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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엔 참 미친 인간도 한심한 인간도 많다. 그 사람들은 어린시절 우리 내면에 상처를 주기도 했고, 지금까지 해결되지 않은 문제로 남아 우리를 잡아 끌기도 한다. 그래서 많은 이들은 현재의 문제를 과거에서 진단한다. 내가 자신감이 없던 것은 그 선생님의 차별 때문이었고, 내가 자존감이 무른것은 부모의 양육방식 때문이었고, 내가 열등감에 시달리는 건 아이들의 괴롭힘때문이었다고. 거기까진 옳다. 하지만 우리가 과거를 통해 현재의 문제를 진단하는 것은 그 과거에 머물러 뒤늦게 보상받기 위함도 아니고, 자기연민에 빠져 비운의 공주님 취급을 받기 위함도 아니라, 그 고리를 끊고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다. 세상에는 한심하고 서툴고 성숙하지 못한 인간들이 있고, 우리는 운이 나쁘게도 그들을 만났을 수 있다. 그렇지만 과거를 보며 되짚어 볼 진실은 그 선생님은 그저 한심한 인간이었을 뿐이고, 나의 부모도 처음부터 부모가 되기 위해 태어난 존재가 아닌 서툰 어른이었을 뿐이고, 그 아이들은 철이 없었을 뿐이라는 것. 그리고 그 때의 나는 그 사실을 깨닫지 못할 만큼 너무 어렸다는 거다. 하지만 이제 우리는 무력한 어린아이가 아니며 앞으로 나아갈 자격이 있다. 더 이상 과거에 붙잡혀 살고 싶지 않다면 과거의 연약했던 나에게 위로를 미성숙했던 그 모든 존재들에게 작별을 고해야 한다."이제 괜찮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