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덮었을 때, 여러 장의 낙엽을 한꺼번에 밟는 듯했습니다. 그것은 시인이 여러 겹의 이야기를 포개어 들려주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 책은 통상적인 사전과 반대로 걷습니다. 단어의 본래 뜻을 지우고, 비우는 데서 시작합니다. 단어를 아코디언에 비유할 수 있다면, 시인은 주름을 쫙 펼쳐 단어가 살아온, 그리고 앞으로 살아갈 여러 겹의 생을 보여줍니다. 하나의 단어에도 전생과 현생, 다음 생이 있는 것처럼요. 이 책은 단어를 사랑하는 사람의 이야기이면서, 말 때문에 막혀본 사람을 위한 책입니다. 언어가 끝내 해내지 못하는 일이 있음을 받아들이면서도, 하지 못한 말들이 언젠가 시가 될 것임을 믿습니다. 말의 실패를 인정하면서도 사전을 채우고 비우는 일을 멈추지 않는 것, 그것이 이 책이 말하는 ‘낭만’일 것입니다.