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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엌 창에서 쏟아져들어오는 역광 때문에 얼굴이 보이지 않았는데도, 한아는 그 얼굴을 똑똑히 보았다.실 한 가닥이 움직인 것처럼 미소 지었는데도 그 미소를 똑똑히 보았다.둘 중 어느 쪽도 먼저 말하거나 다가가지 못하다가,경민이 먼저 그 상태에서 벗어났다.칫솔에 치약을 근사할 정도로 적당량을 묻혀 한아에게내밀었다. 한아는 영원히 칫솔질을 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매운 거품이 계속 목 뒤로 넘어갔지만 멈출 수가 없었다. 눈이 뜨거워졌다.경민이 뒤에서 한아를 안았다.한아는 거울로도 경 민의 눈을 볼 수가 없었다."힘들었지?" 한아는 말 대신 거품을 뱉었다.의문 대신 입속을 씻었다."분절이 있어야 할 것 같았어 그 사람의 마지막에 내가끼면 안 될 것 같았어. 우리가 만났을 때 너무 연속되어 있었으니까. 그게 널 오래 흔란스럽게 했으니까.이번만큼은 제대로 분절, 마디, 매듭을 만들고 싶었어.내가 돌아와도, 바로 그 사람 대신은 아니게.그래도 많이 힘들었지?""안 돌아올 줄 알았어. 목소리가 이상하게 들렸다.말을 오래 안 해선지, 자주 토해서인지 알 수 없었다."그럴 리가." "돌아올 거라고 믿었는데 그걸 믿는 날 믿을 수가 없었어. 믿으면서도 전혀 믿을 수가 없었어."고장난 고래어 번역기처럼 한아가 말했다.경민이 한아를 위로하기 위해 목덜미에 천천히 입을 맞췄다. 그러고 나서 팔을 풀고, 한아를 앞으로 돌려 다시 안았다. 돌아와서 처음 입을 맞췄다.아, 입술이 거기 있었다.대단한 존재감의 입술이었다.한아는 눈을 감았고 자신의 차갑고 젖은, 치약 맛이 나는 입술에 경민의 온도 높은 입술이 닿는 걸 느꼈다.떠나기 전보다 조금 거칠게 느껴졌고, 입술 주름들이 도드라진 것 같았다.그게 가능한 일이라면 말이다. 한아의 모든 세계가, 경민의 입술에서부터 폭발적 으로 뻗어나갔다. 다시 집이 생기고, 별이 생기고, 무한대로뻗은 항로가 생겼다. 숨을 내쉬었다. 우주적인 입술이었다. 그 입술이 원래 다른 누군가의 입술을 따라 만든 모형이 라는 건, 껍질뿐이라는 건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 아무리 애 를 써도 벗어날 수 없는 껍질은 언제까지나 남기 마련이었 다. 지구와 은하계와 이 차원을 넘어선다 해도 분명 알 수 없는 세계가 더 큰 바깥벽으로 존재할 터였다. 그러니까 결 국 한아에겐 지금, 여기, 이 입술밖에 없었다. 멀리 날아온 입술. 한아를 중심으로 공전하는 입술. 떠났다가도 돌아오 는 입술. 오로지 한 사람을 위해 조각된 입술. 그 감정적인 입술이 가짜라고 말할 수는 없었다. "매듭이 지어진 거야, 이제?" 한아가 약간 뒤로 물러서며 물었다. "응. 난 한동안 망원경을 박스에 넣을 생각이야. 다시는 널 멀리서 지켜볼 생각이 없어. 한아는 경민에게 온 체중을 실어 안겼다. 경민의 오래된 스웨터에서 먼지 냄새, 바람 냄새, 시간 냄새가 났다. 한아 는 그 순간의 두 사람이 얼마나 완벽하게 꼭 들어맞는가를 가만 느끼고 있었다. 우주가 그들을 디자인했다. 재단하고 완벽한 스티치로 기웠다. 한아는 그 솜씨를 죽었다 깨도 못 따라 하리라는, 기이한 감탄에 빠져들었다.그것은 매듭 이후, 끊임없이 이어질 달콤한 하루의 첫날. 셀 수 없을 키스 중의 첫 키스였다. 흔하지 않지만 어떤 사 랑은 항상성을 가지고, 요동치지 않고, 요철도 없이 랄랄라 하고 계속되기도 한다. 우주 가장자리에서 일어나 아무도 기억하지 못할 러브 스 토리의 시작이면서, 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