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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특히 대한민국에 사는 사람들은일명 "느려 터짐"에 대해 무척 민감하다.계산대의 캐셔가 느긋하면 인상부터 쓰기 일쑤다.또 계산을 다 한 손님이 느긋하게 봉투를 집어 물건을 넣으면뒤에 사람이 벌써 앞으로 나와 밀어댄다.조금 기다려주면 되는데,그러지 못해 다급해하는 계산대의 흔한 장면이다.어디 그뿐일까.도로에서는 더 난리다.바로 클랙슨을 울려대고,그 순간을 못 참아 자동차 곡예를 한다.그러고서는 자신이 운전 좀 하는 양 우쭐댄다.나 또한 마찬가지다.성격이 급한 편이여서,아이들의 느긋한 모습에재촉하기 바쁘다."빨리"라는 단어는 누가 만들어 낸 것인지"빨리" 하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그러다 "느림보 챔피언 허달미"를 만났다.책의 처음 부분은빠르지 못한 아이가 느끼는외부의 시선이 나와있었다.엄청나게 반성이 되었다.원래 천성이 느린 아이가 느낄 마음을생각해 본 적이 없었기에,빨리하면 될 것을 미적댄다고만 생각했다.그런데 달미의 시선에서 보니,참 미안한 마음이 올라왔다.부끄러운 내 모습이 발견되었다.조금 아이들에게 여유를 줘야겠다.허달미 책은 우리 집 초3 아이와 함께 읽었는데,이야기가 재미있어서 읽는 동안 아이랑 몇번이고 웃어댔다.아이가 웃어대니 나도 덩달아 웃게 되었고,다음 이야기를 유추하는 아이의 모습이 사랑스러워서같이 소리내어 읽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우리는 글을 읽으며 몇 번이고 눈이 마주쳤는데이것은 재미있게 느낀 부분이 서로 통했다는 의미의 눈짓이다.특히 새로운 등장인물이 나올 때마다아이는 이야기를 추측하느라 정신이 없었다.조은실과 할머니, 달팽이와 엄마 그리고 달팽이 똥.할머니와 대화에서 달팽이 말투를 보며,또 눈이 한번! 미소 한번!달팽이 똥 묻은 딸기를 보며,또 눈이 한번! 의미심장한 미소 한번!다음 이야기를 읽더니, 박장대소하는 우리 아이♡진정한 1등은 허달미라고 이야기하고있는데,그부분이 딱 나와서깜짝 놀라 눈이 또 마주치고"띠용"하고 놀란표정^^동화책 한 권을 서평 신청했을 뿐인데,그냥 같이 소리 내어 읽어보고 싶어서 함께 읽었을 뿐인데,이렇게 행복한 추억이 쌓일 일인가 오히려 궁금하다.빠름만 찾던 나를 되돌아보게 하고느림의 미학을 알게 해준.거기에 이야기의 재미와 행복한 추억을 만들어준고마운 책이다.어린자녀와 꼭 함께 읽어보길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