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은 피었다 지지만, 한때 꽃을 바라보던 마음은 사라지지 않는다. 이종숙의 시는 벚꽃과 동백꽃, 장미와 상사화가 지나간 자리에서 사람이 살아온 시간의 문법을 읽는다. 그리움은 계절을 건너는 법을 배우고, 사랑은 만남과 이별 사이에서 제 깊이를 얻으며, 어머니와 벗의 온기는 오래된 기억 속에서도 식지 않는다.
그러나 그의 시는 지나간 날의 꽃잎만 줍지 않는다. 가스라이팅과 카톡, 택배와 인생 결제 같은 오늘의 언어를 삶의 한복판으로 불러들여 우리가 지금 무엇에 흔들리고, 무엇을 기다리며, 어떻게 서로에게 닿는지를 묻는다. 그에게 시는 마음의 일기예보이며 길을 찾는 호흡이고, 한순간이 머문 자리에 새겨지는 생의 기록이다.
꽃보다 오래 남는 것은 꽃을 기억하는 마음이다. 수많은 계절이 한 사람을 지나가고 사랑과 상처가 제각기 다른 이름으로 피고 진 뒤에도, 삶에는 끝내 지워지지 않는 문장이 있다. 『꽃이 지고 문법이 남았다』는 그 문장을 따라 걸으며 한 사람이 세상을 사랑하고 견디고 다시 희망하는 법을 들려주는 시집이다. 꽃은 졌으나, 삶은 아직 자신의 문법을 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