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현대문학』 신인추천을 통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너무 아름다운 꿈』 『목련정전目連正傳』 『눈으로 만든 사람』, 장편소설 『아홉번째 파도』 『마주』, 중편소설 『어제는 봄』, 짧은 소설 『별일』이 있다. 대산문학상, 현대문학상, 한국일보문학상, 현대불교문학상, 허균문학작가상, 유심상, 김승옥문학상 대상, 2014년, 2015년, 2017년 젊은작가상을 수상했다.
읽고 나면 금세 다시 그리워지는 소설이 있다. 한 편의 소설을 읽었을 뿐인데도 소리와 체취가 깃든 집에 들어가 한 시절을 살다 나온 것 같은 느낌. 내겐 지혜의 소설이 그렇다. 이 소설의 장소들 속엔 최초의 갈망과 지속되는 허기가, 이상한 여자들과 수상한 소문이, 흐르고 있는 시간과 사라지지 않는 기억이 있다. 소설을 따라 기억과 시간이 지탱하는 집의 골조들을 더듬어가다보면 우리는 어느새 '칠영동'과 '북명'이라는 잊을 수 없는 지명을 갖게 되고 오직 직접 읽어야만 경험 가능한 소설의 근원적인 아름다움과 만나게 된다. 복원과 상상은 대상에 대한 사랑에서 나온다는 걸 알게 된다. 이것이 어떻게 사랑이 아닐 수 있을까. 어쩌면 우리는 누구하고도 나눌 길이 없는 특정 시간대에 닿기 위해서 소설을 읽고 쓰는지도 모른다. 어떤 추천의 말로도 전달될 수 없는 지혜의 문장과 장면들 속으로 누구하고라도 같이 들어가보고 싶다고, 나는 이 소설들을 읽고 나서 오랫동안 생각했다.
한나, 하고 이름을 불러본다. 호명은 한 세계로 향하는 출발이자 그 세계와 맞닿는 가장 뜨거운 행위이니, 정지향의 한나와 정지향의 정민, 정지향의 초를 나는 그렇게 만났다. 이 여덟 편의 소설 안에는 미처 언어화할 수 없었던 것들을 직시하고 기록하는 청년 여성 화자들의 목소리가 있다. 지금 쓸 수 있는 것을 지금의 자리에서 감각한다는 것, 우리가 이 고유한 결을 만날 수 있는 건 정지향이 그렇게 현재를 쌓아온, 쌓아가는 작가이기 때문일 것이다. 누구도 분류하고 도려낼 수 없는 세계, 정지향의 인물들과 만나는 일은 그 이름들이 계속 살아갈 2020년대를 함께 생각하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