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원은 과감한 소설을 쓴다. 중대한 주제를 피하지 않고 마주하며, 움츠러드는 기색 없이 정보와 상징과 이미지를 연이어 힘껏 던진다. 역사를 빨리 감기 할 때 발생하는 찬란한 노이즈를 포착했다가 다시 흩어 버리는 서술 방식이 독특하기 그지없다. 이를테면 유리 상자 안의 성유물이 있다고 하자. 그 앞을 스치는 사람들은 자신이 그 오래된 물건을 보고 있다고 여길 테지만 신종원의 소설 속에선 도리어 유물 쪽이 사람들을 응시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우리 모두가 잠시 깜빡이는 불빛에 불과하다면, 컵에 얕게 찰랑이다 증발해 버릴 액체에 불과하다면 짧은 숨을 가지고 어떤 선택을 해나가야 할지 이 소설은 묻고 있다. 마지막 물음에 가슴 한복판을 맞은 것 같았다. 과감한 소설들이 주로 그렇듯 읽는 사람마다 다르게 읽힐 작품이다. 이야기와 중첩되었다가 벗어난 이들이 각기 터뜨릴 말들이 궁금해진다. 허공의 불타오르는 새를 보았는지, 보지 않았는지도 묻고 싶다.
역사추리소설을 추천하는 자리에서 캐드펠 수사 시리즈를 매번 자신 있게 추천하곤 했다. 소박하고 담백하게 시작해 역사의 큰 톱니바퀴와 힘 있게 맞물려 들어가는 이 놀라운 이야기에 대해 말할 때 한없이 행복했다. 엘리스 피터스가 육십대 중반에 이처럼 대단한 시리즈를 시작했다는 것을 떠올리면 마음에 환한 빛이 든다. 먼 길을 다녀와 켜켜이 쌓인 지혜를 품고 유적지를 직접 걸으며 작품을 구상했을 작가를 상상하고 만다. 멋진 일은 언제든 시작될 수 있고, 심혈을 다해 빚은 이야기는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는다는 것을 이 보물 같은 작품들을 통해 믿게 되었다.
ㅋㅋㅋ 저는 방금.. "설자은, 금성으로 돌아오다" 를 끝마쳤습니다. 어젯밤에 넷플 열심 보다가… ㅋ 다시 책으로 돌아오니.. 좀더 편한… 아직 다른작품은 읽어보지 않아 잘 모르겠으나 왠지 정세랑 작가와 사랑에 빠질듯한.. ㅋ 정세랑작가책을 좀더 찾아보려 합니다. 우선 추리소설 좋아했던 어린시절이 떠올랐고, 여러모로 취향에 맞는 책이었던것 같습니다. 제가 장르소설 좋아하는데, 신라시대에 일어나는 것도 잼나고 좋고, 추리물인것도 좋고, 뭔가 주인공이 숨기고 있는것이 있다는것도 좋고,, 뭐 등등 취향저격이었던데다 마지막 쐐기를 박은것은 작가의 말.. 코너 였습니다. 너무나 솔직하고 친절하달까… 저는 친절함을 좋아하는데, 제가 잘 까먹는 사람이고, 눈치 없는 사람인데 호기심천국이라…. 친절하게 세세하게 설명해주는 사람을 좋아하는데… 정세랑 작가는 본인이 이 글을 어떻게 쓰게 되었는지 어느부분은 어디서 영감받았는지 등등 정말 세세하게 말해주어… 감동받았달까.. 어제 처음 유키즈영상 보고도.. 어눌한말투매력있다.. 생각했었는데… 작가의 글로 감동마무리 합니다.
