동 등등. 흥미진진한 사연들 속에서 독자는 타향을 고향으로 만들고자 하는 이민자의 마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첫 페이지를 넘기면 스르르 마지막 페이지에 닿을 만큼 맛깔스러운 문장을 따라가 보세요. 캐나다 시골 찻집의 이야기가 손에 잡힐 듯 생생하게 펼쳐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