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보다 더 많은』에서 우리는 다양한 시선에서 그려진 탈북민의 이야기를 접한다. 바닷속에 잠긴 아이들은 탈북의 강물 속에 휩쓸려간 또 다른 아이들과 연결되고, ‘무연고’를 꿈꾸는 길 잃은 여성의 이야기는 우리가 사는 세상을 부끄러운 곳으로 만든다. 탈북민에 대한 편견은 분단의 뿌리 깊은 상처와 이어져 있기도 하지만, 누군가는 습기 찬 벽지와 살아가는 방법을 스스로 터득한다. 젊은이들의 가난한 사랑은 경계 짓기를 모른다. 이산의 뒤엉킨 역사는 마음의 길을 끊기도 한다. 옛사랑의 쓸쓸한 이야기는 모르는 사이에 오래된 이산의 슬픔에 가닿고, 정치는 여전히 먼 곳에 있다. 정영선의 소설은 ‘탈북’의 시간을 지금, 이곳의 시간에 포개면서 그들의 이야기를 우리의 얼굴 속으로 조용히 데려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