책을 읽으면서도 다음 장을 자꾸 주저하게 되는 건,이 책이 끝나면 기약없이 기다려야할 다음이 있음을 알기 때문이다.이리 재미진 이야기를 어찌 기다릴꼬.무심하게도 끝타버린 한권을자꾸 쓰다듬게 되네.얼른 다음 책을 주세요ㅜㅜ"그래, 예전이면 몰라도 지금의 자네라면 그보다 나쁠 수 있었음을 이해하겠지. 사람이 사람에게 할 수 있는 일에는 위로도 아래로도 끝이 없네. 그 틈새에서 살아남은 것만 해도 나는 운을 충분히 누린 거야. 그러니 그저 햇빛에 매일 감사할뿐, 지나간 날들을 곱씹지 않아.""어떤 궤를 벗어난 일을 겪고 나면··· 사람의 마음에 어둠이 남네. 이제 와선 자네 앞에서 세상 불행을 다 끌어안은 척했던 게 부끄럽지만, 나는 조금 굶었던 것만으로 안쪽에 어둠이 고였어. 음식을 삼키면 뱃속에서 그 그림자도 함께 흔들리지. 자네 안에 그런 게 남지 않았을 리가 없어. 자네의 늘 웃는 얼굴은 일종의 마개인가보군."
외계인과 인간의 사랑이 참신해서 읽기 시작했다.외계인은 믿지 않지만 한아처럼 이 상황을 똑같이 겪게 된다면 경민을 마지막에 웃으며 보내줄 수 있었을까? 외계인과의 사랑이라니, 나도 한아처럼 편견없이 사랑할 수 있었을까?어쩌면, 외계인의 배려, 사랑 넘치는 말과마지막까지 한아를 향한 사랑에 반하지 않을 수 없었을지도..외계인이 많은 지구인 중에 한아에게 반했던 것은지구와 생명를 사랑하고 미래의 세대를 위해한정된 자원을 아끼고 보호하는 따뜻한 마음때문이였는데이 책을 읽고 나도 한아처럼 지구와 미래세대를 위해 아끼고 보호하려 노력하는가 한번더 생각하게 했다.?? 95p너를 직접 만나려고 2만 광년을 왔어. 내 별과 모두와 모든 것과 자유 여행권을 버리고. 그걸 너에게 이해해달라거나 보상해달라고 요구하는 건 아냐. 그냥 고려해달라는거야. 너한테 아무것도 바라지 않아. 그냥 내 바람을 말하는 거야. 필요한 만큼 생각해봐도 좋아. 기다릴게. 사실 지금 이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난 괜찮은 것 같아. 우주가 아무리 넓어도 직접 하지 않으면 안되는 이야기 들이 있으니까. 이거면 됐어.?? 154p강한 집단 무의식 때문에 경민이 한아를 사랑하면, 그 별 전체가 한아를 사랑한다고 했다. 한아는 어째선지 우주를 건너오는그 사랑을 느낄 수 있었다.?? 180p한아는 그 얼굴이 아니라 얼굴 너머에 있는 존재를 사랑한다고 느꼈다. 이 사랑은 혼란스럽지 않아, 입안으로 말했고 확신했다. 외부슈트 없이 본연 그대로의 돌덩이라도 사랑할 수 있을 것 같았다.?? 181p경민이란 이름은 고유명사가 아니라 보통명사처럼 여겨졌다. 아주 특별한 사랑을 이르는 말. 이제 그 사랑의 온전한 소유권은 이 눈앞의 존재에게 있었다.?? 211p다음번에는 속하게 된 곳을 더 사랑할 수 있거나, 아니면 함께 떠날 수 있는 누군가를 만날 수 있다면 좋겠어. 여기도 아니고 나도 아니었지만, 다음번에는 꼭.정말 주옥같은 명언들이 많은 책?어찌 한아와 경민을 담은 이 책을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평균수명을 넘어서 살 수 있을까? 사고를 당하거나 살해를 당하지 않고 살 수 있는 어딘가를 찾을 수 있을까?나만 이런 고민을 안고 사는 것이 아니었구나. 어쩐지 위안이 된다. 그다지 오래 살고 싶진 않지만, 사고를 당하거나 살해를 당하지 않고 살 수 있는 공간은 찾고 싶다. 타인의 실수나 악의로 죽고 싶지 않아.
십 년 전 세상을 뜬 할머니를 깨워, 날마다의 모멸감을 어떻게 견뎠느냐고 묻고 싶은 마음이었다. 어떻게 가슴이 터져 죽지 않고 웃으면서 일흔 아홉까지 살 수 있었느냐고.나도 궁금해... 알려주세요... 숨이 쉬어지지 않을만큼 고통스러울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어떻게 살아남아야 하는지... 그 끝엔 무엇이 있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