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다는 것은 물질의 형이상학적 실수 같고, 무기력이 저지르는 실수 같다. 나는 하루가 어떤 날인지, 나의 관심을 돌릴 만한 무엇이 그 안에 있는지 보려 들지 않는다. 여기 내가 쓰는 글 속에 기록됨으로써, 나 자신도 나를 원하지 않는 이 공허함의 찻잔을 채울 수 있는 무엇이 있는지 보려 들지 않는다. 하루가 어떤 날인지 보려 들지 않고, 어깨를 움츠린 채, 슬퍼 보이는 바깥 거리에, 사람들 소리가 지나가는 황량한 거리에 해가 비치는지 아닌지 관심도 없다. 나는 어떤 것에도 관심이 없고, 가슴이 아프다. 나는 일을 멈췄고,
이곳에서 꼼짝도 하기 싫다. 나는 비스듬히 기울어진 오래된 책상 모퉁이마다 붙여놓은 지저분한 흰색 압지를 쳐다본다. 낙서처럼 휘갈겨진 집중과 산만의 흔적을 뚫어져라 본다. 그중에는 위아래를 뒤집어서 쓰거나 앞뒤를 바꿔 쓴 내 서명들도 있다. 여기저기 숫자들도 몇 개 있다. 내가 아무 생각 없이 그린 쓰잘 데 없는 그림들도 있다. 압지를 처음 보는 시골뜨기라도 된 것처럼, 생전 처음 대하는 사물을 쳐다보는 자의 눈길로 이 모든 것을 보는 동안 나의 뇌 전체는 시각을 주관하는 뇌의 중심부 뒤에서 아무 일도 하지 않는다.
내 안에서 감당할 수 있는 정도를 넘어서는 내적인 졸음이 밀려온다. 아무것도 원하지 않고,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으며, 아무데서도 도망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