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식간에 곳곳이 밑줄로 가득 차는 글의 정원”
인류의 첫 정원인 에덴에서 추방된 이후, 우리는 늘 잃어버린 낙원의 회복을 꿈꾸며 정원과 관계 맺어왔다. 이 책은 인류의 역사와 함께해온 정원과 문학이라는 두 세계를 가로지르며 정원의 희망과 상실, 그 기쁨과 그리움을 길어 올린다. “우리의 정원을 가꾸어야 한다.” 볼테르가 《캉디드》를 맺으며 던진 이 문장에서 출발한 황주영의 정원 탐구는 (내가 아닌) ‘우리’에게 정원은 무엇인지, ‘지구 정원사’로서 우리는 왜 정원을 살피고 돌봐야 하는지 묻고 답을 구하는 여정이다. 보카치오, 볼테르, 디킨스, 플로베르, 루소, 괴테, 키냐르, 톨킨, 애트우트 등의 문학 작품에서 배경으로, 주제로, 때로는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정원들의 숨은 의미를 찾아 펼친다. 순식간에 책 곳곳이 밑줄과 포스트잇으로 가득 찬다. 《정원의 책》 자체가 그 어느 정원보다 정성스레 가꾼 ‘글의 정원’이기 때문이다. 안온한 바람이 감싸고 아득한 빛이 어루만지는 글의 정원 속을 걷다가 크리스티앙 보뱅을 다룬 장에 이르렀을 때, 나는 소리 내어 정원을 읽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그 정원의 이름은 그리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