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원에서 도마뱀의 잘린 꼬리를 찾아 나선 희귀한 시인이 있다. 조효복 시인은 첫 시집 [사슴 접기]에서 남다른 상상력으로 통념에 저항하는 첨예한 감각의 층위를 보여 준다. 다른 방식으로 사물을 해석하고, 의미의 질서를 뒤집어 새롭게 사물을 조우하게 하는 것이 조효복 시의 매력이고 저력이다. 이런 까닭에 가상의 커튼을 찢고 대타자의 문법 너머에서 작동하는 그의 시는 수만 마력의 힘을 가지고 있다.
책상이라는 사물을 바라볼 때 대부분 나무의 존재성은 은폐되거나 사라진다. 특정 개념의 지배 하에 길들어 있는 탓이다. 고착된 의미의 시선으로 바라보면 식물원은 단지 식물의 집합소이지만 조효복 시인은 그곳에서 시적 화자를 환유하는 꼬리가 잘린 도마뱀, 숨어서 상처를 핥는 사향쥐 등을 만나고, 독자로 하여금 돌발적인 정신의 융기를 경험하게 한다.
메아리에서 소리의 발자국을 읽어 내는 눈 밝은 시인의 작품에는 등이 구부러져 우는 영혼의 스산한 모습도 있지만 “뼈대를 잇고 잘 말린 몸”이 홀로 환하게 빛나기도 하여 시의 단단한 근력을 느끼게 한다(「사슴 접기」). 자주 눈길을 멈추게 하는 경이의 순간마다 직관과 영감의 언어로 빚은 감각적 이미지와 개성적인 사유가 힘 있게 와닿는다. 시집에 수록된 대부분의 시에 밑줄을 그어 가며 읽은 이유이다. “빛나는 저 구유는 내 것인 적이 없”고(「크리스 크로스마스」), “도착하지 않는 저편”이 아득한 현실이지만(「조난」) 세계의 숨은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조효복 시인의 시편들은 미지의 낯선 지점에서 오래 빛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